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가 정밀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가동이 중단된 공공·행정 시스템 709개 중 260개(36.7%) 서비스가 재개된 가운데, 데이터 손실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공무원 19만여명이 가입된 클라우드 서비스인 ‘지(G)드라이브’의 경우 8년치 데이터가 통째로 사라진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관계자는 12일 “일부 데이터 손실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각 부처가 시스템을 복구하며 데이터 손실 범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내부 업무 전산망인 ‘온나라시스템’의 경우 서비스가 재개됐으나 9월26일 밤 화재가 발생하기 전 약 하루치 데이터는 제대로 보관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정부 소속 한 공무원은 “온나라시스템이 복구됐으나 9월25일 밤 9시 이후 자료는 남아 있지 않아 다시 기안을 올리라는 공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 쪽은 “문서 발송 기록은 있는데 수신처로 완전히 전달되지 않는 건들이 있긴 하다”며 “이런 경우 재발송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과거 메일이 보이지 않는데, 기능부터 살려놓고 데이터를 복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 누리집에선 일주일치가량의 데이터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재부 누리집을 보면, 9월19일 이후 게재된 보도·참고자료는 없는 상황이다. 기재부 쪽은 “시스템 백업 주기가 일주일이라 최대 일주일치 데이터 유실 가능성이 있으나, 그렇다 해도 관리자 페이지 기능을 복구한 뒤 파일을 다시 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데이터 손실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실시간으로 시스템 몇 개가 복구됐음을 알리는 것보다 피해 규모를 명확히 파악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국민에게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며 “그러지 않으면 이런 재난은 또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행정 시스템을 중요한 순서에 따라 1~4등급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는데, 이런 체계도 허술하게 운영해온 것으로 보인다. 중대본은 9월30일 공공기관과 업체 간 거래 플랫폼인 조달청의 ‘이음장터’를 중요도가 높은 1등급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서비스 중단 시스템이 647개가 아닌 709개라고 정정하면서 이음장터 등급을 4등급으로 변경했다. 보건복지부의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도 애초 1등급으로 돼 있었으나 3등급으로 내려갔다.
이에 대해 행안부 쪽은 “정부에서 중요도에 따라 등급을 부여한 게 있고, 국가정보자원관리원과 입주기관 간 계약을 체결할 때 어느 정도 수준으로 관리할지 매기는 등급이 별도로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계약상 등급을 기준으로 발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정자원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경찰청은 지난 10일 불이 난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 이전 작업 당시 ‘배터리가 꽂힌 랙(선반) 전원을 차단하지 않았다’는 공사업체 관계자 진술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로그 기록상 배터리 충전율은 약 80%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원 차단과 배터리 방전 등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기본적인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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