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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웃게 만든 다카이치…벚나무 250그루 선물에 “노벨상 추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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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웃게 만든 다카이치…벚나무 250그루 선물에 “노벨상 추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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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일본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안내를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일본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안내를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28일 “다카이치 총리가 이날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에 추천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 방송 니혼테레비도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뜻을 직접 전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설명하며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역동적인 외교에 관해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며 “타이와 캄보디아의 휴전 합의를 주재하는 등 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했고 지난번 중동 합의 실현도 그렇다. 이는 전례가 없는 역사적 업적”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짧은 기간에 세계가 더 평화로워졌다”며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높이 평가하며 저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2019년 북한과 긴장 완화를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노벨평화상에 유독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 10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선정된 뒤 “(노벨평화상은 받지 못했지만) 난 수백만의 생명을 구했기 때문에 행복하다”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백악관 행사에서 노벨평화상 수상 불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가 정말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노벨위원회가 (나를 수상자로 선정)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며 “(올해 노벨평화상은) 2024년 일에 대해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난 2024년에 선거에 출마하고 있었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다카이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첫 만남에서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방금 트럼프 대통령 방에서 메이저리그를 보고 왔는데, 엘에이(LA) 다저스가 1-0으로 이기고 있다”는 재치있는 인사말로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엘에이 다저스가 캐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월드시리즈 3차전을 벌이고 있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일본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거듭 환영한다”며 “(제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긴 직후에도 축하 인사를 보내준 데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일본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동맹이며, 일본도 세계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해 나가겠다”며 “일본의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서도 강한 외교를 되찾겠다고 결심하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진전을 위해서도 미국과 더 협력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외교, 방위, 경제, 기술, 정보, 인재의 힘을 강화하는 리더로서 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가 방위비 증액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힘을 실어줬다.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의 군사력을 상당히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으로부터 대규모의 새로운 군사 장비 주문을 받았다”며 “그 주문에 감사하며, 양국 간의 무역에도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특유의 극진한 접대 문화를 뜻하는 ‘오모테나시’에도 특별한 신경을 썼다. 다카이치 총리는 내년 미국 건국 250년을 맞아 워싱턴에 벚나무 250그루를 기증할 계획을 밝혔다. 또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 골프 스타 마쓰야마 히데키의 사인이 담긴 골프백과 ‘절친’이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퍼터를 선물했다. 미국 백악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받은 선물과 함께 ‘JAPAN IS BACK’(재팬 이즈 백)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모자에 미·일 정상이 나란히 사인한 영상도 공개했다.



공식 일정 2박 3일 가운데 두 정상의 동행 일정은 사실상 하루뿐이었지만 이런 분위기는 종일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오찬에 이어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는 항상 잊지 않고 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고 이들을 위로했다.



이어진 오후 일정은 초청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로 다카이치 총리를 배려하는 모양새가 연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미군 해군기지 시찰을 가면서 대통령 전용헬기인 ‘마린원’에 다카이치 총리를 태우고 함께 이동한다. 교도통신 등은 “미국 대통령 전용 헬기에 외국 정상을 태우는 것은 이례적이며, 요코스카 해군기지 역시 미국 밖 유일한 미군 항공모함 모항으로 두 정상이 함께 방문해 견고한 동맹을 안팎에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풀이했다. 앞서 아베 전 총리가 지난 2019년 트럼프 대통령 방일 당시 마린원에 동승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코즈카 기지에 도착해 연설할 예정이다. 두 정상은 미국 원자력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 함께 올라 미일 동맹이 굳건하다는 사실을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였던 2019년 5월 일본을 방문해 아베 당시 총리와 함께 경항공모함 개조가 예정됐던 일본 해상자위대 이즈모형 호위함 ‘가가’에 동승해 미-일 동맹이 지역 동맹에서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됐음을 대내외에 과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