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매일경제 언론사 이미지

“분담금 10억 넘는데 집 못 판다”…16만가구 ‘출구 막힌’ 재건축 현장 패닉

매일경제 정지성 기자(jsjs19@mk.co.kr)
원문보기

“분담금 10억 넘는데 집 못 판다”…16만가구 ‘출구 막힌’ 재건축 현장 패닉

서울맑음 / 6.4 °
서울 재건축 16만가구 거래 잠기자
“출구전략 막혀” 조합 갈등 심화 조짐
“분담금 10억 넘는데 집 못 판다”
목동·여의도 패닉..사업 포기 속출 우려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서울시 제공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서울시 제공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재건축·재개발 현장이 패닉에 빠졌다. 추가 분담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조합원 지위를 양도해 빠져나가는 출구전략이 완전히 막히면서, 조합 내부 갈등이 급격히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18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214곳(15만8964가구)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으로 사실상 거래가 막혔다. 조합설립인가가 완료된 곳은 139개 구역(10만8387가구), 관리처분인가가 완료된 곳은 75개 구역(5만577가구)에 이른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조합설립인가 된 재건축 구역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개발 구역에서 조합원 지위를 양도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와 조합원 카페에는 조합원들의 절규가 쏟아지고 있다. 목동6단지 조합원 A씨는 “속도전으로 조합설립인가까지 받아놨는데 갑자기 규제로 발목 잡히면서 분담금만 늘어나게 생겼다”며 “집 팔고 나갈 수도 없으니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목동14단지의 경우 규제 발표 당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며 거래에 제한이 생겨 현장은 매우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조합원 B씨는 “평당 분양가를 8000만~9000만원으로 잡고 조합원 분담금을 산정하는데 분상제가 적용되면 수천만원이 낮아진다”며 “조합원 분담금이 10억원 이상 증가해 재건축이 멈춰버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돈을 공중에 뿌리게 만들 셈이냐”며 “이렇게 되면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토로했다.​

한 조합원 카페에는 “추가 분담금이 없고 환급금 있다는 말 절대 믿지 마세요. 무조건 상상한 것보다 시간은 오래 걸리고 추가 분담금은 더 나옵니다”라는 경고성 글이 올라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또 다른 조합원은 “규제 발표 전에 11월 말까지는 등기를 마쳐야 한다며 서두르던 중이었는데, 매수자도 매도자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며 “이러다 사업이 표류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문제는 최근 재건축 사업장의 분담금이 이미 10억원을 넘어선 곳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한신 재건축조합은 올해 초 조합원 분양가를 3.3㎡당 6060여만원으로 책정했다. 전용 84㎡ 거주 조합원이 동일 평형을 받으려면 약 3억~4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 용산구 산호아파트는 전용 113㎡ 보유 조합원이 112㎡를 선택할 경우 7억200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6일 정비사업연합회 간담회에서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은 정비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강북지역의 경우 자금 여력이 많지 않은 분들이 꽤 있어서 상당히 마음이 무거우실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지난번 대출제한 조치가 있었을 때도 이주 앞둔 단지는 굉장히 곤혹스러워했다. 자금 여력에 문제가 생기면 사업 속도가 더뎌지고, 부동산 안정화에 문제 생긴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정비업계는 조합원 간 갈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이들 단지의 거래가 제한되고, 분양 시점에서도 규제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수도권의 유일하다시피 한 주택 공급 정책에 폭탄급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분담금 부담이 큰 조합원이 프리미엄을 받고 조합원 지위를 양도해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 불가능해졌다”며 “조합 내 갈등이 생겨도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는 큰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