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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 ‘상업용 전세’ 소멸…주택도 ‘전세→월세’ 정착토록 정책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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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 ‘상업용 전세’ 소멸…주택도 ‘전세→월세’ 정착토록 정책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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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영 명지대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인문캠퍼스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상영 명지대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인문캠퍼스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상영 명지대 교수(부동산학과)는 한국에서 풀기 가장 어렵다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시장과 이론을 모두 잘 아는 드문 학자다. 이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99년 부동산시장 조사업체인 부동산114를 창업해 10년간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2010년부터 명지대에서 부동산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해도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주택시장이 근본적인 변곡점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주택공급 방식이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나름의 역할을 했으나 2010년대 이후 저성장과 저출산·고령화 등 경제·사회 구조 변화로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그는 “주택정책은 시간 지체 산업이라 불릴 정도로 장기적인 결과물로 나타나는데도 정책당국이나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조급증에 걸려 있다”며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하면서 더 강력한 정책을 내세우지만 그 효과는 매우 모호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제는 ‘주거체제’라는 관점에서 장기적인 효과가 확실한 검증된 정책을 구사해야 할 때라고 보고 있다. 주거체제는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국가가 주택 생산과 소비 체계를 관리함으로써 주거권에서 소외되는 국민을 최소화하려는 시스템을 말한다. 경제·사회 구조가 바뀐 만큼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대안의 주거체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최근 논문에서 구체적으로 내집마련 방법, 공공임대 비율, 민간임대차 방식, 주택공급 체계, 부동산 세제 등 5개 영역별 대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가 생각하는 대안을 듣기 위해 서울 명지대 인문캠퍼스에서 9월26일 인터뷰했으며, 이후 이메일로 추가 인터뷰를 했다.



― 서울 강남과 이른바 한강벨트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다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 . 6·27 수요대책 이후 일시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다시 상승 압력이 커지는 것 같다 . 현재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지방시장과 달리 주택에 대한 수요가 항시적으로 존재하는 공급부족 시장이고, 지난 수년간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인허가와 착공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지난 3년간 주택 공급은 정부 목표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심각한 신규 공급 부족 상태에 있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때 인허가 물량의 입주가 최근 있었지만, 이제 이마저 끝나가는 상황이어서 6·27 대책에도 불구하고 공급 부족에 의한 주택가격 상승 압력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9·7 공급대책을 내놓으면서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키려 했으나 시장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보는 것 같다. 특히, 한국주택토지공사(LH) 중심의 공공 주도 공급 대책이 목표한 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는 것 같다. 이 대책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 수도권 135만호는 지난 정부에서도 비슷한 물량을 제시한 바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공감대가 큰 목표량인 듯하다. 공공이 적극적으로 이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시행까지도 하겠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공공과 민간의 역할은 분명히 다른 것이고, 공공의 최우선 역할은 공공임대를 공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간과의 관계에서는 민간의 공급을 촉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초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안은 지나치게 공공이 주도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민간의 공급을 어떻게 촉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 전세 대출과 관련해서 정부가 주거복지 차원에서 공적 금융기관을 통한 보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전세가격을 올리고, 이는 다시 매매가격을 밀어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전세대출은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가



“ 전세는 월세와 비교해서 저렴한 거주방식이고, 정부도 전세를 주거복지 제도로 사실상 인식하고 지원해 왔다. 그 결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과정에서 전세는 무이자 레버리지로 활용되었고, 전세 대출은 이를 뒷받침하면서 집값을 상승시켰다. 이러한 전세레버리지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액 전세대출은 제한하고 장기적으로 내집마련에서 전세레버리지를 대신할 대안적 주택담보대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세제도가 과거엔 주거 사다리로서 역할을 했으나 2010년대부터 주택 투기의 레버리지 수단으로 주로 이용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전세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전세제도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가진 독특한 임대차 제도이고, 그 장단점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가 지나치게 전세 위주로 각종 제도를 운영하면서 전세의 단점을 키워온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임차인의 대항력 제도가 무력화되면서 전세 사기가 빈발했다. 결국 확정일자를 받더라도 전세자금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전세금을 보호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나마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세권이나 임차권 등기 제도가 있지만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전세계약 시 전세권 등기를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세금을 맡기면서 집에 대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 방식으로 전세금을 보호하기 어렵다.



