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9일 경주서 李대통령 만난다… 30일은 시진핑과 회담

백악관, 아시아 순방 일정 공식 발표
무역합의 서명 관심, 대미 투자 쟁점
협상 타결 시 안보 합의 발표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미소 짓고 있다. 공동취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시간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고 백악관이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밤 워싱턴을 출발해 말레이시아와 일본을 방문한 뒤 한국시간으로 29일 부산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레빗 대변인은 말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것은 8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 이후 두 번째가 된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요일 아침 부산으로 이동해 대한민국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가진 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오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같은 날 저녁 정상들의 실무 만찬(working dinner)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은 부산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라는 취지로 발표했지만, 한국 정부 소식통들은 한미 정상회담 자체는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에서 열린다고 전했다.

선불 요구 접을까

이재명(왼쪽부터)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트럼프 대통령은 29, 30일 방한을 계기로 한국 및 중국 정상과 연쇄 회동할 예정이다. 로이터·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대 관심사는 두 정상이 한미 무역 합의에 서명할지 여부다. 8월 25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두 달간 양측은 무역·안보 후속 협상을 이어 왔다. 무역 협상의 최대 쟁점은 한국의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대미 투자 이행과 관련한 직접 투자(현금) 비중과 분납 투자 방식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을 상대로 관세 인하의 반대급부로 책정한 대미 투자금의 전액 현금 납입을 요구해 왔고, 한국 정부는 한국 외환시장에 가해질 충격을 감안할 때 직접 투자와 대출·보증 등이 혼합된 패키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다. 일단 미국 당국자들은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전액 일시납으로 직접 투자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는 점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관건은 여러 차례 전액 선불(up front) 투자를 언급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요청을 어느 정도 수용할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과의 연쇄 회동에서 집권 2기 첫 아시아 순방 성과를 거두고 싶어 한다면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한국 정부가 시간에 쫓겨 국익에 어긋나는 합의를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만큼 핵심 쟁점에서 양국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APEC 이후로도 후속 협상이 이어지게 될 전망이다.

무역 협상이 타결된다면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동맹 현대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추진까지 포함된 안보 및 산업 협력 관련 협상 결과물도 함께 발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의 경우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가 핵심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8월 첫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측 간에 안보 분야에서 잠정적으로 합의된 것들이 있었는데, 무역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는 바람에 당시 발표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시진핑 대좌도 경주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한 기간 2기 행정부 들어 첫 미중 정상회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APEC 정상회의를 위해 경주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레빗 대변인은 “현지시간으로 목요일(30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하기에 앞서 시 주석과의 양자 회담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