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90세까지 산다면 최소 8억 필요...당신은 준비됐나?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 상승으로 주변에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면서 마음이 더 급해졌다. 그는 증권사 앱을 다운받고 계좌를 개설했지만, 막상 매수 버튼을 누르려니 손이 떨렸다. '괜히 손실만 보고 노후가 더 불안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최씨의 고민을 들은 직장 후배 김민수씨(49)는 웃으며 말했다. "'인간지표'를 생각하면 주식 빼야겠는데요. 평소에 주식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투자한다고 하면, 그게 상투라는 말이 있는데. 형이 투자 한다고 하면..."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겠지만 최씨는 씁쓸했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예적금 중심으로 '돌다리 투자'를 해왔던 5060세대들의 고민이 커졌다. 최근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상대적 박탈감마저 든다. 그렇다고 이제와 주식투자를 하기에는 왠지 고점일 것 같아 그마저도 망설여지는 게 답답한 현실이다. /게티이미지뱅크 |
은퇴자 X의 설계 |
"은행 예금과 적금 등 현금성 자산이 2억원 정도 있습니다. 국민연금도 있기는 한데. 노후 괜찮을까요?"
[파이낸셜뉴스] 서울에 사는 최정호씨(55·대기업 부장)의 고백이다. 애들 교육비와 집 장만으로 분주했던 지난 세월을 지나오고 나니, 은퇴가 눈앞이다. 2억으로 30년을 버틸 수 있을까?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매달 200만원씩 쓴다면? 7억2000만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의료비, 물가상승, 예상치 못한 지출을 고려하면 최소 8억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6억이 모자라네요. 은퇴까지 5년밖에 안 남았는데, 어떻게 채워야 하죠?"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 상승으로 주변에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면서 마음이 더 급해졌다. 그는 증권사 앱을 다운받고 계좌를 개설했지만, 막상 매수 버튼을 누르려니 손이 떨렸다. '괜히 손실만 보고 노후가 더 불안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최씨의 고민을 들은 직장 후배 김민수씨(49)는 웃으며 말했다. "'인간지표'를 생각하면 주식 빼야겠는데요. 평소에 주식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투자한다고 하면, 그게 상투라는 말이 있는데. 형이 투자 한다고 하면..."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겠지만 최씨는 씁쓸했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잔혹한 현실: 10명 중 5명 "필요 금액의 절반도 못 모았다"
숫자가 보여주는 50대의 노후 준비는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2023년 통계청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 기대수명은 83.5세다. 남성 80.6세, 여성 86.4세로 전년 대비 남자는 0.7년, 여자는 0.8년 증가했다. 60세에 은퇴한다면 23년을 버텨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오래 산다. 최빈사망연령, 즉 실제로 사망 빈도가 가장 높은 나이는 남성 85.6세, 여성은 무려 90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2015~2019년 기준)다. 이 연령 이상 생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2025년을 기준으로는 최빈사망연령이 더 높아졌을 것이다.
60세에 은퇴한다면 30년을 버텨야 한다. 매달 200만원씩만 써도 7억2000만원이다. 의료비, 물가상승, 각종 경조사비, 주거비를 고려하면 8억은 필요하다.
기대수명과 최빈사망 연령 /그래픽=정기현 기자 |
그러나 현실은 준비가 비흡하다.
KB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2025 골든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노후준비를 잘 준비했다는 응답비중은 19.1%에 불과했다. 이는 2년전 조사 결과에 비해 2.1%p 낮은 수준이다. 반면 준비가 부족하다는 응답비중은 2023년 44.6%에서 49.7%로 오히려 3.1%p 증가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2024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 직장인의 48.2%는 필요한 은퇴자산의 절반 이하를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목표치의 80% 이상을 준비했다는 사람은 겨우 13.3%에 불과했다.
"우리 애들은 다를 거야?" 가장 위험한 착각
자녀들에 대한 기대도 접어야 한다. X세대의 부모 세대는 '자식이 노후를 책임져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세대는 다르다. '부모는 당연히 모셔야 한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가 됐다.
2024년 통계청이 내놓은 가족실태조사를 보자. 현재 40세 미만 가운데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비중은 20%를 밑돈다. 20대의 경우 20%만이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고 답했고 30대에서는 19.6%에 불과했다.
'자녀들의 부모 지원' 연령별 응답 /그래픽=정기현 기자 |
그나마 경제적 지원에 대해서는 좀 나았다.
20대에서는 32.4%가, 30대에서는 36.9%가 '대체로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라고 답했다. 같이 살기는 부담스러워도 경제적 지원은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10명 중 3~4명에 불과하다.
자식에 대한 부모 세대들의 기대도 크게 줄었다. 70대 이상에서는 64.6%가 노후를 위해서는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50대에서는 48.5%로 50%를 밑돌았다. 50대의 경우 절반 이상이 은퇴 후 스스로 삶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예금만 하면 30년 후 당신의 돈은 '휴지조각'
"그래도 꾸준히 예금을 하잖아요. 잃을 걱정도 없고." 이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착각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금융기관들의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8월 예금은행 신규 정기예금 42.9%의 금리가 2.5%를 밑돌았다. 2%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이자수익은 더 줄어든다. '돈의 가치'가 매년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다.
1억원을 예금할 때와 S&P500지수에 투자했을 때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예금 금리는 연 3%, S&P500는 최근 30년간 연평균 성장률인 11%, 연평균 물가상승은 2%로 가정했다.