전세제도는 월세와의 형평성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월세는 임대소득세가 부과되는 반면에 전세는 3주택 이상이 아니면 과세되지 않는 임대소득세 제도가 대표적으로 형평성을 잃은 제도 사례다. 전세나 월세가 과세나 대출, 보증에서 동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 과거 상업용 시장에도 전세가 존재했지만, 1997년 IMF 위기를 겪으면서 전세는 사실상 소멸되었고, 글로벌 스탠다드로 상업용 시장 월세가 정착되었다. 결국 주택에서도 전세의 월세로의 전환을 통해 장기 임대차시장이 정착되도록 정부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다주택자를 주택시장 불안의 주요인으로 보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대신에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선 양도소득세나 보유세에서 혜택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서울 강남권에 대한 투기 수요를 불러왔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다주택자라는 표현은 집을 여러 채 보유했다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매우 문제가 많은 기준이다. 우선 다주택자 중 상당수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임대사업자로서의 규정을 동시에 받는 것이기 때문에 주택정책에서 큰 혼선을 초래한다. 다주택자가 가진 자산의 합계가 1가구 1주택을 가진 경우와 비교해서 더 큰 자산인지도 불명확하다. 소위 똘똘한 한 채 현상은 이처럼 모호한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자본 차익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수도권 지역에 수요가 폭증한 결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수도권 주택가격은 그 가치 이상으로 높아지고, 지방의 경우는 수요가 부족하게 되면서 미분양이 폭증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개인의 지방 세컨하우스 수요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임대사업을 장려해서 지방 주택 소유를 늘려야 한다.”



― 우리나라 주택정책을 보면, 정부의 주택정책이 과연 시장에 먹혀들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강력한 수요대책을 내놨다고 하지만 효과는 일시적이다. 공급대책을 내놔도 국민이 반신반의한다. 그러다 보니 수도권 인기 지역의 가격은 계속 오른다. 뭔가 정부 정책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인가



“ 주택정책만큼 복합적 요소가 작동하는 정책은 없을 것이다. 주택시장은 시간 지체(time lag) 산업이라고 불릴 정도로 단기 처방이 어렵고, 장기적인 결과물로 나타난다. 그만큼 근본적 처방과 인내가 중요하다. 그런데 정책당국이나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조급증이 있다. 오늘 대책을 발표하면 내일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식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한 주만 지나면 주택가격 동향이 발표되고, 정책의 성과를 논한다. 적어도 정책의 효과는 수년 후에 알 수 있지만, 아무도 이런 인내심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하면서 더 강력한 정책을 내세우는 것이지만 그 효과는 매우 모호하다. 그래서 장기적인 효과가 확실한 검증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합리성을 가진 일관된 정책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 하에 정책이 구사될 필요가 있다.”



―이 교수께서는 몇몇 논문이나 보고서에서 주거체제라는 측면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거체제라는 게 좀 추상적으로 들리는데 이게 무엇이고 왜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주거체제에 대한 논의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정책적으로 검토되었고, 지자체 수준이지만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논의가 있었다. 기본적인 정신은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국가가 주택생산-소비 체계를 관리해서 주거권에서 소외되는 국민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택 소유 구성을 보면 자가와 임차가 6:4의 비율인데, 임차는 3:1 정도로 민간과 공공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구조를 어떻게 바꾸어가는 것이 주거안정에 도움을 줄 것인가? 자가를 늘려서 가자고 할 수도 있고, 공공임대를 더 늘리자고 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공공임대 비율 10%는 조만간 달성될 것으로 보여 긍정적이지만, 민간임대는 질적으로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의 협업에 의한 새로운 임대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시점은 우리나라가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 소유 구성이 변화하는 변곡점에 도달해 있다. 경제력이나 사회적 합의 면에서도 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인문캠퍼스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상영 명지대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인문캠퍼스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현재 우리나라 주거체제는 어떤 유형인가. 이 유형이 한계에 봉착했다면 어떤 요인 때문인가



“ 우리나라 주거체제는 부분적으로 자유주의나 사회민주주의적 주거체제 요소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동아시아 국가들에 나타나는 생산주의 주거체제에 해당한다. 생산주의 주거체제는 대규모 택지 조성을 위한 민간토지의 수용→조성된 택지의 민간건설사 분양→보증에 기초한 선분양 방식으로 주택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최근 들어 수도권에서 신도시 무용론과 한국주택토지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무위기 등으로 더 이상 이와 같은 포디즘적 대량생산체제는 지속하기 어렵다는 징후가 나타난다. 수도권에서 지난 3년간 주택공급이 목표 대비 50~60%밖에 달성하지 못한 점도 생산주의 주거체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주택가격의 지나친 상승, 건설비용의 급증,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인구감소 등 주택시장 환경이 과거와 같은 대량생산체제의 필요성과 현실성을 현저히 감소시켰다. 주택시장의 양적 성장보다는 품질과 임차인 보호 등 주택시장의 질적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 우리보다 앞서 선진국에 진입한 국가들은 주로 어떤 주거체제를 갖고 있는가



