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중국적 라조엘리나 대통령, 프랑스 군용기 타고 출국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 /AP=뉴시스 |
Z세대 주도 반정부 시위가 2주 넘게 이어지는 마다가스카르의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중계한 대국민 연설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고 밝혔다. 이날 연설이 생방송인지 녹화방송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사임 요구가 거세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사임하지 않겠다며 "오직 헌법에 따라서만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지난 9월25일 물과 전력 부족 문제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는 곧 경제난과 부패, 무능한 통치, 공공서비스 부족 등 광범위한 불만으로 확산해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최대 규모 시위가 벌어진 지난 11일에는 육군 행정·기술 핵심 장교 부대인 캡사트(CAPSAT)가 '발포 명령 거부'를 선언하고 군 지휘권을 장악한 뒤 시위에 합류했다. 캡사트는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2009년 쿠데타로 집권했을 당시 그를 지지해 정권 교체를 도운 군부 핵심 세력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한 야당 의원은 캡사트가 등을 돌린 뒤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나라를 떠났다고 전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지난 12일 캡사트의 시위 합류를 "불법적인 쿠데타 시도"이며 "권력 찬탈 시도"라고 주장했다. 캡사트 부대 장교들은 쿠데타 주장을 부인하면서도 "이제부터 마다가스카르 군대의 모든 명령은 캡사트 본부에서 발령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다가스카르 안타나나리보에서 11일(현지시간) 잦은 정전과 단수로 촉발된 전국적인 청년 주도 반정부 시위에서 시위대가 마다가스카르 군용 차량 위에서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 몇 시간 전 프랑스 군용기를 타고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국영 라디오 RFI는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프랑스 시민권자이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합의 후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가 두바이로 향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과거 식민지였던 마다가스카르에 아직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게다가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2014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이중국적자다. 당시 야당은 이를 반역 행위라며 비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출국 전 일부 인사에 대한 사면을 단행했다. 이 중에는 2021년 자신을 겨냥해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유죄 판결받은 프랑스 국적자 2명도 포함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해외 도피를 도왔다는 보도에 관해 "프랑스 개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마다가스카르의 헌정 질서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다가스카르 젊은이들의 불만을 이해하지만, 군부가 이러한 불만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유엔(UN)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시위가 시작된 뒤 최소 22명이 숨졌다고 집계했으나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사망자가 12명이라고 반박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는 인구 약 3200만명 중 75%가 빈곤층이며 1인당 GDP는 1960년 독립 이후 2020년까지 45% 감소했다.
최근 네팔을 시작으로 페루, 마다가스카르, 모로코 등 전 세계에서 Z세대 주도의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이중 시위로 정부가 붕괴한 것은 마다가스카르가 네팔에 이어 두 번째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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