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자리에서 지켜봤다"…고성으로 시작된 법사위

조 대법원장, 인사말하고 자리 앉자 추미애 위원장, 질의응답 진행
나경원 "삼권분립 파괴는 헌법 근간 파괴…이러면 대통령도 불러야"
김용민 "자신의 재판에 무한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장에 물으려는 것"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선 법제사법위원회는 시작과 함께 여야 법사위원들 간 고성이 오가며 충돌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법사위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하면서 벌어진 설전이었다.

증인 선서에 앞서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저에 대한 국정감사의 증인 출석요구는 현재 계속 중인 재판에 대한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헌법에 맞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인사말을 하고 조 대법원장이 자리로 들어가 앉은 뒤 한 동안 침묵하던 추 위원장이 "(조희대 대법원장이)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원들은 참고해 달라"고 말한 뒤 "다음은 증인 선서를 받는 순서지만, 이를 뒤로 미루고 질의응답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3명, 국민의힘 3명, 비교섭 1명 등 7명에게 질의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때부터 국민의힘 쪽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자 추 위원장이 1명씩 양당 의사진행 발언을 하도록 했다.

의사진행 발언에 나선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위원장의 발언을 들은 뒤 심히 헌법파괴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대법원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출석하지 않고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은 건 오랜 관례였다"며 "헌법상 삼권분립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며 삼권 분립의 원칙을 우리가 파괴한다면 대한민국의 헌법 근간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장 녹취'에 대한 거 아닌가. 그 증인은 채택도 안 하고 이것은 왜 하냐"면서 "대통령 무죄 만들기 하는 거 아니냐. 관례에 따라서 대법원장 이석을 말하지 않고 민주당 질의에 답변하라고 하는 건 한 마디로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례 없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장 녹취는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 등의 비밀 4인 회동설을 말한다.

나 의원은 또 "관례에 따라 법사위를 운영해 달라. 만약에 위원장의 논리대로 한다면 저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국회의장도 상임위 국감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선출된 권력만 민주적 권력이 아니다. 헌법 권력에 의한 권력도 존중해 줄 것을 부탁 드린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김용민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에 나섰다. 김 의원은 "사법부 독립을 얘기하는데 국회법 121조 5항에 따라 대법원장에게 출석 요구할 권한이 있고 나아가 국회법 129조에선 증인으로 요구할 수도 있으며 그 요구에 누구든 따라야 한다.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니 불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독립 애기하는데 독일 연방이나 유럽 연합에선 사법부 독립에 대해 절대적이지 않고 한계가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또 "(야당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 한다고 하는데 사건 본질을 들여다 보는 게 아니라 왜 빠르게, 무리하게 진행된 건지 물어보는 것"이라며 "사실상 끝난 사건이고 대법원 판결이 끝났으며 파기 환송심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의해 사실상 종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장이 자신의 재판과 관련해 무한 책임이 있다고 했는데 그 무한책임 방식에 대해서 무엇이냐(를 물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국감과 관련한 추가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는 전제와 함께 "법관은 자신의 재판과 관련해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고 모든 판결은 공론의 장에서 건전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어떠한 재판을 하였다는 이유로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상황이 생긴다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 위축되고 심지어 외부의 눈치를 보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 무소속 최혁진 의원과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 민주당 전현희 의원,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등이 질의를 이어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모든 법관이 삼권분립의 존중을 받으려면 우리도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며 관행으로 이뤄져 왔던 국회의 국감에 대법원장이 와서 인사말과 마무리말을 하는 건 하자고 해서 한 것"이라며 "법사위원장도 관행을 존중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또 "이 자리에서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했고 여러 의원들이 하시는 말씀 들었으니 제가 답변하고 대법원장이 마무리말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석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이 과정을 지켜봤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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