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8월2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와 구치소로 향하는 승용차로 이동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당일 국무회의가 열린 대통령실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통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다수의 문건을 소지하고 검토했으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긴밀히 논의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우두머리 방조 재판에선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이 공개됐다.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과 대접견실 앞 복도를 촬영한 영상으로 지난해 12월3일 오후 5시59분께부터 4일 오전 10시까지 촬영된 것”이라며 “총 32시간 분량”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중에서 주요 부분만 선별해 50분간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영상에서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3일 밤 9시10분께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서 계엄 선포 계획을 들은 뒤 문건을 든 채로 대접견실로 들어왔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인 밤 10시44분께에는 한 전 총리가 상의 안주머니에서 또 다른 문건을 꺼내 읽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특검팀은 “대통령의 특별지시사항이 담긴 문서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영상을 통해 한 전 총리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미리 알고 있었을 정황이 확인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이후 장관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한 뒤 밤 10시42분께 집무실로 떠났는데, 이 과정에서 이상민 전 장관에게 전화하는 모습의 손동작을 보였고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맞은편에서 이런 상황을 보고 있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단전·단수 조치를 확실히 하란 의미로 전화 모양 손동작을 보였고, 한 전 총리는 이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국무위원들이 대접견실에서 모두 나간 뒤인 밤 10시49분께 한 전 총리는 퇴실하려는 이 전 장관을 잡고 16분간 서로 가진 문건을 돌려보며 협의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밤 11시4분께에는 한 전 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로 문건을 주고받은 뒤 특정 부분을 가리켰고 한 전 총리가 바지 뒷주머니에 문건을 넣는 모습과 이 전 장관이 한 전 총리를 바라보며 웃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영상 증거조사’가 끝난 뒤 재판장이 “영상을 봤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지만 한 전 총리는 “기억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변호인을 통해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재판장이 “비상계엄은 그 자체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군인들이 무장된 상태로 투입된 상태에서 국무총리였던 피고인이 국민을 위해서 어떤 조치를 취했냐”는 질문에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획을 알지 못했다”며 “대통령의 뜻에 따라 비상계엄이 선포됐으면 최대한 빨리 해제돼야 한다는 게 모든 국무위원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재판장이 “그런 내용을 질문한 게 아니고 국민들이 무장한 군인과 대치한 상황에서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느냐”고 거듭 물었지만 한 전 총리는 “국무위원으로서 주어진 (국무)회의를 통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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