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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키프로스서 온건파 에르휘르만 대통령 당선···‘통일 희망’ 현실화될까 [시스루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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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키프로스서 온건파 에르휘르만 대통령 당선···‘통일 희망’ 현실화될까 [시스루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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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상태인 지중해 섬 지역 국가 북키프로스 튀르크공화국(북키프로스) 새 대통령으로 19일(현지시간) 선출된 투판 에르휘르만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분단 상태인 지중해 섬 지역 국가 북키프로스 튀르크공화국(북키프로스) 새 대통령으로 19일(현지시간) 선출된 투판 에르휘르만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분단 상태인 지중해 섬나라 북키프로스 튀르크공화국(북키프로스)에서 온건파 정치인 투판 에르휘르만(55)이 대통령으로 당선돼 통일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도좌파 성향 정당 공화튀르키예당(CTP) 소속 에르휘르만은 전날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62.8%를 득표해 현직 에르신 타타르 대통령(35.8%)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키프로스는 한반도와 함께 지구상에 흔치 않은 분단국가다. 1960년 영국에서 독립했으나 1974년 친그리스계 군인들이 남부에서 쿠데타를 일으키고 튀르키예군이 북부를 침공하면서 남북으로 분단됐다.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정부는 그리스계 주민이 다수인 남부 키프로스로 유럽연합(EU)에도 가입돼 있다. 북키프로스를 국가로 승인한 나라는 튀르키예뿐이다.

에르휘르만과 타타르는 통일에 대한 북키프로스 내 입장 대립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타타르는 북키프로스가 정식 국가로 인정받아 키프로스와 동등한 주권을 누려야 한다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의 지지자다. 타타르의 입장을 공개 지지해 온 튀르키예는 북키프로스에 약 3만5000명 규모의 병력을 두고 있다.

에르휘르만은 이에 맞서 북키프로스와 키프로스 양측의 ‘연방제’ 통일을 지지해 왔다. 연방제 방식 통일은 유엔(UN)이 지지하는 안이기도 하다. 에르휘르만의 이번 대선 공약도 유엔이 주관하는 통일 협상의 재개였다. 그는 타타르가 통일 논의에 소극적인 탓에 북키프로스가 EU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났다고 비판해 왔다.

1970년 키프로스 수도 니코시아에서 태어난 에르휘르만은 나라가 분단되는 과정을 체감하며 성장했다. 튀르키예 앙카라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메흐메트 알리 탈라트 대통령 시절인 2008년~2010년 키프로스 분쟁 협상에 참여했다. 탈라트 당시 대통령도 연방제 방식 통일 지지자였다.


에르휘르만은 2013년 북키프로스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2018~2019년에는 총리를 지냈다. 출생지이자 의원 시절 지역구인 니코시아는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수도’로 남아 있다.

가디언은 “에르휘르만의 승리는 북키프로스인들이 튀르키예 집권 여당인 이슬람주의 성향 정의개발당(AKP) 지도부와 점점 더 가까워지는 고립주의 정책에 지쳤으며, 유럽으로의 전환을 원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짚었다. AP통신은 에르휘르만의 당선이 “키프로스의 민족적 분단을 치유하기 위한 협상 재개에 대한 희망의 불을 다시 지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키프로스가 국정 전반을 튀르키예에 의존하고 있어 통일 논의가 현실적 진전을 이루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AP는 “북키프로스가 경제·정치적으로 튀르키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에르휘르만이 이러한 (튀르키예의) 노선을 탈피할 만한 영향력을 가졌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키프로스의 ‘두 국가 해법’을 공개 지지한 바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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