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마다가스카르 의회 대통령 탄핵 의결… 군부가 정권 장악

한국일보
원문보기

마다가스카르 의회 대통령 탄핵 의결… 군부가 정권 장악

서울맑음 / 4.7 °
라조엘리나 대통령 이미 두바이로 피신
군부 "의회 제외한 모든 정부기관 해산"
네팔 이어 'Z세대 시위'로 또 정권 붕괴


마다가스카르 정예부대 캡사트(CAPSAT)의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이 14일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의 탄핵 의결 후 군부가 정권을 장악했다고 선언하고 있다. 안타나나리보=로이터 연합뉴스

마다가스카르 정예부대 캡사트(CAPSAT)의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이 14일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의 탄핵 의결 후 군부가 정권을 장악했다고 선언하고 있다. 안타나나리보=로이터 연합뉴스


마다가스카르 의회가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 탄핵을 의결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젊은 층이 주도하는 반(反)정부 시위에 군이 가담하자 탄핵 전 나라를 떠났다. 탄핵 이후 정권을 장악했다고 선언한 군부는 의회를 제외한 모든 국가기관을 해산했다. 네팔에 이어 마다가스카르에서도 'Z세대 시위'로 정권이 붕괴된 것이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 의회는 이날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직무를 포기했다"며 전체 의원 163명 중 130명의 찬성으로 탄핵안을 가결했다. 탄핵 의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109명)를 훌쩍 넘겼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전날 마다가스카르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군용기를 타고 마다가스카르 인근 프랑스령 레위니옹섬으로 갔다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향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중계한 연설에서 "군인과 정치인들이 나를 암살할 계획을 세웠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14일 자신의 탄핵을 막기 위해 의회 해산령을 내렸지만, 의회는 이에 굴하지 않고 탄핵안을 가결했다.

14일 탄핵이 의결된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이 2023년 6월 프랑프 파리 엘리제궁을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14일 탄핵이 의결된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이 2023년 6월 프랑프 파리 엘리제궁을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던 군은 정권을 장악했다. 육군 행정·기술 장교로 구성된 군 정예부대 캡사트(CAPSAT)의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은 대통령 탄핵 의결 후 국영 라디오를 통해 "우리가 권력을 잡았다"고 선언했다. 이후 의회를 제외한 모든 국가기관을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CAPSAT는 지난 11일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발포 명령을 거부한다"며 시위대 편에 섰다. 2009년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쿠데타로 권력을 잡을 당시 CAPSAT가 그를 지원했던 점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한 결말이다.

만성적인 전력·수도난을 겪고 있는 마다가스카르에선 지난달 25일부터 청년층을 중심으로 정부의 부패와 빈곤 등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유엔은 이번 시위로 최소 22명이 숨졌고 1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Z세대 주도 시위에 따른 정부 붕괴는 마다가스카르가 두 번째다. 앞서 네팔에서도 Z세대 시위로 정부가 무너졌다. Z세대가 주도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최근 인도네시아, 모로코, 페루, 파라과이 등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