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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양평군 공무원 조서 열람 불발… 노조 "강압수사 또 있었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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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양평군 공무원 조서 열람 불발… 노조 "강압수사 또 있었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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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수사 중 사건... 공개시 직무수행 곤란"
의뢰인 사망 뒤 위임계약 효력 상실 판단도
항의 방문한 전진선 양평군수, 특검보 면담
공무원노조 "특검, 실무 담당자도 강압수사"


13일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웨스트빌딩 앞 인도에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다 숨진 채 발견된 양평군 공무원 A씨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이 분향소는 신자유연대와 국민의힘평당원협의회 관계자들이 설치했다. 박시몬 기자

13일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웨스트빌딩 앞 인도에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다 숨진 채 발견된 양평군 공무원 A씨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이 분향소는 신자유연대와 국민의힘평당원협의회 관계자들이 설치했다. 박시몬 기자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특검 조사를 받은 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양평군 50대 공무원 A씨의 진술조서를 열람하게 해달라는 변호인 요청을 거부했다. 수사 중인 사건의 조서는 '비공개 대상'이라는 원칙론을 들었다. 특검팀은 항의 방문한 양평군수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다른 양평군 공무원도 특검의 강압수사를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김건희 특검팀은 15일 A씨를 대리하는 박경호 변호사(국민의힘 대전 대덕구 당협위원장)의 피의자신문조서 등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에 대해 전날 '비공개' 결정하고 사유와 함께 서면 통보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조서 공개 시 수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의뢰인(A씨) 사망으로 박 변호사와 위임 관계가 종료됐다고 불허 사유를 기재했다. 정보공개법은 진행 중인 수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경우 비공개 처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특검팀은 전날 박 변호사의 변호인 선임계와 조서 열람복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박 변호사는 이날 광화문 특검 사무실 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팀에서 조서 열람을 허가하면 고인(A씨)이 말한 내용이 조서에 기재돼 있는지 보고 위법하게 수사한 수사관을 상대로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가혹행위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검팀이 억지로 기억에도 없는 진술을 박아놓고 조서를 꾸몄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이달 8일 A씨를 만나 사건을 수임했다고 설명하며 변호인 선임신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의뢰인 사망 뒤 접수된 변호인 선임계인 만큼, 판례를 토대로 위임계약의 법적 효력이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박 변호사는 이날 본보 통화에서 "결정문을 살펴본 뒤 향후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A씨 유족 측이 조서 열람을 신청하더라도 특검팀은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들어 거부할 공산이 크다. 양평군 단월면장(사무관급)으로 일하던 A씨는 이달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건희 여사 일가의 공흥지구 개발 사업 특혜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은 지 8일 만이다. 그는 2016년 양평군 지가관리팀장으로 개발부담금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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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급 실무담당자도 강압수사 토로"



전진선 양평군수가 14일 경기 양평군청 별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를 받은 후 숨진 채 발견된 공무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진선 양평군수가 14일 경기 양평군청 별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를 받은 후 숨진 채 발견된 공무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A씨 이외에 다른 양평군 공무원도 강압수사에 괴로움을 토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시 A씨와 같은 부서에서 개발부담금 업무를 맡은 7급 공무원 B씨의 사례를 전했다. 8월 말부터 총 5차례 변호인 없이 특검 조사를 받은 B씨에게 수사관이 "과장이 조사에서 다 말했다"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하면 징역형이고 구상권을 청구할 건데 돈이 있느냐" "구속수사하려다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압박·회유했다는 주장이다. 전공노 관계자는 "B씨가 조사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서약을 강요받았다고 한다"며 "4년 전 감사에서 지적돼 단순 법률 착오로 끝났고 경찰도 무혐의 판단한 사안을 특검이 무리하게 조사한다"고 말했다. 전공노는 내주 초 노조 차원의 특검 항의 방문도 검토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강압 수사는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정면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모든 주장을 일일이 확인해 반박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조사내용 발설 금지' 서약은 수사보안상 통상적인 조치이며, 플리바게닝(형량 거래) 조항을 도입한 만큼 정당한 수사기법이라는 취지다. 또 국고손실 혐의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다루지 않은 새로운 법리라서 중복수사가 아니란 게 특검팀 시각이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이날 특검팀 사무실을 항의 방문해 '공흥지구' 사건 담당 특검보와 면담했다. 전 군수는 A씨 사망에 유감을 표하면서 향후 양평군 공무원 조사가 계속된다면 세심하게 배려해 줄 것을 요청했고, 특검보도 겸허히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