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파이낸셜뉴스 언론사 이미지

권오갑 HD현대 명예회장, 위기 극복 이끈 ‘샐러리맨의 신화’

파이낸셜뉴스 강구귀
원문보기

권오갑 HD현대 명예회장, 위기 극복 이끈 ‘샐러리맨의 신화’

서울흐림 / 8.9 °

[파이낸셜뉴스] HD현대그룹은 17일 2025년도 사장단 인사를 통해 권오갑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내년 3월 주총을 끝으로 HD현대 대표이사에서 사임할 예정이다. HD현대 새 대표이사에는 조영철 부회장이 내정됐다. 정기선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로 HD현대를 이끌게 된다.

■구조 개혁·체질 개선 주도, 위기 극복 앞장
권오갑 명예회장은 1978년 HD현대중공업 플랜트영업부 사원으로 입사해 런던지사, 울산대학교 법인 사무국장, HD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장을 역임했다. 권오갑 명예회장은 HD현대에서 근 60년을 근무한 HD현대 역사의 산증인이자 샐러리맨 신화의 표본으로 불린다.

2010년 그룹에 편입된 HD현대오일뱅크의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권오갑 명예회장은 과감한 투자와 조직문화 혁신, 소통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인수 당시 영업이익 1,300억 원에 불과했던 회사를 1조 원대 규모로 탈바꿈시키는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석유화학을 비롯해 윤활유, 카본블랙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회사의 성장 기틀을 구축하는데 기여했다.

조선업 불황기였던 2014년 HD현대중공업 대표로 선임된 권오갑 명예회장은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고강도 개혁 작업을 주도하여 2년 만에 흑자 전환과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냈다. 대표이사 취임 후 자신의 급여를 모두 반납하고, 3년간 무보수 상태로 일하며 능력 있는 젊은 차·부장들을 조직의 리더로 발탁해 HD현대중공업을 역동적인 조직으로 변모시키는 한편, 경쟁력의 핵심은 ‘우수한 R&D 인력 확보’라는 신념으로 연구, 개발, 설계 인력 확보에 매진했다. 실제로 권오갑 명예회장은 2018년 2월 울산에 있던 설계 및 R&D 조직을 서울로 이전,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과감한 사업 재편 노력도 병행했다. 호텔, 증권 등 비핵심 사업은 물론 보유 중인 부동산과 주식을 매각하였고, 부진에 빠진 해양 사업과 플랜트 사업을 과감히 통합하는 등 조직 슬림화 작업을 추진했다. 2016년에는 HD현대중공업 내 각 사업부를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켜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지주사 체제를 통한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는데 앞장서 새로운 HD현대의 기반을 마련했다.


권오갑 명예회장은 업종이 전혀 다른 HD현대중공업 내 전력기기, 건설기계, 로봇 사업을 분할하여, 각각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로보틱스 3개의 독립법인을 출범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각 사업에 맞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투자를 할 수 있게 됐고, 분할 첫해 3개 사 모두 흑자 달성에 성공하는 등 사업 부문별 독립경영의 기틀을 다졌다.

2018년 HD현대(구 현대중공업지주)를 출범, 초대 대표이사를 맡은 권오갑 명예회장은 투명한 그룹 지배구조 체제를 구축을 위해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추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3대 핵심사업 축 구축, 사업 내실 다져

권오갑 명예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구조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를 위해 HD현대는 2021년 8월 HD현대인프라코어(구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해 조선·건설기계·에너지 등 3대 핵심축으로 이뤄진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HD현대가 신사업을 추진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권오갑 명예회장은 각 핵심 사업별 내실 다지기에도 주력했다. 우선 조선 부문은 친환경 선박 기술력, 설계 역량, 품질 관리 등의 강점에 집중하는 가운데 IMO의 환경 규제 강화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 친환경 선박 기술력 확보에 매진했다. 이를 통해 HD현대는 세계 1위 조선 그룹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며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수 있었다. 현재 LNG 추진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HD현대는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고 있는 메탄올, 암모니아를 추진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 기술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을 선도하며 미래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권오갑 명예회장은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조선소(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추진, 미래 조선소의 표준을 제시하는데 앞장섰다.

