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단수와 정전에 청년층 분노 폭발
군대 지지 세력마저 시위대에 합류하자
생명 위협 느껴 프랑스 군용기로 출국
군대 지지 세력마저 시위대에 합류하자
생명 위협 느껴 프랑스 군용기로 출국
대국민 연설하는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 AFP 연합뉴스 |
마다가스카르에서 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항의하는 Z세대 주도 반정부 시위가 2주 넘게 이어지자 대통령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외국으로 도피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의 야당 지도자인 시테니 란드리아나솔로니아이코는 정부 관계자에 확인한 결과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전날 프랑스 군용기로 출국했으며,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협의를 거쳐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과거 식민지였던 마다가스카르에 아직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2014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이중국적자이기도 하다. 당시 야당은 이를 반역 행위라며 비판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 본인도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구체적인 장소를 밝히지 않은 채 “신변 보호를 위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오직 헌법에 따라서만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여전히 사임을 거부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 시위는 지난달 25일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가 잦은 단수와 정전에 항의하며 시작됐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내각 전체를 해임하고 국가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약속하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청년층의 불만이 부패와 무능한 통치 등으로 확산하면서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마다가스카르는 인구 약 3000만 명 중 75%가 빈곤선 이하에 있으며, 1960년 독립 이후 2020년까지 1인당 GDP는 45% 감소했다.
시위 시작 이후 강경 진압 과정에서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고 유엔은 밝혔다.
최대 규모 시위가 벌어진 지난 11일에는 수도 외곽 지역에서 육군 행정·기술 장교로 구성된 캡사트(CAPSAT) 부대가 “발포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위대에 합류했다. 캠사트 부대는 2009년 당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라조엘리나 대통령을 지지해 정권 교체를 도왔다.
이에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12일 불법 쿠데타 시도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캡사트 부대 장교들은 같은 날 쿠데타 주장을 부인하면서도 “이제부터 육군과 공군, 해군을 포함한 마다가스카르 군대의 모든 명령은 캡사트 본부에서 발령될 것”이라며 군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마다가스카르는 네팔에 이어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Z세대 주도 시위가 정부를 무너뜨린 두 번째 사례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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