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원 237표 얻으며 총리 자리에
자민·공명 붕괴로 한때 위기 맞아
'새 동반자' 유신회 포섭은 과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21일 일본의 새 총리로 취임했다. 1885년 일본이 내각제를 도입한 이후 140년 만에 첫 여성 총리다. 남성 중심 문화가 뿌리깊은 일본 정치권에서 가장 단단한 '유리 천장'을 뚫는 데 성공했다.
자민당은 '중도 우파' 공명당 대신 우익 성향인 제2 야당 일본유신회(유신회)와 새 연립정부를 꾸렸다. 다만 유신회는 새 내각 각료로 참가하지 않는 등 협력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에 따라 역시 우익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가 유신회를 포섭하기 위해 보다 우경화된 정책을 펼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양당은 전날 서명한 합의서에서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개정 등을 추진하기로 명기했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후 첫 기자회견에서는 매파적 발언은 자제하고 한일 협력을 강조했다.
일본 국회는 이날 임시회를 열고 다카이치 총재를 신임 총리로 선출했다. 중의원(하원) 재적 의원 465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237명이 다카이치 총재에게 표를 던졌다. 1차 투표에서 절반(233명)을 넘겨 결선투표 없이 마무리됐다.
자민·공명 붕괴로 한때 위기 맞아
'새 동반자' 유신회 포섭은 과제
다카이치 사나에(가운데)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21일 일본 임시 국회 중의원 본회의에서 제104대 총리로 선출된 후 박수로 축하하는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21일 일본의 새 총리로 취임했다. 1885년 일본이 내각제를 도입한 이후 140년 만에 첫 여성 총리다. 남성 중심 문화가 뿌리깊은 일본 정치권에서 가장 단단한 '유리 천장'을 뚫는 데 성공했다.
자민당은 '중도 우파' 공명당 대신 우익 성향인 제2 야당 일본유신회(유신회)와 새 연립정부를 꾸렸다. 다만 유신회는 새 내각 각료로 참가하지 않는 등 협력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에 따라 역시 우익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가 유신회를 포섭하기 위해 보다 우경화된 정책을 펼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양당은 전날 서명한 합의서에서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개정 등을 추진하기로 명기했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후 첫 기자회견에서는 매파적 발언은 자제하고 한일 협력을 강조했다.
과반 얻으며 2차 투표 없이 총리로
일본 국회는 이날 임시회를 열고 다카이치 총재를 신임 총리로 선출했다. 중의원(하원) 재적 의원 465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237명이 다카이치 총재에게 표를 던졌다. 1차 투표에서 절반(233명)을 넘겨 결선투표 없이 마무리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취임 회견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일해 나갈 것"이라며 "강한 경제로 국익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한일관계 중요성을 언급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중요한 이웃국가이고 한일관계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며 "이전 내각에서 이어 온 한일 관계에 기초해 (양국 관계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김과 화장품을 좋아하고, 한국 드라마를 보고있다"고 말하며 한국을 좋아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영토·역사 문제에서 한국을 향한 강경한 발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날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한일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우려를 불식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유신회'와의 연정, 보수 정책으로 강화하나
다카이치 사나에(오른쪽)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와 일본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가 20일 도쿄에서 연립정권 수립 합의서에 서명한 뒤 이를 들고 악수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
다카이치 총리 취임은 순탄치 않았다. 자민당 총재 당선 후 공명당이 연립정부를 이탈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20일 일본유신회와 새롭게 연정을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새로 성립된 자민·유신 연정이 이전의 자민·공명 연정처럼 적극적으로 공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 정당이 지역구 의석에서 경쟁하는 경우가 많아 '선거 협력'에 다툼이 예상되는 데다, 자민당이 지지를 잃을 경우 연대 책임을 지기 싫다는 게 유신회 내부 분위기다. 실제로 유신회는 장관 배출 없이 단순 정책 수준에서 협력하는 '각외협력'을 선택했다.
다카이치 총재가 유신회를 포섭할 카드는 '보수화'다. 전날 자민당과 유신회가 발표한 연정 합의문에는 안보 분야 우익 성향 정책이 여럿 명시됐다. 대표적인 것이 헌법 개정을 위한 '조문 초안 협의체' 설치다. 양당은 일본의 군 보유와 교전권을 부인한 헌법 제9조 2항을 폐지해 △'방위군'을 신설하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키로 했다. 다만 헌법 개정은 국회의원 3분의 2가 동의해야 발의할 수 있는 만큼 현재 소수 여당인 자민당이 실제로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이 외에도 연정 안에는 △공격 무기 수출 허용 △방위비 인상을 위한 '안보3문서' 개정 △방첩 법안 법제화 등이 담겼다. '평화의 당'을 표방하던 공명당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던 정책들이다. △국기 훼손죄를 도입하고 △외국인 문제 해결을 위한 장관직을 신설하는 등 배외주의에 편승한 정책들도 엿보인다.
경제·외교 정책에서 성과 입증 과제
다만 다카이치 정권이 순항할지, 단명할지 여부는 안보보다는 경제 정책의 성과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일본 국민들은 '잃어버린 30년' 동안 오르지 않던 물가가 최근 수년 동안 급상승하면서 이를 보전하기 위한 임금 인상과 감세 정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안보뿐 아니라 경제 정책도 확장 재정과 금융 완화 등 아베 신조 전 총리 정책을 계승하고 있어 일본인들의 기대가 크다. 돈이 풀릴 것이란 기대감에 일본 증시 주가지수도 연이틀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카이치 총리로서는 곧바로 맞이할 외교 일정들도 과제다. 당장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찾는다. 그간 외교 관련 직책을 맡은 적이 드문 다카이치 총리로서는 부담이 막중하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일무역합의 서명과 함께 '방위비 인상' 카드를 제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을 사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도 참여해 주변국 정상과 첫 상견례 자리를 가진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