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동아일보 언론사 이미지

프랑스 총리, 연금 개혁 중단 공식 제안…“2년뒤 대선 이후로 연기”

동아일보 파리=유근형 특파원
원문보기

프랑스 총리, 연금 개혁 중단 공식 제안…“2년뒤 대선 이후로 연기”

서울맑음 / 6.7 °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교착 상태인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14일 야권에 연금개혁 중단을 공식 제안했다. 야권과 진보 진영의 거센 반발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역점 정책 중 하나인 연금 개혁을 일단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르코르뉘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연금개혁을 2027년 대선 이후로 연기할 것을 의회에 제안하겠다. 2028년 1월까지 정년 연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대선은 2027년 4, 5월에 치러지는데 이 때 선출된 새 정부에 연금 개혁의 키를 넘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마크롱 정권은 치솟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연금 수령을 시작하는 정년 연령을 기존 62세에서 매년 3개월씩 늘려 2030년 64세까지 늦추겠다는 방안을 2023년 9월 도입했다. 또 연금을 100% 받기 위한 최대 가입 기간도 2027년부터 43년으로 1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보험료를 더 내고 지급 시기 또한 더 늦어지는 ‘마크롱표 연금 개혁’에 대한 야권과 국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연금 개혁을 중단하면 2026년 4억 유로(약 6630억 원), 2027년 18억 유로(약 2조9860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 이에 르코르뉘 총리는 “우리는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다른 곳에서 아껴야 한다”며 재정적자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최측근인 르코르뉘 총리는 전임 프랑스와 바이루 전 총리가 의회(하원) 불신임으로 실각한 뒤 임명됐다. 하지만 그 역시도 야당의 반발 속에 임명 27일 만에 사임했다가 나흘 만에 재임명된 상황. 현재 마크롱 대통령과 르코르뉘 총리는 내년도 정부 지출을 300억 유로(약 50조 원) 절감하는 긴축 재정안을 통과시켜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5.8%인 재정적자 비율을 4.7%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연금개혁 중단 카드에도 야권이 마크롱 정부에와 내년도 긴축 재정안에 대한 거센 반발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야권에서 온건 좌파 성향인 사회당은 연금개혁 중단 계획에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극우, 극좌 성향의 정당들은 15일 르코르뉘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 발의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프랑스 인근 벨기에에서도 연금 개혁과 긴축 재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와 총파업이 14일 발생했다. 벨기에 주요 노조는 이날 수도 브뤼셀 북역과 남역 사이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최소 8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여파로 브뤼셀 공항, 샤를루아 공항의 항공편과 시내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이 대부분 중단됐다. 벨기에는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5.5%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높다. 이에 벨기에 정부는 은퇴 연령을 기존 65세에서 2030년까지 67세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내용의 연금 개혁을 추진 중이다. 또 프랑스처럼 재정 적자 줄이기에도 관심이 많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