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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사퇴-재임명 반복한 프랑스 새 총리 불신임안, 결국 부결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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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사퇴-재임명 반복한 프랑스 새 총리 불신임안, 결국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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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16일 파리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정부 불신임안 표결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르코르뉘 총리는 사임 나흘 만에 재임명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의회의 불신임 표결에 직면했다. 극좌 굴복하지 않은 프랑스(LFI)와 극우 국민연합(RN)이 각각 불신임안을 발의으나 사회당(PS)이 불신임에 반대하면서 르코르뉘 총리는 간신히 실각 위기를 넘겼다. /AFP 연합뉴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16일 파리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정부 불신임안 표결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르코르뉘 총리는 사임 나흘 만에 재임명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의회의 불신임 표결에 직면했다. 극좌 굴복하지 않은 프랑스(LFI)와 극우 국민연합(RN)이 각각 불신임안을 발의으나 사회당(PS)이 불신임에 반대하면서 르코르뉘 총리는 간신히 실각 위기를 넘겼다. /AFP 연합뉴스


불신임된 총리를 이은 새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퇴, 사퇴한 총리의 재임명, 그리고 또 이어진 총리 불신임 투표. 모두 불과 열흘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내년도 긴축 예산안과 연금 개혁, 그리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을 둘러싼 극단적인 정치 갈등으로 인해 프랑스 정치가 드라마틱한 소용돌이를 겪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16일 오전 11시 극좌 굴복하지 않은 프랑스(LFI)와 극우 성향의 강경 우파 국민연합(RN)이 발의한 총리 불신임 표결을 했다. 하원 과반수(577석 중 289표)의 찬성 투표가 필요한 가운데, 각각 271표와 144표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쳐 불신임안이 부결됐다. 좌파 사회당(PS) 소속 의원 대다수가 투표에 불참한 것이 승부를 갈랐다. 이에 따라 르코르뉘 총리는 일단 실각 위기를 넘기고 정국 혼란의 원인이 된 내년도 긴축 예산안 등 본격적인 국정 추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프랑스는 지난 11개월 새 벌써 3명의 총리가 불신임되는 사태를 겪었다. 지난해 12월 미셸 마르니에 총리가 올해 긴축 예산안을 추진하다 불신임됐고, 뒤이은 프랑수아 바이루 정부는 내년도 긴축 예산안을 추진하다 지난달 9일 또 의회에 불신임됐다. 새 총리가 된 르코르뉘 총리는 이달 5일 새 내각 명단을 발표했으나 야당은 “전 정부와 달라진 게 없다”며 협조를 거부했고, 르코르뉘는 바로 이튿날 사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10일 르코르뉘를 총리로 재임명하는 강공을 펼쳤고, LFI와 RN은 즉각 의회에 불신임안을 제출해 반발했다.

르코르뉘는 정치적 교착을 뚫기 위해 ‘연금 개혁 중단’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의회 내 65석을 차지하면서 ‘캐스팅 보트’를 쥔 PS를 정부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야권은 마크롱 정부가 정년 2년 연장(62세에서 64세)을 골자로 한 2023년 연금 개혁에 계속 문제를 제기해왔다. 특히 사회당 지도부는 극좌 LFI와 극우 RN의 득세를 막기 위해 마크롱이 연금 개혁을 포기할 경우 ‘정치적 협조’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우파 공화당(LR) 내 강경파가 RN과 손잡고 불신임 찬성 입장을 밝히고, 사회당 내 일부도 지도부 방침에 반기를 들면서 이날 불신임 투표 결과는 쉽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결과적으로 좌·우파 내 온건 세력이 ‘총리 불신임으로 정부가 또 붕괴하면 정치·사회적 불안이 가중되고, 프랑스의 국가 신뢰도에 치명타가 된다’는 인식에 공감하면서 결국 연금 개혁 중단 약속을 믿고 정부 지지에 나섰다고 프랑스 주요 매체들은 분석했다.

지난해 조기 총선에서 여당 과반이 무너진 후 프랑스 의회는 좌파, 중도, 우파 등 그 어느 쪽도 다수를 차지하지 못한 상황이다. 범여권 212석, 좌파연합(신인민전선) 182석, RN이 123석 등으로 쪼개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리더십은 ‘독선’으로 비판받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내세운 친기업 정책은 대중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각 당의 정치적 이익을 둘러싼 이합집산이 프랑스 정치의 불안정성을 초래했다.


일단 큰 고비는 넘겼지만 ‘위기는 이제 시작’이란 분석이 많다. 유럽연합(EU)은 연금 개혁 유예가 프랑스 재정적자(5.5% GDP)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고, 신용평가사 피치도 다음 달 재검토를 예고했다. 르코르뉘 내각은 사회당과의 조건부 협력 아래 2026년도 긴축 예산안을 다시 짜야 한다. 르몽드는 “마크롱 정부의 개혁 동력은 사실상 정지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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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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