“ 미국이나 일본은 자유주의 주거체제로 공공임대는 저소득층을 위해 최소한의 수준으로 제공되고, 민간임대시장은 임대소득에 기반한 월세로 이용되고 있다. 자가주택에 대해서는 모기지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이용해 수월한 주택금융 제공을 통해 내집마련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체제다. 이러한 방식은 높은 주거비와 주택대출 상환 부담으로 인해 주거 안정성을 갖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같은 경우는 자유주의 주거체제보다는 좀 더 많은 공공임대와 임차인 보호, 주거복지를 실현하고 있어 보수주의 주거체제로 본다. 그렇지만 경제적 위기로 인해 영국 같은 경우는 자유주의 주거체제로 후퇴했다.



반면에 사회민주주의 주거체제가 주류인 북유럽 국가들은 주택 재고의 20~30% 수준의 대규모 공공임대를 확보해 공공임대에 대한 보편적 주거를 제공한다. 이러한 강화된 주거복지의 배경에는 오랜 기간 국가-자본-노동 간의 사회적 합의와 이를 뒷받침하는 재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만 이들 국가도 일부는 경제적 후퇴를 경험하면서 주거체제의 위기를 맞고 있다.”



― 일본은 우리처럼 생산주의 주거체제에서 자유주의 주거체제로 변화했다고 하는데 어떤 과정을 거쳤고 지금 시점에서 보면 성공적인 전환이라고 볼 수 있는가



“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때 주택의 대규모 파괴로 인해 오랜 기간 생산주의 주거체제를 유지했다. 약 40년간에 걸쳐 주택건설 5개년 계획을 통해 주택의 대량 공급에 성공했다.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재정위기가 심화하면서 90년대 후반부터는 계획 물량의 60% 수준의 공급에 그쳤다. 이에 2000년대 초 양적 공급 정책을 포기하고 주택의 질적 제고로 정책을 전환했다. 전형적인 미국식 모기지 제도에 의한 주택금융과 정당사유제(임대차 계약 종료를 임대인의 정당한 사유가 존재할 때만 인정하는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임대차 제도인 정기차가 제도 등을 도입했다. 주거체제는 경제위기로 전환이 불가피했고, 결과적으로 저렴한 공공임대는 시장에서 크게 줄어들면서 민간 시장에 의존하는 임대차 구조로 바뀌었다. 저성장과 고령화 등으로 인해 소득 증가는 크지 않은 데 비해 민간에 의존이 커진 만큼 주거비가 증가했다. 특히 인구 감소 하에 고령층의 노후 주거가 매우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 우리는 앞으로 어떤 주거체제로 이행해야 한다고 보는가



“ 생산주의 주거체제는 고도 성장기에 부족한 주택을 단기간에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된 것이고, 주택공급이 상당히 이루어진 상황에서는 양적 측면보다 질적 측면에서 품질과 저렴한 주거비가 가능하도록 주거체제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유주의 주거체제의 경우는 공공임대의 비중이 낮고, 영리 위주의 민간임대와 소득 양극화 등으로 주택가격의 폭등이 발생한다. 짧은 시간에 보수주의나 사회민주주의 주거체제로 가기 어렵다면 저렴한 임대주택 재고를 늘리고,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비영리 임대인을 육성해 자유주의 주거체제가 갖는 단점을 보완해서 더 상위의 주거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 현재 내집마련 방법으로는 선분양에 의한 청약제도와 이른바 갭투자가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데, 인기 지역 공급 부족과 주택가격 양극화 현상 등 부작용이 심하다.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 주택금융과 관련해서 정책 대상을 특화하기보다는 실수요자인 생애최초구입자에 대해서 가장 우대할 필요가 있다. 전세레버리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세금을 대체할 수 있는 공적 주택금융의 제공이 필요하다. 전세금을 활용한 주택구입이 일반화된 상태에서 이를 대신할 수 있는 공적 주택금융으로는 지분적립식 대출 등 공적자금이 전세금을 대신하면서 주택에서 생기는 차익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 정부는 공공임대 비율을 8%에서 10% 수준으로 높이려고 하고 있는데 재정적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사회주택 확대도 시도는 하고 있으나 확산되지 않고 있다. 대안을 제시한다면



