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속으로]미·중 갈등에 삼성·SK하이닉스 '불확실성'↑…"중국 조치, 장기화하진 않을 것"
중국의 한 희토류 광산 전경./사진=머니투데이 DB |
미국과 중국의 '이중 압박'에 국내 반도체 업계에 재차 긴장감이 감돈다. 미국이 두 달 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법인의 VEU(Validated End User, 검증된 최종사용자) 지위를 철회한 데 이어 중국마저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당장의 영향은 크지 않지만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대응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9일(현지시간) △디스프로슘(Dy) △사마륨(Sm) 등 희토류 7종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했다. 이들 원소는 노광기, 식각기 등 반도체 정밀 장비에 쓰이는 핵심 소재로 수출 시 중국 상무부의 민·군 이중용도 물자 수출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특히 최종 용도가 14㎚(나노미터) 이하 시스템 반도체 공정이나 256단 이상의 메모리 반도체, 반도체 생산·테스트 장비에 사용되는 희토류도 사안별로 중국 상무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런 조치는 다음 달 8일부터 시행된다. 오는 12월1일부터는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제재 대상 희토류를 포함하거나 혼합해 제조한 품목에 대해서도 수출 통제가 적용된다.
단기적으로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납기 지연 등 직·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산 희토류가 포함된 장비를 사용한다면 수출입 승인 절차가 지금보다 길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용하는 반도체 장비에도 제재 대상 희토류 합금 등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아예 봉쇄한 것은 아니라 다행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수출 허가를 위한 추가적인 서류 작업을 해야 하는 등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AFP=뉴스1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내에서 운영 중인 반도체 공장이다. 삼성전자는 시안에서,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서 낸드플래시와 D램을 생산 중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8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법인의 VEU 지위를 철회했다. 이로 인해 두 기업은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등을 반입하려면 미국으로부터 개별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상무부가 한국 정부에 개별 단위 대신 연 단위 승인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행정적 부담이 가중된 셈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시안 공장의 낸드플래시 공정 설비를 9세대(256단 이상)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길어지면 256단 이상의 메모리 반도체와 반도체 생산·테스트 장비에 사용되는 희토류 수출 제한 규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조치가 시행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희토류 압박 조치가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결국 미국과의 신경전에서 지지 않기 위한 압박용 카드"라며 "미·중 갈등 속에서 국내 기업이 '새우 등 터진' 상황이지만 장기적인 통제는 중국에도 부메랑이 될 수 있어 극단적인 국면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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