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나로 가투소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이 월드컵 본선에 자신의 축구 인생을 걸었다.
글로벌스포츠매체 ‘ESPN’은 17일(한국시간) “가투소 감독이 이탈리아 대표팀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진출권 확보를 사실상 확정했다”고 전했다.
가투소는 부임 4개월 만에 팀을 완전히 되살려냈다. 이탈리아는 6월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을 경질한 뒤, 가투소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후 에스토니아, 이스라엘을 상대로 4연승을 달리며 예선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유럽 예선 I조에서 6경기 5승 1패(승점 15)를 기록하며 2위에 올라 있다. 1위 노르웨이(6전 전승·승점 18)에 3점 뒤져 있지만, 남은 일정에 따라 조 1위 탈환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탈리아가 속한 유럽 예선은 54개국이 12개 조로 나뉘어 치러진다. 각 조 1위 12개 팀이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2위 12개 팀과 UEFA 네이션스리그 상위 4개 팀이 플레이오프를 통해 남은 4장의 본선 티켓을 놓고 싸운다. 유럽 축구연맹(UEFA)에 배정된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권은 총 16장이다. 이탈리아는 남은 두 경기에서 몰도바(11월 14일), 노르웨이(11월 17일)를 상대로 승점 6을 확보해야만 조 1위 역전을 노릴 수 있다.
이어 “내가 팀을 맡은 뒤 16골이나 넣을 줄은 몰랐다. 모든 공은 선수들에게 있다. 우리는 잠도 거의 자지 않고 노력하지만, 이기는 순간 모든 노력과 고생이 보상을 받는다”라고 짚었다.
가투소의 이 발언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그는 “이탈리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겠다”고 말하며 “이미 조금은 떨어져 있지만, 더 멀리 갈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현재 그는 스페인 남부 도시 마르베야에 거주 중이다. 이탈리아가 세 대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할 경우, 자국 팬들과 언론의 거센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스스로 알고 있는 것. 어쩌면 일종의 ‘망명’을 예고한 셈이다.
이탈리아는 한때 세계 축구의 왕좌에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은 깊은 침체기를 겪었다. 2006 독일 월드컵 우승 이후 2010 남아공 대회 조별리그 탈락,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본선 진출조차 실패했다.
가투소는 현역 시절부터 투혼과 헌신의 상징이었다. 이탈리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A매치 73경기에 출전했으며,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AC밀란 소속으로 세리에A와 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모두 들어 올린 그는 파이터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은퇴 후 지도자로 전향한 뒤 팔레르모, AC밀란, 나폴리 등 여러 팀을 지휘했다. 선수 시절의 근성은 여전했다. 냉철한 전술가라기보다는 ‘선수들의 열정’을 중시하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가투소가 이탈리아 대표팀에 부임했을 당시, 이탈리아 축구계 일각에서는 “스팔레티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가투소는 전형적인 ‘현장형 지도자’로 팀 분위기를 바꿨다. 단기간에 조직력을 끌어올렸고, 이스라엘전과 에스토니아전에서 각각 5-4, 3-0 승리를 거두며 공격력을 살려냈다. 특히 선수단 내에서 동기부여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투소 감독은 “이탈리아의 공격 축구는 다시 살아나야 한다.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가투소 감독 아래 이탈리아 대표팀의 위닝 멘탈리티가 회복했지만 본선행 티켓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제 남은 두 경기가 월드컵 본선 진출의 운명을 가른다. 가투소는 “이탈리아 감독 자리는 내 인생의 꿈이다. 이 일을 위해 잠을 줄이고, 늘 긴장하며 산다. 그러나 승리했을 때의 기분이 모든 걸 보상한다. 우리는 이 길을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가 20년 만에 월드컵 무대 복귀에 성공할 수 있을까. 두 번의 실패로 이미 국민 신뢰를 잃은 이탈리아 축구는 이번에도 미끄러진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이탈리아를 떠나겠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이탈리아 대표팀의 사령탑 자리를 맡은 가투소 감독이 폭탄 발언은 단순한 결의가 아니라, 사실상 명예를 건 배수의 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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