건설기계 부문은 2021년 HD현대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며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 전략을 통해 대한민국 건설기계 산업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게 됐다.


특히 기존 단일 회사 체제로는 달성하기 어려웠던 영업, 구매, 생산, 제품 및 기술 공동 개발 등 총 10개 분야에서 약 1조 3000억원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 사업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근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2022년에는 AI융합기술센터와 통합디자인센터를 출범, 차세대 미래기술 확보에 나서며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주력했다. 올해에는 굴착기 통합 플랫폼을 개발해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차세대 굴착기 신모델을 선보이는 등 미래 사업 전망을 밝혔다.

에너지 부문의 경우 HD현대오일뱅크는 원가경쟁력이 높은 초중질 원유투입을 꾸준히 늘리며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높은 고도화율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했다. 또한 정유사 최초로 무재해 2,300만 인시를 달성하는 등 안전 운영 부문에서도 확고한 기반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사업 영역 확장을 통한 다각화에도 집중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파트너사와 손잡고 원유정제사업에 치중된 사업구조에서 탈피, 글로벌 종합에너지회사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먼저, 글로벌 석유 메이저 쉘과 합작해 윤활기유 사업에 진출했고, OCI와 함께 카본사업에도 나섰다.

롯데케미칼과 1조원 규모의 MX합작사업을 위해 현대케미칼을 설립했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 선박유와 항공유(SAF)를 중심으로 한 화이트바이오 사업,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한 열분해유 기반 순환경제 사업 등을 통해 탄소 저감과 자원 순환을 아우르는 친환경 미래 에너지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기술개발·인재육성’ 통한 미래동력 확보 주력
권오갑 명예회장은 스마트조선소 구축, 지능형 건설기계 인프라 확보, 친환경 에너지사업 등을 그룹의 핵심 추진 과제로 선정, 사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와 생산효율 및 품질 향상, 주요 사업 분야의 친환경 및 디지털 대전환을 이끌며 그룹의 미래를 준비해왔다.

HD현대는 2024년 기준 매출 61조3313억원, 영업이익 2조316억 원을 달성했다. 재계 8위의 종합 솔루션 그룹으로 성장하게 됐다. 올해 ‘시총 100조원 클럽’에 삼성, SK, 현대자동차, LG그룹에 이어 5번째로 가입했다.

권오갑 명예회장은 세계 1위 조선 그룹의 위상을 굳건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 확보가 필수라는 판단하에 창립 50주년이었던 지난 2022년, 경기도 판교에 그룹 R&D의 요람이 될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 건립을 주도했다. 그룹 명칭도 ‘현대중공업그룹’에서 ‘HD현대’로 변경하며 새로운 50년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권오갑 명예회장은 인재 양성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미래동력 확보에 주력해왔다. 이를 위해 권오갑 명예회장은 ‘신입사원이 없는 회사는 미래가 없다’는 확고한 신념 아래 극심한 조선업 불황 속에서도 채용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HD현대는 올해 총 1500여명을 신규 채용했다. 2029년까지 향후 5년 간 조선·건설기계·에너지 부문 등 총 19개 계열사에서 1만여명의 인원을 새로 뽑기로 했다.

우수 여성 인재 확보에도 앞장서 왔다. HD현대는 여성 채용 비율을 2030년까지 30%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여성 임직원이 임신·출산할 때마다 각각 500만 원씩, 총 1000만 원의 축하금도 지급하고 있다. 2023년 1월부터는 초등학교 입학 전 3년간 임직원 자녀의 유치원 교육비를 자녀 1인당 연 600만원, 총 1800만 원까지 지원한다. 전 계열사에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지난 2023년 글로벌R&D센터에 개원한 직장 어린이집 ‘드림보트’는 오전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운영돼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고 있다.

