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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이 하고 싶어요.”
올 시즌 ‘최고의 마무리’를 논하는 데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SSG 조병현이다. 뒷문을 맡은 지 이제 2년차. 기량이 수직 성장했다. 69경기서 5승4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1.60을 마크했다. 세이브 순위는 4위지만, 세부 지표서 가장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두 자릿수 세이브를 거둔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었을 뿐 아니라 이닝 당 출루 허용률(WHIP)도 0.89에 불과하다. 한 시즌 내내 큰 기복이 없었다는 점도 강점이다.
내친김에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PS)을 맞이했다. 2023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24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등 국제대회 경험은 있으나 가을야구는 처음이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순간이었을 터. 그럼에도 긴장보단, 설렘이 더 큰 듯했다. 무엇보다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더 신이 났다. 조병현은 “뭔가 분위기부터 다르더라. 응원소리도 더 크고, 그만큼 선수들도 더 집중하는 것 같았다”고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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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진 아무도 모르는 법. 조병현은 천국과 지옥을 모두 맛봤다. 첫 단추는 잘 꼈다.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1차전서 단 7개의 공으로 1이닝을 삭제했다. 기쁨도 잠시. 2차전서 블론 세이브를 범했다. 3-2로 앞선 9회 초 등판했으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볼넷 2개와 안타 1개를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다행히 9회 말 김성욱의 끝내기 홈런이 나오면서 충격을 최소화했다. 다소 쑥스럽긴 하지만 승리투수까지 됐다.
환희도, 아쉬움도 느꼈다. 그렇게 좀 더 성숙해져간다. 한 번의 흔들림이 있었다 하더라도, 조병현을 향한 신뢰는 굳건하다. 이숭용 SSG 감독은 준PO 2차전을 마친 뒤 “다시 세이브 기회가 오면 주저 없이 (조)병현이를 쓸 것이다. 병현이는 본인의 퍼포먼스는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병현 역시 마음을 다잡는다. “내가 올라가는 경기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후회 없이 하고 싶다. 내 공을 믿고 자신 있게 들어가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2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이 많다는 부분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서로서로 힘이 돼 준다. 단톡방에선 파이팅 메시지가 쏟아진다. 조병현은 “시즌 전부터 모두 1군에서 많이 뛰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이뤄진 것 같아 좋다”고 활짝 웃었다. 모두의 목표는 단 하나, 정상이다. 조병현은 “가장 마지막까지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그때 내가 마운드 위에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우승을 내 손으로 결정지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할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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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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