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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 선수도 살해 협박 받나… 32년 전 기억이 생생, 감독과 레전드는 눈물겨운 호소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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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 선수도 살해 협박 받나… 32년 전 기억이 생생, 감독과 레전드는 눈물겨운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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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미치 윌리엄스는 1986년 메이저리그에 데뷔, 1997년까지 빅리그에서 활약하며 인상적인 강속구를 남긴 좌완 투수였다. 통산 9이닝당 볼넷 개수가 7.1개에 이를 정도로 제구는 형편이 없었지만, 당대 최고의 파이어볼러 투수 중 하나로 통산 192세이브를 기록했다.

제구 문제, 그리고 주자가 있을 때 견제 문제 등 여러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구위 자체는 당대 최고수 중 하나였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는 공 자체는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다. 윌리엄스는 1989년 시카고 컵스로 이적해 36세이브를 기록하며 첫 올스타에 선정됐고, 1991년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돼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었다.

필라델피아에서의 경력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이적 첫 해인 1991년 30세이브를 기록했고, 1992년에는 29세이브, 1993년은 개인 경력 최다인 43세이브를 기록했다. 필라델피아 또한 윌리엄스를 필두로 좋은 전력을 갖추고 있었고, 그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 하지만 정작 정규시즌에서 경력 최고의 시즌을 보낸 윌리엄스는 월드시리즈에서 최악의 성적을 남기며 필라델피아 팬들의 큰 원성을 들어야만 했다.

챔피언십시리즈까지는 성적이 좋았지만 정작 월드시리즈에서 결정적인 장면에 부진했다. 4차전에서 3실점을 하며 패전을 안았고, 6차전에서는 그 유명한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당시 팀이 1점 앞선 상황에서 경기 마무리를 위해 나섰던 윌리엄스는 반드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시리즈를 7차전으로 끌고 가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토론토 구단 역사상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회자되는 조 카터의 끝내기 3점 홈런을 얻어 맞은 희생양이 됐다.


열성적인 응원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리고 때로는 상대 팀 선수가 아닌 필라델피아 선수들도 언제든지 비난할 준비가 되어 있는 필라델피아 팬덤이 난리가 났다. ‘유별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윌리엄스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 윌리엄스는 살해 협박을 받고 경찰에 신고를 할 정도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편지와 전화가 쏟아졌다는 게 윌리엄스의 당시 회고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한 경찰이 신변 보호에 나설 정도였고, 한동안 윌리엄스와 그의 가족들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야 했다. 필라델피아는 1994년 시즌을 앞두고 윌리엄스를 휴스턴으로 트레이드했는데, 이는 윌리엄스가 더 이상 이 구단에서는 뛰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대로 팀에 놔뒀다가는 팀과 선수 모두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 분명했다.


그 충격 때문인지 윌리엄스는 1994년부터 급격한 내리막을 걸었다. 휴스턴 소속이었던 1994년 평균자책점 7.65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고, 1995년 캘리포니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로 이적했지만 2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75에 그쳤다.


1996년에는 아예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못했고, 1997년 캔자스시티에서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으나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80의 성적을 남긴 채 끝내 유니폼을 벗었다. 월드시리즈에서 허용한 그 홈런 이후, 윌리엄스는 메이저리그 세 시즌 동안 5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96이라는 수준 이하의 투수가 된 채 경력을 마무리했다.

윌리엄스가 소환된 것은 필라델피아의 불펜 투수 오리온 커커링(24) 때문이다. 202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커커링은 지난해 6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29, 올해 6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한 필라델피아 불펜의 핵심 중 하나다. 그러나 올해 LA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 당시 팀의 탈락과 직결되는 치명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당시 연장 11회 2사 만루에서 커커링은 앤디 파헤스를 투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공을 한 번에 잡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멀리 튀지는 않았다. 그냥 다시 잡아서 1루로 던지면 그만이었다. 실제 커커링이 공을 잡았을 때 파헤스는 홈과 1루의 절반 정도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당황한 커커링이 더 가까운 홈에 던졌고, 이 홈 송구마저 악송구가 되며 3루 주자 김혜성이 그대로 홈을 밟았다. 다저스가 3승1패로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확정하는 순간, 반대로 필라델피아는 기대를 모았던 이 시즌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순간이었다.


분노한 필라델피아 팬들이 커커링을 그냥 놔둘 리는 없었다. 경기 패배 직후 비판이 쏟아졌다. 랍 톰슨 필라델피아 감독은 경기 후 “그에게 그저 고개 들라고 했다. 순간의 압박감에 휘말린 것뿐이다. 그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있는 게 느껴지지만, 우린 팀으로 이기고 팀으로 지는 것”이라며 탈락이 그의 책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 또한 “매우 뛰어난 젊은 불펜 투수”라면서 커커링을 치켜세웠다.

투수 선배들과 소속팀과 관계없이 커커링의 비극을 공감하면서 팬들에게 지나친 비판은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마운드에서 그 압박감 넘치는 상황을 경험해봤기에, 누구보다 커커링의 심정을 이해한 것이다.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 모두는 이런 일을 경험한다”고 옹호하면서 “이 재능 있는 친구가 경력 내내 이 일을 짊어지게 하지 말아달라”고 필라델피아 팬들에게 정중하게 부탁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다행히 아직 커커링에 대한 구체적인 협박이나 신고 내역은 접수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는 열이 받아도,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필라델피아 팬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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