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유신회 연정 구도 확립
양당 20일 오후 6시 서명 예정
"불평등 개선하며 사회 이끌길"
양당 20일 오후 6시 서명 예정
"불평등 개선하며 사회 이끌길"
집권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지난 8월 15일(현지시간) 의원 신분으로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일본 집권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손잡으면서 총리 취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여성의 정치 참여율이 낮은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역사적 순간이 펼쳐질 전망이다.
유신회 "자민당과 연정 합의할 것"
요시무라 히로후미 유신회 대표는 20일 교도통신 등 취재진에 "이날 아침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에게 연립 정권 수립에 합의할 것이라는 의향을 정식으로 전달했다"며 "(양측이) 오후 6시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 사임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후임으로 2주간 이어졌던 정치 불확실성도 잦아들 전망이다. 최근 자민당의 26년 연정 파트너였던 공명당이 자민당의 강경 안보 노선과 자금 스캔들 미해결을 이유로 연정을 탈퇴하면서 다카이치 총재도 잠시 위기를 맞았으나 우군을 확보하면서 안정을 되찾게 됐다.
자민당과 유신회의 합계 의석수는 하원 기준 231석으로, 과반(233석)에 2석이 부족하지만, 다카이치는 결선투표 시 단순 다수 득표로 총리 선출이 가능해 유력한 차기 총리로 꼽힌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은 미국의 전직 대통령 방문 직전에 이뤄질 전망이며, 다카이치는 첫 외교 무대로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거론되고 있다.
정책 일부 합의 필요
우익 성향의 유신회는 연정 참여의 대가로 몇 가지 정책적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요시무라 대표는 "도쿄에 재난이 발생할 경우의 오사카를 제2 수도로 지정하는 것과 사회보장제도 개혁은 절대적 조건"이라고 밝혔다.
유신회는 식료품에 대한 소비세(10%) 면세, 기업·단체의 정치후원금 금지도 주장하고 있으나 자민당 내부에서는 후원금 금지에 대한 반대 의견이 강하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아울러 '확장 재정'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재는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감세와 재정 확대를 주장하지만, 소규모 정부와 긴축재정을 지향하는 유신회와 충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카이치 정치 성향은 '강경 보수'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 |
다카이치 총재의 정치적 성향은 강경 보수로 분류된다. 엔저를 골자로 한 경제정책 '아베노믹스'를 주창한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정치적 멘토로 두고 있는 다카이치 총재의 별명은 '여자 아베'다.
그는 전후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자위대의 존재를 명문화하려 했다. 일본 내 이민자와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이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또 전범들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꾸준히 이어왔다. 일본 정치인들의 참배는 과거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행위로 해석돼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다만 그는 최근에는 차기 총리로서의 무게감과 한·중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신사 참배를 자제하고 공물로 대신 헌납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 '유리천장'을 깨줄 인물이란 낙관도 나온다. 일본은 여전히 여성 정치 참여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하원 여성 의원 비율은 약 16%로 183개국 중 141위에 머물고 있다. 현 내각의 여성 장관도 단 두 명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의 첫 여성 총리가 될 다카이치 총재를 향해 "일본 정치의 유리천장을 깰 것"이라며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쿄 오츠마여대에 재학 중인 히카리 미나가와는 NYT에 "다카이치 총재가 여성들이 정치에 더 쉽게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길 바란다"고 밝혔으며, 컨설팅업체 '이우먼'의 사사키 가오리 최고경영자(CEO)는 "다카이치의 정책 중 다수에 반대하지만, 총리가 된 이상 본인이 겪은 불평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이끌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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