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 대통령이 지난 7일 대선 선거 운동 행사에서 아내 샹탈 비야 옆에 서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세계 최고령 국가 원수인 폴 비야(92) 카메룬 대통령이 8선에 성공했다.
카메룬 헌법위원회는 27일 비야 대통령이 지난 12일 치른 대선의 공식 개표 결과 53.66% 득표율로 당선이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비야 대통령은 1982년부터 43년간 카메룬을 장기 집권해왔다. 이는 국민 대다수 나이보다 많다고 AP통신은 짚었다. 카메룬 인구는 약 3000만명인데, 이 가운데 70% 이상이 35세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비야 대통령은 카메룬 초대 대통령이 사임한 뒤 권력을 넘겨받아 집권을 시작했으며, 헌법 개정을 통해 연임 제한을 없앴다.
이번 대선에는 비야 대통령을 비롯해 총 12명이 출마했다. 이 가운데 야당 카메룬국가구원전선(FNSC)의 이사 치로마 바카리(79) 후보는 35.19%를 득표했다. 앞서 대선 투표 직후 FNSC는 자체 집계 결과 54.8% 득표율로 31.3%의 비야 대통령을 앞선다고 주장해 왔으나,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카메룬의 대통령 임기는 7년이다.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비야 대통령은 99세가 될 때까지 카메룬을 통치할 전망이다. 헌법위원회에 따르면, 비야 대통령은 공식 선거 결과 발표 이후 15일 이내에 취임 선서를 하고 새 임기를 시작한다.
다만 이번 투표 과정에서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지 8개 시민 단체 연합은 사망자의 이름이 유권자 명부에 남아 있는 사례, 투표용지 배분의 불균형, 투표함에 표를 몰아넣으려는 시도 등 여러 비정상 투표를 지적했다. 다만 아프리카연합(AU) 선거 감시단은 “지역·대륙·국제 기준을 대체로 준수한 가운데 치러졌다”고 평가했다.
야권 지지자들이 벌인 시위 현장. 치안군이 살수차를 동원해 진압에 나선 가운데, 한 남성이 살수차 옆에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시위 현장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EPA 연합뉴스 |
바카리 후보를 비롯한 야권의 반발로 당분간 정국 불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야당 지지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선거 결과’를 요구하며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두알라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시위 참가자 100여 명이 체포됐다.
시위로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전날 두알라에서는 경찰과 충돌해 시위 참가자 최소 4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에 올라온 영상에는 시위대가 치안군과 충돌하는 모습이 담겼다. 목격자들은 경찰이 처음엔 최루탄과 물대포로 시위를 진압하다 실탄을 발사했다고 증언했다.
2018년 대선에서도 14%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던 카메룬르네상스운동(MRC)의 모리스 캄토(71) 후보가 대선 이튿날 승리를 선언했다가 체포됐고, 이후 시위 과정에서 수십 명이 구금되기도 했다. 당시 비야 대통령은 부정 의혹과 낮은 투표율로 얼룩진 선거에서 7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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