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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골프공, 마쓰야마 사인백…日 선물 공세에 트럼프 미소

동아일보 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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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골프공, 마쓰야마 사인백…日 선물 공세에 트럼프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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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日특유 ‘환대 외교’로 트럼프 맞아

오타니 경기 함께 보고 ‘아베의 추억’ 나눠

오찬은 미국산 쌀·소고기 요리로 대접

“내년 美건국 250주년, 벚나무 250그루 기증

불꽃놀이 장인들 보내 워싱턴서 축포 선사”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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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28일 극진한 ‘환대 외교’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미국 프로야구(MLB) 경기를 함께 관람하는 것으로 시작된 밀착 행보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미국산 쌀과 소고기를 활용한 오찬, 금박을 입힌 골프공과 벚나무 선물,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의 픽업트럭 전시 등이다.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진심 어린 환대)’를 앞세워 미일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New Golden Age)를 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앞)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오른쪽 앞) 일본 총리가 28일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회담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2025.10.28.  도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앞)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오른쪽 앞) 일본 총리가 28일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회담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2025.10.28. 도쿄=AP/뉴시스


다카이치 총리의 환대 외교는 정상회담 시작 전부터 시작됐다.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그는 회담 직전 도쿄 영빈관 내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는 방을 찾아가 함께 일본 출신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의 야구 경기를 보며 환담을 나눴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저스가 1대 0으로 이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정상이 경기를 지켜본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는 올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상태다. 특히 MLB의 ‘슈퍼스타’이자 ‘투타 겸업(투수 타자 겸업)’으로 유명한 오타니가 다저스의 간판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면이 처음인 다카이치 총리가 ‘야구’라는 스포츠 경기로 긴장감을 일부 해소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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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연결고리로 친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22년 7월 일본에서 선거 지원 중 피격돼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일본을 세 번 찾았다. 그때마다 아베 전 총리는 ‘오모테나시’로 불리는 극진한 환대를 보여줬다.

2019년 국빈 방문 때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전 총리가 아침부터 골프, 스모 관람, 롯폰기 식사까지 약 11시간을 동행하며 세 끼를 함께 먹는 등 깊은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때문에 일본 국내에서는 아베 전 총리 재임 시절 일본과 미국이 가장 강한 동맹 관계를 구축했고, 그 덕분에 일본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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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총리는 ‘여자 아베’로 불릴 만큼 아베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안팎에서는 그가 아베 전 총리를 정치적 멘토로 여긴다고도 알려져 있다. 그는 회담장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아베 전 총리와의 오랜 우정에 감사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역동적인 외교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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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아베 전 총리는 내 친한 친구였고, 그가 죽은 것은 충격적인 슬픈 사건이었다”고 회상하며 다카이치 총리가 꺼내든 대화 주제에 공감했다. 이어 “나는 항상 일본을 매우 사랑했고 일본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며 “일본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벚나무도 ‘선물 외교’의 일환으로 준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년 7월 4일 미국의 건국 250주년을 맞아 워싱턴에 벚나무 250그루를 기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아키타현의 불꽃놀이도 같은 날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다. 아키타현에서는 매년 전국의 불꽃 장인들이 모여 우열을 가리는 불꽃축제가 개최된다. 내년 7월 4일 이 장인들이 직접 재료를 가지고 워싱턴으로 향해 화려한 불꽃을 쏘아 올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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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정상회담이 열린 영빈관 본관 앞에는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의 픽업 트럭이 세워져 있었다. 미국에서 생산한 도요타 차량들도 함께 세워졌다. 이를 두고 AP통신 등 외신들은 일본에서의 미국산 자동차 판매가 저조한 것에 불만을 품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준비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가는 동안 다카이치 총리가 포드 픽업 트럭을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녀는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있다”며 “멋진 트럭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Margo Martin X 갈무리

Margo Martin X 갈무리


Margo Martin X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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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금박 기술을 활용한 ‘황금 골프공’과 아베 전 총리가 사용했던 골프 퍼터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널리 알려진 ‘골프광’이다.


일본인 최초로 메이저 골프 대회에서 우승한 마쓰야마 히데키의 사인이 담긴 골프백도 건넸다. 마쓰야마 선수는 2017년 11월 아베 전 총리가 2020년 올림픽이 열린 사이타마(埼玉)현 가스미가세키(霞が關) 골프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초대했을 때 그와 함께 라운딩한 이력이 있다.

Margo Martin X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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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증정 후 다카이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금색 글씨로 ‘일본이 돌아왔다(Japan Is Back)’라고 새겨진 검정 야구 모자에 각각 서명했다. 이 문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슬로건인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에서 차용한 것이다.

한편 이날 오찬에는 미국산 쌀로 만든 닭고기 치즈 리소토와, 나라현산 채소를 곁들인 미국산 소고기 스테이크 등이 제공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기간 일본에 미국산 쌀 수입 확대를 요구해왔다. 이 때문에 일본이 미국산 쌀을 대접한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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