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산성에서 확인된 얼음 창고 터를 내려다 본 모습.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제공 |
6~7세기 백제의 마지막 도읍 사비성이었던 충남 부여의 부소산성에서 백제 사람들이 한여름 꺼내 쓴 얼음 창고(빙고)가 발견됐다. 국립부여유산연구소는 최근 부소산성 17차 발굴조사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깊이 2.5m에 달하는 빙고 터를 찾아냈다고 13일 밝혔다.
빙고는 동서 길이 약 7m, 남북 너비 약 8m로, 조사 구역 동쪽 끝에서 확인됐다. 바닥 평면은 네모진 모양이며, 파내려간 내부 단면은 U자형을 띤다. 바닥 한가운데에 길이 230㎝, 너비 130㎝, 깊이 50㎝로 구덩이를 파고 남쪽에 깬돌을 채워놓았는데, 빙고의 얼음이 녹은 물을 흘려보내기 위한 저장고(집수정) 시설로 보인다.
백제시대 빙고 터는 현재 세종시가 된 옛 충남 연기군 나성리 유적과 공주시 정지산 유적, 부여 사비도성 부근 유적에서 발견된 선례가 있다. 연구소 쪽은 “빙고는 얼음을 오랜 기간 보관한 특수시설로, 국가 권력이 강력해야 만들고 운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충남 부여 부소산성의 얼음창고 터 근처 땅속에서 발견된 지진구 항아리의 출토 당시 모습.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제공 |
지진구 항아리 안에서 확인된 중국 고대 오수전들.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제공 |
연구소는 이와 함께 빙고의 안전을 땅의 신에게 빌며 묻은 예물(지진구)로 보이는, 중국 고대 동전 오수전들이 담긴 항아리도 빙고 터 부근의 땅속 생흙층에서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항아리는 목이 짧고, 둥근 구슬 모양 손잡이가 달린 뚜껑이 덮여 있었는데, 안에서 오수전 5점이 발견됐다. 무게가 5수(약 3.25g)인 이 동전은 기원전 2세기부터 서기 7세기 초반까지 중국과 주변 나라들에서 화폐와 위세품 등으로 쓰였다.
연구소 쪽은 이달부터 부여군과 부소산성 18차 발굴조사에 착수해 조선시대 군용식량 창고였던 성안 군창 터 서쪽 구역을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17차 조사에서는 백제 궁궐의 대지조성 흔적과 굴립주건축물(땅에 기둥을 박아 넣어 만든 건물)의 자취, 와적기단 건물 터 등을 찾아낸 바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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