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이저 우드사이드, '동해 철수' 공문 입수
"리스크 크고 경제성 낮아 추가 탐사 못 한다"
윤석열 "삼전 시총 다섯 배" 발표 2년 전 결론
석유공사, 액트지오 판단 근거로 밀어붙여 논란
석연찮은 우드사이드 철수에 "합병 때문" 핑계
김한규 의원 "무리한 사업추진에 자원개발 발목"
대왕고래 유망 구조를 품은 동해 울릉분지(제8광구, 6-1 북부광구)를 10년 넘게 탐사한 호주의 세계적 개발사 우드사이드가 2022년 7월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한국석유공사에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공식 통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삼성전자 시총의 다섯 배 가치'라고 주장하기 2년 전이다.
석유공사는 그러나 자원 개발의 맥을 잇겠다며 이를 무시한 채 사업을 밀어붙였다. 이후 유망성 평가에 43억 원, 시추에 1,0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쓴 윤석열 정부는 스스로 "사업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진행 과정도 석연찮고 결과조차 빈손이라 석유공사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고 앞으로 자원 개발을 진행하는 데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3일 한국일보가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우드사이드는 2022년 7월 27일 석유공사에 "제8광구 및 6-1 북부광구의 탐사 유망성을 검토한 결과 위험 부담이 크고 경제성이 낮다고 판단, 2기 탐사 단계에 진입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철수를 알렸다. 이 같은 내용을 넉 달 전인 같은 해 3월 석유공사에 보고했다고도 적었다. 석유공사가 이 같은 통보를 받은 내용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리스크 크고 경제성 낮아 추가 탐사 못 한다"
윤석열 "삼전 시총 다섯 배" 발표 2년 전 결론
석유공사, 액트지오 판단 근거로 밀어붙여 논란
석연찮은 우드사이드 철수에 "합병 때문" 핑계
김한규 의원 "무리한 사업추진에 자원개발 발목"
'대왕고래'로 명명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 첫 시추를 진행할 노르웨이 업체 시드릴사 소속 드릴십인 '웨스트 카펠라호'가 2024년 12월 9일 부산 영도구 외항에 정박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
대왕고래 유망 구조를 품은 동해 울릉분지(제8광구, 6-1 북부광구)를 10년 넘게 탐사한 호주의 세계적 개발사 우드사이드가 2022년 7월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한국석유공사에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공식 통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삼성전자 시총의 다섯 배 가치'라고 주장하기 2년 전이다.
석유공사는 그러나 자원 개발의 맥을 잇겠다며 이를 무시한 채 사업을 밀어붙였다. 이후 유망성 평가에 43억 원, 시추에 1,0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쓴 윤석열 정부는 스스로 "사업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진행 과정도 석연찮고 결과조차 빈손이라 석유공사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고 앞으로 자원 개발을 진행하는 데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왕고래 대박" 2년 전, 15년 파트너 "경제성 없다" 통보
호주의 세계적 자원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2022년 7월 한국석유공사에 보냈던 동해 제8광구 및 6-1 북부광구 탐사 철수 관련 이메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
13일 한국일보가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우드사이드는 2022년 7월 27일 석유공사에 "제8광구 및 6-1 북부광구의 탐사 유망성을 검토한 결과 위험 부담이 크고 경제성이 낮다고 판단, 2기 탐사 단계에 진입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철수를 알렸다. 이 같은 내용을 넉 달 전인 같은 해 3월 석유공사에 보고했다고도 적었다. 석유공사가 이 같은 통보를 받은 내용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드사이드가 동해에서 심해 탐사를 시작한 건 2007년으로 이후 탐사정 2개공(주작, 홍게)을 시추했다. 이후 대규모 가스전 발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2016년 1차 조광권 계약이 끝난 뒤 2019년 4월 2차 계약을 맺었다. 기간은 최대 10년, 석유공사와 지분은 공사와 50대 50으로 정했다. 탐사 계획은 총 3기로 짜여졌다. 우드사이드는 1기에 기존 2D 탐사 자료를 바탕으로 2021년 5월 2,071㎢ 규모의 3D 탐사도 했다.
