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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군부 반기에 생명 위협 느낀 마다가스카르 대통령 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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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군부 반기에 생명 위협 느낀 마다가스카르 대통령 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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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각)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자택에서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실 공식 페이브북 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각)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자택에서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실 공식 페이브북 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남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진행 중인 ‘제트(Z) 세대’(1997~2012년생·젠지)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군이 동참하면서 군부 쿠데타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이 “신변 안전”을 이유로 피신했다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각) 로이터·아에프페(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안드리 라조엘리나(51)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으로 중계한 대국민 연설에서 “지난달 25일부터 나의 생명을 노린 암살·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일부 군 관계자들과 정치인들은 나를 암살하려 했다”며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곳을 찾아야 했다”고 피신 사실을 밝혔다. 피신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이어 그는 “헌법에 따라서만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며 “해결책을 찾기 위한 임무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임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앞서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실은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국영방송을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방송은 두 차례 지연됐고 영상은 소셜미디어에만 공개됐다. 프랑스 공영 국제라디오방송 에르에프이(RFI)는 프랑스 시민권자인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논의 뒤 프랑스 군용기를 타고 안타나나리보를 떠나 두바이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최빈국 중 한 곳인 마다가스카르는 지난달 25일부터 수도 안타나나리보 등지에서 젊은 층이 주축이 된 반정부 시위로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잦은 단수와 정전 문제에 항의하는 목소리로 시작된 시위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생기며 전국적으로 퍼졌다.



13일(현지시각)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 시청 앞에 반정부 시위대가 모여있다. 이들은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각)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 시청 앞에 반정부 시위대가 모여있다. 이들은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에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내각 전체를 해임하고 문제 해결을 약속하는 등 즉각적인 수습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더 격화됐다. 3주째 접어든 시위에서 시민들은 빈곤과 생계비 부족, 교육 기회 불평등 등의 누적한 문제에 항의하며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2009년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정권을 장악할 당시 핵심 역할을 했던 육군 행정·기술 장교 중심의 캡사트(CAPSAT) 부대가 지난 11일 “(대통령의) 발포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고 시위대에 합류하면서, 정권 통제력이 급격히 약화했다.



안타나나리보 시장 출신인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2009년 당시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을 축출한 군부 쿠데타 세력의 지지를 바탕으로 과도 정부 수반이 됐고, 2014년까지 권력을 장악했다. 2019년 정식 대통령으로 취임한 그는 2023년 11월 대선에서 또 당선되면서 3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이후 프랑스 이중 국적자인 것이 드러나 대통령직 박탈 위기에 놓였지만, 헌법재판소가 그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 일단락됐다.



로이터는 마다가스카르 의회 야당 대표를 인용해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이미 12일 마다가스카르를 떠났다며 “젊은 시위대가 정부를 전복한 두번째 사례”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초 네팔 청년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정권이 바뀐 바 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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