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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10명, ‘토허구역 임대인’... “국민 거주이전 자유 제약, 규제 전 혜택 누렸나”

조선비즈 조은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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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10명, ‘토허구역 임대인’... “국민 거주이전 자유 제약, 규제 전 혜택 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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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대통령실 참모진 30명 중 20명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서 확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인 서울·수도권 12곳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절반인 10명은 실거주를 하지 않고 세를 주고 있는 ‘토허구역 임대인’이다.

일반 국민들은 오는 20일부터 반드시 실거주를 조건으로 해야 ‘토허구역’의 집을 살 수 있게 됐다. 2년 동안 실거주를 하지 않으면 내 집을 세 주고 이사를 갈 수 없다. 내 집을 팔면서 한동안 그 집에 전세를 사는 일도 할 수 없다. 집을 거래할 때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17일 대한민국 전자관보, 국회 관보,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30명 중 20명이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이 30명은 지난달 전자관보를 통해 재산이 공개된 27명과 지난 3월 국회 관보에 재산이 공개된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강유정 대변인 등이다. 이 중 10명은 재산 공개 당시 해당 주택에 실거주하지 않고 있으며, 절반은 다주택자로 확인됐다. 이들은 보유한 다른 주택에 거주하거나 전세·반전세로 생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주하지 않는 10명은 ▲이규연 홍보소통수석비서관(전세 거주) ▲봉욱 민정수석비서관(본인 명의 거주) ▲최성아 해외언론비서관(부부공동 명의 거주) ▲김상호 보도지원비서관(공동 명의 거주) ▲이태형 민정비서관(공동 명의 거주)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반전세 거주) ▲김현지 전 총무비서관(현 제1부속실장·전세 거주) ▲이성훈 국토교통비서관(배우자 명의 거주 추정)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전세 거주)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전세 거주) 등이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뉴스1

지난 1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뉴스1



해당 고위공직자 10명 중 절반은 본인 혹은 배우자 명의로 토허구역 내 2가구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봉욱 비서관은 본인 명의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다세대주택(133.38㎡), 성동구 옥수동 옥수하이츠(114.78㎡ 중 32.13㎡)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옥수하이츠를 임대 중이다.

최성아 비서관은 배우자와 공동으로 서울 성동구 금호동1가 금호삼성래미안(59.95㎡), 중구 순화동 덕수궁롯데캐슬(116.54㎡)을 가지고 있다. 두 주택 중 본인 명의로 금호삼성래미안의 세를 내 줬다. 최 비서관은 토허구역 외 본인 명의의 강원도 속초 복합건물(대지 8.65㎡ 건물 39.13㎡), 배우자 명의의 충청북도 영동군 단독주택(대지 1844.00㎡ 건물 113.40㎡)도 보유 중이다.

김상호 비서관은 부부 공동 명의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다세대주택 6가구, 광진구 구의동 신원빌라트(244.13㎡)를 가지고 있다. 이 중 대치동의 다세대주택들은 세를 주고 있다.


이태형 비서관은 부부 공동으로 송파구 잠실동 우성아파트(160.74㎡), 배우자 명의의 경기 과천시 중앙동 다가구주택(대지 255.20㎡ 건물 395.28㎡)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과천의 다가구주택을 임대 중이다. 과천은 이번 10·15 대책을 통해 토허구역으로 신규 지정됐다.

이성훈 비서관은 배우자 명의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다가구주택(부분 명의)과 강남구 도곡동 역삼럭키(부분 명의)가 있다. 또 부부 공동명의로 세종특별자치시 나성동의 아파트(112.59㎡)가 있다. 이중 대치동 다가구주택과 세종시 아파트는 세를 주고 있었고, 별도로 배우자 명의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65.95㎡)의 다세대 전세가 있다.

위성락 실장은 지난 3월 국회의원 재산공개를 통해 서울 강동구 고덕동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97.00㎡)을 본인 명의로 보유 중임이 확인됐다. 신고 당시 이를 임대하고 있고, 본인 명의로 성동구 도선동 한성아펠타워(오피스텔·20.18㎡)에서 전세를 살고 있다. 위 실장의 배우자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창보리버리치2 오피스텔을 보유 중이다. 배우자 명의의 오피스텔이 주택용인지, 사무용인지는 재산신고 내용 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어, 위 실장의 토허구역 내 다주택자 유무는 확정지을 수 없다. 다만 위 실장은 신고 재산 중 본인을 비롯해 배우자·자녀들의 명의의 부동산(토지·건물 등)이 총 18건으로 공개 당시 화제가 된 바 있다. 토허구역 내에 본인·배우자 소유의 건물(주택·상가·오피스텔 등)로는 5건을 신고했다.


물론 해당 고위공직자 10명이 토허구역 내 보유 주택에서 실거주 기간을 모두 채우고 임대인으로 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 고위공직자라고 해서 자유롭게 주택을 매수·매도하는 것에 제한을 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다만 일반 국민의 거주 이전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대통령실 고위공직자들은 규제를 피해 혜택을 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5일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곳(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수정구·중원구, 수원시 영통구·장안구·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 등을 ‘토허구역’으로 확정했다. 토허구역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막기 위한 조치로, 실거주 의무가 발생한다. 집값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일명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국토교통부는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고위공직자들도 자유롭게 주택을 거래할 수 있지만, 규제로 오르는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합리적인 정책을 하지 못하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갭투자도 정상적인 전세공급의 수단으로, 이를 범죄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한편 과거 문재인 정부는 20여 차례의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다주택자인 고위공직자에게 주택 매도를 권고했다. 부동산 안정을 위해 국민에게 살지 않는 집은 팔 것을 재차 요청하면서 고위공직자들도 이를 실천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임기 말기까지 다수의 고위공직자가 다주택으로 남아 ‘내로남불’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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