2022년 9월 30일 한국석유공사 이사회에 부의 안건으로 제출된 '국내 제8광구 및 6-1광구 북부지역 탐사사업 지분인수안'.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
그러던 우드사이드는 이듬해 3월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5월 사업 철수 의사를 전달한 뒤 7월 통보했다. 1기 탐사는 1년, 최종 계약 기간은 6년 넘게 남았지만 얻은 이익 하나 없이 석유공사에 지분을 공짜로 넘겼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는 9월 석유공사 이사회 부의 안건에서도 확인이 가능한데 여기에는 "우드사이드는 집게, 대게 유망구조를 대상으로 3D 탐사를 실시한 뒤 구조의 트랩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나머지 지역 탐사를 포기하고 철수했다"고 적혀있다. 즉 석유가 갇힌 트랩이 있더라도 기름이 샜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당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업계 관계자는 "15년을 동해에 투자한 파트너의 이탈이었기에 석유공사의 충격은 컸다"고 전했다. 특히 우드사이드는 1992년 영국 커클랜드사가 철수한 뒤 16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2021년 말에는 국내에 하나뿐인 가스전인 동해가스전의 생산도 끝났다. 이대로 자원 개발 불씨가 꺼진다면 공사의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멈추지 않은 석유공사... 액트지오 손잡고 대왕고래 내놨다
곽원준 한국석유공사 수석위원이 2024년 6월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왕태석 선임기자 |
석유공사는 혼자서라도 추진하기로 했다. 2022년 9월 이사회 안건을 보면 공사는 탐사 지속 필요성으로 ①우드사이드 탐사 지역이 전체 광구(1만2,560㎢)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②기탐사 지역 외에도 참게·상어 등 구조트랩과 가스 부존 가능성을 보이는 지역들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이사회에서 철수와 관련해 "가능성이나 전망이 약하다고 본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지만 김동섭 사장은 "우리나라 대륙붕이라 지속적으로 (탐사) 해야 하며 우드사이드가 BHP와 합병 과정에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며 철수하게 됐지만 우리가 보기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우드사이드의 결정을 덮을 만한 명분이 필요했다"고 귀띔했다. 석유공사는 2022년 12월 해당 지역에 대한 종합기술평가를 본격 추진했고 입찰을 통해 2023년 2월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이끄는 미국의 액트지오와 계약했다. 같은 해 10월 7개 유망구조를 골랐고 이 중 시추 유망구조로 꼽힌 게 대왕고래다. 이후 2024년 4월 2차 기술평가용역 계약도 액트지오와 맺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6월 윤 전 대통령이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세상에 알리면서 진실 공방은 본격화됐다.
한국석유공사가 2023년 10월 24일 작성한 국내 동해 제8광구 및 6-1광구 북부지역 시추 기본계획안에 공사와 액트지오가 공동 평가를 통해 도출된 유망구조 및 잠정시추 위치도와 구조별 리스크 자원량이 적혀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
석유공사는 그러면서도 우드사이드로부터 경제성이 낮다는 말을 들은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발표 이후 나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곽원준 당시 석유공사 수석위원은 "철수 배경을 보면 우드사이드는 합병 논의가 지속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우드사이드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며 "합병으로 기존 추진 사업에 대한 전반적 재조정 과정에서 (철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결론은 쪽박이었다. 대왕고래에는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기대감은 배신감으로 돌아왔다. 최근 해당 광구 입찰에 BP 등 다른 메이저 개발 업체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석유공사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제 속도를 낼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지질학자는 "자원 개발은 오랫동안, 조용히,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인데 석유공사는 정반대로 갔다"며 "동해뿐 아니라 남해·한일공동개발구역(JDZ) 등 자원 개발 분야에서 할 일이 많은데 석유공사가 무리하게 추진해 이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한규 의원은 "자원개발 명맥이 끊긴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한 석유공사 때문에 자원 개발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사업 진행 과정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살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