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연합뉴스 언론사 이미지

[APEC D-7] ③ 집권 첫해 최대 이벤트…李대통령 '실용외교' 본격 시험대

연합뉴스 고동욱
원문보기

[APEC D-7] ③ 집권 첫해 최대 이벤트…李대통령 '실용외교' 본격 시험대

서울맑음 / 11.1 °
한미·한중·미중 연쇄 정상외교서 '가교역' 모색…북미대화 진전 여부 관심
미중갈등 속 관세협상·중국의 견제 등 난관 예상…한일관계도 '영점조정'
CNN과 인터뷰하는 이재명 대통령(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CN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0.23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CNN과 인터뷰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CN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0.23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표방해 온 '국익중심 실용외교'가 목전에 다다른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이번 APEC 정상회의가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의 분수령인 동시에 한반도 경제·안보의 향방을 결정할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 등 강대국 정상들이 경주에 집결해 벌이는 '복합 외교전'의 틈바구니에서 이 대통령이 한국 외교의 균형점을 찾고 국익을 지켜내느냐에 따라 임기 초반 국정운영 동력이 좌우될 공산이 작지 않다.

한미 정상회담(워싱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8.26 xyz@yna.co.kr

한미 정상회담
(워싱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8.26 xyz@yna.co.kr



이 대통령이 마주할 APEC 외교전의 하이라이트로는 한미·한중·미중 간 연쇄 정상외교가 꼽힌다.

탄탄한 한미동맹 및 한미일 공조를 기반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적대적이지 않도록 균형 있게 관리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현실적인 국제관계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확인할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협상·안보 패키지 논의를 마무리하면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공급망 안정화와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 등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는 데 공감대를 이룬다면 '최선의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미대화의 진전 신호를 끌어내는 등 한반도 안보와 관련한 성과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 온 미중 갈등구도가 첫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완화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면, 이 대통령이 이야기한 '가교 국가'로서 한국 외교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첫해의 외교적 성과를 발판으로 더 공고한 리더십을 구축, 한반도 안보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고 국내 정치적으로도 각종 개혁 작업에 속도를 붙일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화(워싱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5.8.26 [공동취재] xyz@yna.co.kr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화
(워싱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5.8.26 [공동취재] xyz@yna.co.kr



다만 이런 장밋빛 전망만 그리기에는 눈앞에 놓인 현실적 난관이 적지 않다.

일단 교착에 빠진 한미 관세협상이 이 대통령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3천500억 달러 규모 투자 패키지의 구체적 내용을 둘러싼 한미 간 입장차는 상당 부분 좁혀졌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지만, 투자액 중 현금 비율과 자금의 공급 기간 등 몇몇 쟁점이 아직 남아 있다.


한국 정부는 장기 분할투자, '상업적 합리성' 측면에서 투자처 관여 여지 확대, 사업 참여수익 배분 합리화 등 다양한 카드를 꺼내 들며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양 정상의 '합의문 서명'을 끌어낼 수준까지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을지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관세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한미동맹 현대화, 원자력 협정 개정 등을 포함한 '안보 패키지' 역시 확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한미관계의 안정도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어떻게 잘 해내느냐도 숙제다.

중국은 우호 협력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원칙 속에서도 한미 간 밀착을 견제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한국과의 정상회담에 임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면서도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심화와 맞물려 한국이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각각 의존)에서 벗어나 '안미경미'로 경도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아래 한미·한일 간 정상회담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논의를 주고받느냐에 따라서도 한국을 향한 양국의 압박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북미 정상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도 "혹여라도 전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면 전적으로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APEC을 계기로 북미 대화에 진전이 만들어진다면 단숨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정부의 핵심 과제로 부상할 수 있으며 이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지난 22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처럼 APEC 정상회의를 앞둔 국제사회를 향해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감을 알리려 할 수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은 실시간 변수에 정교하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첫 회담도 주목된다.

전임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궤도에 올려둔 '셔틀 외교'를 극우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와도 이어갈 수 있느냐에 따라 과거사와 경제 협력을 분리해 대응하는 '투트랙 대일 외교' 전략의 성패도 달라질 수 있다.

APEC 정상회의의 '본 무대'에서 다뤄질 인공지능(AI), 인구구조 변화 등 의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AI 기본사회' 구상 등을 내세워 주도적으로 대화를 끌어나가는 것도 국제문제에 대응하는 외교적 리더십을 보여줄 계기가 될 수 있다.

sncwoo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