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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캄보디아 비극에 뒷북치는 정부

매일경제 박자경 기자(park.jakyu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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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캄보디아 비극에 뒷북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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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경 사회부 기자

박자경 사회부 기자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접수된 캄보디아 내 한국인의 취업사기·감금 피해는 330건에 달한다. 이전까지 연간 10~20건에 그치던 한국인 대상 범죄는 2024년 220건으로 크게 늘어난 뒤 올해는 그 두 배를 훌쩍 넘어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교민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경고하는 글이 예전부터 심심찮게 올라왔다. 베트남 호찌민에 거주하는 한 네티즌은 "한인 식당 등에서 환전을 부탁하며 접근해 오는 사람들을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시아누크빌에서 감금 피해자들을 구조한 오창수 선교사도 "캄보디아 국제공항에 피해자들이 내리자마자 중국 조직원들이 봉고차에 태우고 구타한다"며 "여권이나 휴대폰을 탈취해 범죄단지로 끌고 가는 일이 반복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대응은 한참 늦었다. 피해가 급증하던 지난해 정부는 현지 경찰과의 공조 체계나 구조 매뉴얼을 마련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최근 여론이 들끓고 나서야 뒤늦게 대책 회의에 나섰다.

현지 대사관이 피해자들의 구조 요청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도 문제다.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현지 경찰에 구조를 요청하는 방법만 안내하고 있다. 대사관의 안내대로라면 피해자들은 '구조를 원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동영상'을 찍어 캄보디아 경찰에 텔레그램으로 직접 연락해야 한다. 대사관이 도움이 안 되자 답답한 마음에 한인회에 SOS를 치기도 한다. 정명규 캄보디아 한인회 회장은 "탈출을 도와달라는 전화를 일주일에 5건에서 10건은 받는다"고 말했다.

자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타국은 이미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재작년 수사관 50명을 캄보디아에 파견해 보이스피싱범 19명의 신병을 넘겨받았다. 반면 우리 경찰은 올해 20건의 국제 공조 요청 중 30%(6건)의 회신만 겨우 받았다.


자국민 보호는 국가의 책무다. 캄보디아 정부의 무능을 탓하기 전에 한국 정부가 왜 자국민의 안전을 지켜내지 못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사후 대응이 아닌 예방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박자경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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