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규 KAIST 화학과 교수, 김태완 석박사통합과정, 최경록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교수, 이상엽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AIST |
페트병이나 스티로폼처럼 석유를 정제해서만 얻을 수 있던 원료를 '미생물'을 활용해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KAIST 이상엽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와 한순규 화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미생물 발효 공정과 유기화학 반응으로 벤젠·톨루엔·에틸벤젠·파라자일렌(BTEX) 같은 산업 핵심 원료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12일 밝혔다.
연구진은 바이오매스로 얻은 포도당으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비결은 미생물이었다. 원래는 거대한 석유화학 공장에서 각종 화학물질과 열처리를 거쳐야 했지만, 그 과정을 미생물이 직접 하게 만들었다. 미생물이 포도당을 이용해 중간물질을 만들고, 이를 화학 반응으로 벤젠이나 톨루엔 같은 BTEX로 바꾸는 방식이다.
이상엽 교수가 선도적으로 이끌어온 '시스템 대사공학 기술'이 이번 연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생물의 대사경로를 설계해 미생물이 어떤 물질을 섭취하고 내뱉을지를 조절하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미생물이 주어진 연료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BTEX에 필요한 중간물질을 만들도록 설계했다.
이번 연구는 상용화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연구진이 사용한 특별 용매인 '아이소프로필 마이리스테이트(IPM)' 때문이다. 이 용매는 끓는점이 높아 BTEX를 만들 때 함께 넣어도 쉽게 분리해낼 수 있다. 공정이 단순해지면서도 효율을 크게 높여줘 공정을 산업 규모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순규 교수는 "잘 쓰이지 않던 용매 안에서 미생물 대사공학과 화학 반응이 동시에 잘 작동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라며 "이로써 기존 촉매와 시약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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