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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끌어내린 마다가스카르 대통령…그 자리에 또 군부 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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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끌어내린 마다가스카르 대통령…그 자리에 또 군부 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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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각)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가운데)가 대통령 취임식 뒤 사진을 찍고 있다. AFP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각)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가운데)가 대통령 취임식 뒤 사진을 찍고 있다. AFP 연합뉴스


마다가스카르에서 ‘제트(Z) 세대’(1997년~2012년생·젠지)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권력을 장악했던 군부 수장이 17일(현지시각)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아에프페 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51) 대령은 이날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 있는 고등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했다. 마다가스카르 육군 행정·기술 장교 중심의 엘리트 캡사트(CAPSAT) 부대 지휘관이었던 랜드리아니리나는 지난 11일 “(대통령의) 발포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뒤 부대를 이끌고 시위에 합류했다. 이는 확산하는 반정부 시위에 흔들리던 안드리 라조엘리나(51) 대통령의 통제력은 급격히 약화했고, 13일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국외 피신 및 탄핵으로 이어졌다. 잦은 단수와 정전에 항의해 지난달 25일 시작된 젊은이들의 시위를 과잉 진압해 수십명의 사망자가 생기며 번진 결과였다.



랜드리아니리나는 대통령 선서 뒤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역사적 변환점”이라며 새 헙법과 선거법을 만들기 위해 모든 세력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라조엘리나 대통령을 몰아내는 시위를 추동한 젊은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군이 “무정부 상태와 무질서를 피하라”는 최고 법원의 요청에 따라 개입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쿠데타를 감행한 게 아니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라조엘리나 대통령 축출에 마다가스카르의 제트세대는 환호했지만 아프리카연합(AU)과 유엔 등은 쿠데타에 따른 군정 수립과 정세 불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랜드리아니리나는 국정 장악 뒤 “최대 2년의 과도기에 의회, 정부, 사법부 연합체가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며 하원을 제외한 국가기관의 기능 일시 정지를 선언했다. 아울러 18~24개월 안에 선거를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군 관계자들과 정치인들 제트 세대 시위를 이끈 대표들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연합, 러시아, 프랑스 등 외국 대표단이 참석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랜드리아니리나는 프랑스어로 한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과거와 단절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의 주된 목표는 나라의 행정, 사회경제적, 정치적 통치 시스템을 완전히 개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마다가스카르를 떠나 해외로 도피한 사실이 확인된 라조엘리나 전 대통령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로이터는 그가 프랑스 군용기를 타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향했다고 전한 바 있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마다가스카르는 이로써 1972년과 2009년에 이어 군부에 의한 세 번째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2009년 캡사트 등 군부 쿠데타 세력의 지지로 권력을 잡았던 라조엘리나 전 대통령도 결국 군부 세력으로 교체된 것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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