▶10년 후 실질가치 >>> 1억250만원 차이
예금 1억1024만원 S&P500 2억1273만원
▶20년 후 실질가치 >>> 3억3119만원 차이
예금 1억2155만원 S&P500 4억5274만원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볼 점도 있다. 예금만으로는 물가를 겨우 따라가는 수준이다. 20년간 꾸준히 저축해도 실질 구매력은 크게 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투자 결정은 "개인의 위험 성향과 투자 기간, 재무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면서 "다만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예금도, 물가라는 '보이지 않는 위험'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은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어 "10년 이상 장기 자산을 운용한다면, 예금과 투자를 적절히 배분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20~30년 후를 대비하는 은퇴 자금이라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0대 맞춤 투자 전략: '밤에 잠 오는' 포트폴리오
그렇다면 50대는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상품은 많다. 증권사는 물론 은행들도 베이비부머를 겨냥해 다양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선택이 어려울 정도다.
전문가들은 목표를 '대박'이 아니라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 6~8% 수익만 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전략 ①: TDF(타깃데이트펀드) - 가장 간단한 선택
은퇴 연도에 맞춰 자동으로 자산배분을 조절해주는 '원스톱' 상품이다. 65세 은퇴를 생각하고 있는 55세라면 TDF 2035를 선택하면 된다. 복잡한 자산배분을 고민할 필요 없이 전문가가 알아서 해준다. 국내 TDF 시장은 현재 10조원을 돌파했고, 대부분 운용보수가 연 0.4~0.8% 수준이다.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높여 안정성을 높인다.
전략 ②: 3분법 전략 - 균형 잡힌 분산투자
자산을 주식, 채권, 현금성 자산으로 3등분하는 방식이다. 주식 33%, 채권 33%, 현금(또는 예금) 34%로 나눠 위험을 분산시킨다. 50대에게는 안정성이 높은 전략이지만,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식시장이 급등했다면 일부를 채권으로 옮기고, 반대의 경우 주식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전략 ③: 2분법 전략 - 공격과 방어의 조화
주식과 채권을 50:50 또는 60:40으로 배분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주식시장이 좋을 때는 주식이, 불안할 때는 채권이 손실을 방어해준다. 전문가들은 50대 초반이라면 주식 60% + 채권 40%, 50대 후반이라면 주식 50% + 채권 50%가 적정하다고 조언한다.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전략 ④: 올웨더(All Weather) 전략 - '밤에 잠 오는' 포트폴리오
세계적 투자자 레이 달리오가 만든 전략으로, 어떤 경제 상황에서도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기본 포트폴리오는: 주식 30%, 중기채권 15%, 장기채권 40%, 금 7.5%, 원자재 7.5%. 변동성이 낮고 안정적이지만, 폭발적인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어떤 시장 상황에서도 방어가 가능하다. 50대에게는 '밤에 잠 오는' 포트폴리오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전 투자 5단계: 시작하는 법
고심 끝에 투자를 결정했다면 실제 시행까지는 좀 더 진지하게 다가가야 한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투자 프로세스는 자기점검부터 시작한다. 왜 투자를 하는지, 어느 정도의 수익을 원하는지, 감당할 수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 1단계: 냉정한 현실 인식 (목표 수익 및 투자 능력 이해)
목표: 물가상승률 + 금리 이상의 수익 (연 6~8%)
가장 큰 걸림돌: 경험 부족 (평소 관심 없다가 은퇴 시즌에 급작스런 관심)
실제 손실 경험 vs 이론적 지식의 차이 인정하기
■ 2단계: 자기 진단과 투자 준비
체크리스트: ? 투자에 시간을 쓸 수 있는가? ? 10~20%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가? ? 기본적인 투자 지식이 있는가?
자금 구조 만들기: 생활비 3~4년치는 안전자산에 보관(1년치는 입출금 자유 통장에, 나머지는 정기예금)
여유자금으로만 투자 시작 (절대 생활비나 급전으로 쓸 돈은 투자하지 말 것)
■ 3단계: 투자 방식 선택 (전문가 도움받기 원칙)
2단계 체크리스트 3개 모두 만족한다면: 직접 투자 가능
하나라도 해당 안 된다면: 타깃데이트펀드(TDF), 로보어드바이저 등 전문가 도움 필요
■ 4단계: 투자 시점과 금액 결정 (시장 타이밍의 함정 피하기)
소액으로 시작하기(잃어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으로 투자)
"시장이 너무 좋을 때 급하게 시작하는 건 위험", "내가 투자하고 싶어지는 때가 대부분 상투"
■ 5단계: 장기 전략과 심리 관리 (장기투자가 답)
"10년, 20년을 바라보고 투자, 10년은 공부하는 시간" "3개월, 6개월 투자는 운에 맡기는 것, 10년 이상 장기투자하면 이길 확률이 훨씬 높아"
전문가들이 말하는 50대 투자의 핵심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김동엽 상무는 " 투자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결정을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현금의 가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투자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50대 투자의 목표는 대박이 아니라 안정적인 노후 준비다. 최소한 금리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수준인 연 4~5%는 넘어야 하고, 적정 목표는 연 6~8% 정도로 잡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김진웅 연구위원은 "10년, 20년을 바라보고 투자해야 한다. 50대가 적지 않은 나이지만 기대여명이 길어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 다만 급하지 않게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서 무리한 투자를 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금 시작 안 하면 70세에도 일한다
결국 50대 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핵심은 월급을 대체할 현금흐름 만들기다. 매월 들어오는 배당금과 이자 수입이 은퇴 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은퇴 준비라 할 수 있다.
'은퇴=퇴장'이라는 낡은 공식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평균수명 83세 시대, X세대가 본격적인 은퇴를 맞이하면서 기존의 은퇴 개념 자체가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인생 2막' 이야기를 담은 [은퇴자 X의 설계]가 매주 토요일 아침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