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세계 최고령' 92세 카메룬 대통령, 8선 성공…임기 마치면 99세

머니투데이 이영민기자
원문보기

'세계 최고령' 92세 카메룬 대통령, 8선 성공…임기 마치면 99세

서울흐림 / 8.6 °
12일(현지시간) 폴 비야 카메룬 대통령이 카메룬 야운데의 한 초등학교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폴 비야 카메룬 대통령이 카메룬 야운데의 한 초등학교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세계 최고령 대통령인 폴 비야 카메룬 대통령(92)이 8선에 성공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메룬 헌법위원회는 비야 대통령이 12일 치러진 대선의 공식 개표 결과 53.66%를 득표해 당선이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야당 카메룬국가구원전선(FNSC)의 이사 치로마 바카리(79) 후보는 35.19%를 득표했다.

비야 대통령은 초대 대통령의 사임 이후 1982년 집권한 뒤 43년째 통치하고 있다. 이번 7년 임기를 마치면 99세가 된다. 그는 2008년 대통령 임기 제한을 폐지한 뒤 매번 여유 있는 표 차로 재선에 성공해왔다.

이번 대선에는 비야 대통령을 비롯해 총 12명이 출마했다. 야권 유력 후보였던 아프리카신독립민주주의운동(MANIDEM)의 모리스 캄토(71)의 출마는 무산됐다.

카메룬은 단선제로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해도 최다 득표 후보가 당선된다. 이번 선거에는 등록 유권자 약 800만명 가운데 57.7%가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26일(현지시간) 카메룬 가루아 거리에서 야당 카메룬국가구원전선(FNSC)의 대선 후보 이사 치로마 바카리의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26일(현지시간) 카메룬 가루아 거리에서 야당 카메룬국가구원전선(FNSC)의 대선 후보 이사 치로마 바카리의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투표 결과 발표 전후로 카메룬 전역의 도시에서는 시위가 발생했다. FNSC는 자체 집계 결과 54.8%의 득표율로 31.3%의 비야 대통령을 앞선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전날에는 상업 중심지인 두알라에서 야권 지지자들과 보안군 간 충돌로 최소 4명이 숨졌다.


대선 결과 발표 후 야당 후보인 치로마는 페이스북에 "고향인 북부 도시 가루아 자택 밖에서 보안군이 민간인을 향해 총격을 가해 2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정면으로 총을 쏘는 보안군이 용병인지 의심스럽다"며 "원한다면 나를 죽여도 되지만 나는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나라를 해방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위기그룹(ICG) 아프리카 프로그램 국장 무리티 무티가는 "비야 대통령은 자국민 상당수가 승리를 믿지 않는 상황에서 매우 불안정한 정당성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정치경제학자 프랑수아 콘라디도 "공식 대선 결과를 카메룬 국민 대다수가 거부하고 있어 불안 사태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비평가들은 비야 대통령이 카메룬을 비교적 안정된 시기에서 위기와 갈등의 시기로 이끌었다고 비판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카메룬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역 곳곳에서 안보 위기를 겪고 있다. 북부 지역에서는 나이지리아 기반 이슬람 무장 세력 보코하람이 공격하고 영어권 북서부·남서부 지역에서는 분리주의 반란이 이어지고 있다. 분리주의 운동은 학교와 법원에서 프랑스어를 강제로 사용하려는 시도로 촉발된 평화 시위였으나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폭력적인 시위로 확대됐다. 이 시위로 약 7000명이 숨지고 100만명 이상이 피난민이 됐으며 수천 명이 이웃 나이지리아로 떠났다.


부패와 청년 실업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24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카메룬은 100점 만점에 26점을 받아 180개국 중 140위를 기록했다. 또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카메룬의 공식 실업률은 3.5%지만, 18~35세 노동력의 57%가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다. 인구의 중위 연령이 18세에 불과하며 인구의 70% 이상이 35세 미만인데 정치 계급은 70~80대가 장악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야당은 비야 대통령이 경제 위기 악화, 정부 부채 증가, 만연한 부패, 높은 청년 실업률을 초래한 비효율적인 정부를 이끌어왔다고 비판한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