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작성 투자제안서·사원총회 자료 입수
'주주총회' 격 사원총회에서도 "점포 매각" 언급
회생 논의 땐 "16개 점포 폐점, 인력 1000명 감축"
MBK "유동성 위기서 회사 유지 위한 고육지책"
"MBK는 홈플러스 인수 때부터 부동산 처분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했는데, 맞습니까?"(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죄송합니다만, 그 부분은 제가 관여한 파트가 아닙니다"(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홈플러스 인수를 통해 부동산 개발에 초점을 맞춰온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부인해왔다. 14일 국정감사 증언대에 선 김병주 MBK 회장도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하지만 MBK가 직접 작성한 문서를 통해 수차례 부동산 활용 계획을 밝혀왔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먹튀 경영'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MBK는 인수자금 조달 당시 전환상환우선주(RCPS)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보낸 제안서와 펀드 투자자(LP)들의 의사결정기구인 사원총회 자료 등을 통해 수차례 세일 앤드 리스백(매각 후 임대), 점포 재개발 계획과 진행 상황을 밝혀온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MBK측은 '세일 앤드 리스백' 검토는 '리스크 헤지' 차원 이라는 입장이다.
15일 본보가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프로젝트 이퀄라이저' 대외비 문서를 보면, MBK는 "대상회사 부동산에 대한 부분적인 세일 앤드 리스백을 통해 전략적 가치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인수 후 초기 투자 등을 위한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문서는 홈플러스 RCPS 발행 과정에서 MBK가 2015년 9월 직접 작성한 투자제안서다.
'주주총회' 격 사원총회에서도 "점포 매각" 언급
회생 논의 땐 "16개 점포 폐점, 인력 1000명 감축"
MBK "유동성 위기서 회사 유지 위한 고육지책"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들으며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
"MBK는 홈플러스 인수 때부터 부동산 처분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했는데, 맞습니까?"(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죄송합니다만, 그 부분은 제가 관여한 파트가 아닙니다"(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홈플러스 인수를 통해 부동산 개발에 초점을 맞춰온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부인해왔다. 14일 국정감사 증언대에 선 김병주 MBK 회장도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하지만 MBK가 직접 작성한 문서를 통해 수차례 부동산 활용 계획을 밝혀왔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먹튀 경영'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MBK는 인수자금 조달 당시 전환상환우선주(RCPS)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보낸 제안서와 펀드 투자자(LP)들의 의사결정기구인 사원총회 자료 등을 통해 수차례 세일 앤드 리스백(매각 후 임대), 점포 재개발 계획과 진행 상황을 밝혀온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MBK측은 '세일 앤드 리스백' 검토는 '리스크 헤지' 차원 이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와 입점점주협의회 등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무위 국정감사, 홈플러스 정상화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RCPS 투자자에 “세일 앤드 리스백 통해 자금조달”
15일 본보가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프로젝트 이퀄라이저' 대외비 문서를 보면, MBK는 "대상회사 부동산에 대한 부분적인 세일 앤드 리스백을 통해 전략적 가치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인수 후 초기 투자 등을 위한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문서는 홈플러스 RCPS 발행 과정에서 MBK가 2015년 9월 직접 작성한 투자제안서다.
MBK는 과거 홈플러스가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을 택한 8개 점포 사례를 들며 "판매된 점포의 거래가는 장부가 대비 198~249% 높은 수준이었다"고 소개했다. 앞서 홈플러스가 인수한 홈에버 사례를 들면서도 "인수 당시 35개 점포 중 18개만이 완전한 자가 소유 형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밸류에이션에 피인수됐다"고 밝혔다. 인수 당시부터 투자자들에게 세일 앤드 리스백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에 대해 MBK측은 "투자자들에게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일부 점포를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리스크 헤징'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BK는 이런 자산 유동화가 매년 실적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다. MBK는 2019년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홈플러스 운용보고' 자료에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로 "매각 후 재임대 등에 따른 임대료 증가"를 들었다.
시각물=이지원 기자 |
펀드 투자자에게도 안산·중계 콕 집어 "부동산 재개발"
MBK는 투자자들에게 부동산 유동화 실적과 기존 점포 재개발 추진 계획에 대해 수시로 밝혀왔다. 2019년 ‘홈플러스 운용보고’ 자료에선 "지속적 자산 유동화와 현금 운용에 기반해 차입금을 상환해 왔으며, 2019년 9월까지 2조3,000억 원을 상환했다"고 밝혔다. MBK는 같은 보고서에서 "기존 점포 중 일부는 주거용, 사무용 시설로의 재개발 가능성이 존재하고, 시행사·건설사와 함께 점포 재개발 타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18년 매각한 부천중동점 개발 사례를 들며, 개발을 추진 중인 사례로 안산점과 중계점을 제시했다.
기업의 '주주총회' 격인 투자자 사원총회 자료에도 MBK는 부동산 매각을 언급했다. 2020년 6월 사원총회 보고자료에서는 "25개 점포는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점포들로 합산 2조8,000억 원~3조4,000억 원의 개발가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2022년 5월 사원총회 자료에서도 "향후 (누적) 1조 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재무 구조 개선을 더욱 가속화할 예정"이라고도 설명했다.
MBK홈플러스회생적자점포폐점계획. 시각물=박종범 기자 |
'자구책'도 점포 폐점·매각
올해 초 회생신청을 논의할 당시에도 점포 매각·폐점 언급은 빠지지 않았다.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현금흐름을 개선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다.
실제 MBK는 회생신청을 결정한 올해 3월 4일 '홈플러스 업데이트' 자료를 통해 자가 점포 8개, 임차 점포 8개를 2025~2026 회계연도 중 폐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16개 매장 폐점에 따른 임차료와 인건비, 점포 운영비용 등 비용 절감 효과는 연간 1,159억 원으로 추산했다. 폐점되는 점포 인력은 인근 다른 점포로 재배치한다고 설명했지만 '전체 점포 인력이 1,041명 줄어드는 효과'도 강조했다.
이에 더해 '점포 추가 매각'도 회생 방법으로 꼽았다. MBK는 "딜로이트를 통해 점포별 입지, 시장, 개발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각 가치가 높은 자산 33개를 식별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중계점, 정관점, 동광주점, 유성점 등 4개 점포를 ‘2025~2026 회계연도 매각 대상 소유점포 후보’로 꼽으면서 이들 점포 매각 대금으로 3,548억 원을 제시했다.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홈플러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부 자산 매각, 폐점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게 MBK측의 설명이다. MBK 관계자는 "유동성이 메말라가고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며 "폐점되는 점포 인력을 재배치 하면서 신규 고용이 줄면 전체 인력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회생신청 전후로 MBK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정치권과 해당 점포 입점주 등 이해당사자들을 중심으로 '손실의 사회화'라는 비판이 여전하다. 전날 국정감사에서도 홈플러스 매각을 위해 김 회장이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는 압박이 이어졌으나, 김 회장은 "개인과 법인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MBK가 스스로 작성한 내부문건에서도 그동안 주장해 온 홈플러스 기업가치 향상이 아닌 부동산에만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홈플러스가 포함된 3호와 3-2호 블라인드 펀드에서 챙긴 1조2,000억 원의 보수를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