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미국 무대로 옮긴 뒤 연일 찬사를 받던 손흥민을 향해, 이번에는 차가운 평가가 나왔다.
영국과 미국 언론 등 현지 복수 언론이 그의 활약을 극찬하는 사이, 유럽 언론 중 한 곳이 "이것이 진정한 부활인지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냉정한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타임즈' 몰타판은 12일(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떠오른 손"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손흥민의 MLS(메이저리그사커) 활약상을 집중 조명하면서도, 그 이면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를 덧붙였다.
매체는 "전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적 후 단 몇 달 만에 예전의 날카로운 모습을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LAFC 이적 후 첫 9경기에서 8골 3도움을 기록, 팀을 단숨에 리그 우승 경쟁권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매체는 "놀라운 활약이 순수한 '부활'인지, 아니면 단순히 낮아진 경쟁 수준 속에서 빛나는 것인지 단정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던 시절과 비교하면, MLS는 경기 속도나 수비 밀집도, 피지컬 수준 모두 한 단계, 혹은 그 이상 낮은 리그"라며 "빅네임 선수들이 진지하게 임할 경우, '두 번째 청춘'을 보내는 듯한 착시 효과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보도는 "손흥민은 분명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살아난 측면이 있지만, 리그 환경 자체가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도 사실"이라며 "결국 진정한 부활인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쉬운 무대에서 다시 활짝 피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인지는 시간이 답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는 최근 손흥민을 향해 쏟아진 '찬사 일색'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최근 "손흥민의 미국행은 축구 역사상 가장 완벽한 이적 중 하나"라며 "그는 경기력, 상징성, 상업적 효과를 모두 입증했다"고 극찬했다.
방송은 "유럽의 많은 스타들이 MLS 적응에 실패했지만, 손흥민은 첫 경기부터 완벽히 녹아들었다. 그는 전술적 중심이자 상업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영국 '더선' 역시 지난 11일자 보도에서 손흥민의 MLS 활약을 "베컴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문화적 반향"이라고 표현하며 "그는 이제 리오넬 메시와 데이비드 베컴에 이어 미국 내 인기를 견줄 수 있는 유일한 아시아 스타"라고 전했다
신문은 "손흥민의 입단은 2007년 베컴의 LA 갤럭시 이적과 같은 파급력을 지녔다"며 "단지 이번에는 유럽이 아닌 아시아에서 온 슈퍼스타가 미국 스포츠 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극찬했다.
더선에 따르면, 손흥민이 합류한 후 LAFC의 SNS 조회 수가 594% 폭등했고, 홈 경기 관중 점유율은 98%를 돌파했다. 구단 관계자는 "이제 LAFC의 홈 경기는 사실상 '손흥민 데이'가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영국 언론이 손흥민의 부활을 연일 찬양하는 가운데, '타임즈' 몰타판이 한 걸음 물러난 시선으로 MLS의 현실을 짚은 것이다.
매체는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랜 세월 토트넘을 짊어졌던 선수였다. 그는 해리 케인과 함께, 그리고 때로는 혼자 팀을 이끌며 피로가 누적돼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미국행은 분명 그에게 새로운 환경과 심리적 리셋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동시에, 상대적으로 경쟁 강도가 낮은 리그로의 이적이 그의 회복을 돕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손흥민이 LA에서 다시 웃음을 되찾은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고전하던 그의 마지막 시즌을 기억하는 팬들은, 지금의 활약을 그대로 '완벽한 부활'로 받아들이기엔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손흥민은 토트넘 소속 마지막 시즌에서 잦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고전하며, 리그 9골에 그쳤다. 이에 비해 MLS에서는 단 9경기 만에 8골을 기록했지만, 이를 놓고 리그 수준 차이가 만든 '착시'라는 분석이 제기된 것이다.
이번 분석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MLS에는 분명히 수준 차이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의 MLS 내 존재감은 명백하다.
실제로 손흥민의 폼이 예전같지 않다고 해도, 그가 가지는 경기 외적인 문화적인 파급력은 오히려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들고 있다.
손흥민의 MLS 무대는 아직은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지만, 이미 그의 가치 만큼은 리그 가치를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미국에서 인정받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