“ 공공주택 재고를 10%까지 늘리는 것은 현재 여건에서도 가능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상 20%까지 증가시키려고 하면 공공임대만을 가지고는 재정적 부담이나 시간상으로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임대를 활용해야 하는데 공적 가치를 추구하는 임대인집단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사회주택은 현재 1만호 이하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민간과 협력하는 제3섹터 방식의 임대사업자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주택기금이 투입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 이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러한 유형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 전통적으로 아파트는 전세, 비아파트는 월세였는데, 임대차 3법 도입과 전세 사기 등의 여파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임대료 부담이 커지는 것 같다. 민간 임대차 시장은 어떻게 개편해야 하나



“ 아파트는 전세가율이 50~70% 수준이기 때문에 전세 사기에 노출되지 않는 반면, 전세가율이 100%에 육박하는 비아파트의 경우에는 전세사고나 전세 사기에 무차별하게 노출된다. 근본적으로는 전세는 월세에 비해 저렴하기는 하나 전세레버리지나 전세 사기 등의 심각한 문제가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임대차시장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 월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월세 보조, 월세 소득공제나 보증 등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 과거엔 주로 신도시 개발로 주택 수요에 대응했는데, 2010년 이후에는 1인가구 증가 등으로 효과가 줄어든 것 같다. 주택공급 체계는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 우리나라 주택공급은 대도시 외곽의 신도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 개발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최근에는 도심 내 1인 가구 등의 도심 내 또는 인근 수요가 커지면서 대도시 내 주택공급의 필요성이 커졌다. 따라서 수요가 많은 지역에 재개발·재건축, 리모델링, 상업용 건물의 주거용 전환 등을 통해 다품종 소량 생산의 방식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 큰 틀에서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라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면서 지금은 방향성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지경이 됐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가



“ 부동산 관련 세제가 우리나라에서는 부유세 내지는 투기억제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주택경기에 따라 수시로 변동하거나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누진과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지만 거래단계 세금(취득세, 양도소득세)을 올리는 것은 거래를 위축시키고, 동결 효과를 발생시켜 거래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주택가격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 거래단계 세금은 낮추고 보유단계 세금을 올리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재산세의 경우는 원리적으로는 지방정부의 교육이나 공공서비스를 받는 대가로 지역민이 내는 재원이어야 한다. 따라서 재산세는 지방재정 재원과 연계된 형태로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우리나라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로 이원화돼 있다. 더욱이 재산세의 공시가와 공정시장가액 비율 등 세율과 무관한 복잡한 과표 산출 과정이 부동산 유형 간 형평에 맞지 않는 상황을 초래한다. 따라서 재산세 과표를 부동산 종류와 무관하게 형평성 있는 과표로 마련하고, 이를 기초로 적정한 세율 체계를 제도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와 같은 주택 과세방식은 부동산자산에 대한 왜곡된 과세체계를 초래한다. 주택에 비해 부의 형성과 규모 면에서 훨씬 영향이 큰 상업용 부동산은 과표산출 방식이 주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낮은 과표가 산출되고 있다. 부동산세제는 주택만이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을 포함한 포괄적인 부동산세제로 개편해야 한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인문캠퍼스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상영 명지대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인문캠퍼스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주거체제 전환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작업으로 보인다. 현재 과열되고 있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대책도 필요해 보이는데 ,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놔야 할까



“9·7대책의 아쉬운 부분이 민간의 공급촉진책이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결국 민간 영역에서 공급을 늘리려면 재개발, 재건축 촉진과 더불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의 해결이 중요한 과제다. 주민 분담금을 어떻게 줄여줄 것인지, 급등한 건설비용을 어떻게 낮추어줄 것인지와 같이 시장참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상업용 부동산의 주거용 전환과 같은 대규모 공실을 활용한 주택공급책도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월29일 민간 중심의 정비사업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속통합기획 2.0’을 발표했다. 정비사업 기간을 최대 6.5년 줄여 2031년까지 31만호를 착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 대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신속통합기획 2.0’은 서울의 재개발, 재건축의 최대 걸림돌을 사업기간 장기화 문제로 보고 이를 줄이는 것으로 적절해 보인다. 다만, 지자체가 공급 물량 목표를 정하는 것은 주택을 신속히 공급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수요자들의 과도한 관심을 유발할 수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주택공급의 지역과 규모 제시보다는 중앙정부와의 협력 하에 조세·금융 등을 포함한 다양한 공급촉진책을 수립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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