■‘나눔문화’ 확산 주도, ‘솔선수범·포용’의 리더십
권오갑 명예회장은 항상 사회 소외계층과 약자를 우선시하며 선한 영향력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앞장섰다. 2011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임직원 본인 급여의 1%를 기부하는 ‘HD현대오일뱅크1%나눔재단’의 설립을 주도하였고, 2020년에는 급여 나눔 범위를 전 계열사로 확대, ‘HD현대1%나눔재단’을 설립했다. HD현대1%나눔재단은 연간 80억 원 규모의 기부 나눔을 통해 우리 사회 소외계층 지원과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HD현대아너상’을 제정해 우리 사회의 선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권오갑 명예회장은 지난 2024년 사재 1억 원을 직접 출연해 ‘HD현대 희망재단’을 설립했다. ‘HD현대 희망재단’은 조선소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중대 재해 피해 유가족의 학자금 지원 및 생활 안정 지원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권오갑 명예회장은 기업의 최고 경영자로서 기업 본연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을 몸소 실천해왔다.

권오갑 명예회장은 직원들을 가족으로 여기고 배려하는 포용의 리더십으로 그룹을 이끌어왔다. 권오갑 명예회장은 2010년 HD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취임 후 충남 서산에 위치한 대산공장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찾아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현장 경영을 실천했다. 서울에 근무하는 직원들과는 회사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차별화된 리더십을 보여줬다.

2021년 HD현대인프라코어를 인수한 직후에도 임직원들에게 환영 편지를 통해 "HD현대그룹은 건설기계를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우리가 건설기계 산업을 대표하는 국가대표라는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또 HD현대의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한다는 의미와 함께 한솥밥을 먹게 된 식구로 오랫동안 변치 말자는 뜻에서 수저 세트를 전달하기도 했다.

또 직원의 경조사 때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업무용 차량을 내어주기도 했다. 반대로 본인의 경조사는 조용히 치러 임직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 귀감이 됐다.

권오갑 명예회장은 2012년 모친이 세상을 떠났을 때 주위에 알리지 않고 직계가족들만 모여 조용히 상을 치렀고, 일요일 발인을 마치고 월요일에 출근해서야 가까운 지인들에게 모친상을 알렸다. 2016년 장인상을 당했을 때도 역시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상을 치렀으며, 지난 2021년 외동딸의 결혼식도 가족 외에는 일절 알리지 않고 조용히 치렀다. 최근에는 장모상을 당해 3일장을 치렀지만, 지인과 회사 임직원에게 알리지 않았고 심지어 매일 권오갑 명예회장의 일정을 관리하는 비서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이러한 솔선수범과 소통의 리더십은 지금도 직원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권오갑 명예회장은 그룹사 노사관계 안정 및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서도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HD현대오일뱅크 대표 당시 직접 일일 주유원으로 근무하는 등 소통하는 모습으로 노동조합과 신뢰 관계를 쌓았고, 노조는 회사 설립 25년 만에 처음으로 임금협상을 회사에 전적으로 위임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어 2014년 9월 위기에 놓인 HD현대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구원투수로 투입됐을 당시 며칠 동안 출근길 정문 앞에서 직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상생을 위한 상호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이 2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는 기틀이 되었다. 2021년에는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노사선언’을 통해 조선산업의 발전과 회사 재도약을 위해 노사가 함께 힘을 보태기로 하는 등 상생의 노사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2023년 6월에는 과거 주주총회 방해 혐의 등으로 수감 중인 박근태 전 HD현대중공업 노조지부장을 직접 면회해 화제가 됐다. 박근태 전 노조지부장은 2019년 5월 물적 분할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합병에 반대하며 집회를 벌이다가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평소 노사가 각자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하다가 벌어진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던 권오갑 명예회장은 면회를 통해 위로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서도 권오갑 명예회장의 행보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지난 구조조정 과정에서 벌어졌던 모든 아픔을 책임지고 구속된 아픈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하기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