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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그널] 닷컴 버블 vs 혁신 파동…빅테크 거물들이 본 AI 거품론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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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그널] 닷컴 버블 vs 혁신 파동…빅테크 거물들이 본 AI 거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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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쏟아지는 AI 뉴스 속에서 우리는 어떤 시그널을 읽어야 할까요? 'AI 시그널'은 이번 주 국내외 AI 산업과 정책 흐름 가운데 주목할 이슈를 짚고 그 의미를 해설합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중심으로 미국 증시의 랠리가 뜨거워지면서 '제2의 닷컴버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거물들은 AI의 장기적 혁신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투기적 과열과 거품 우려가 공존한다는 복합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죠.

◆"AI 시장에 거품 있다"…순환 거래도 과열 논란 키워

AI 시장을 이끌고 있는 거물들은 현재의 과열을 직접적으로 인정하고 나섰습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AI 시장에는 분명 거품이 있고 과잉 투자와 어리석은 기업들이 있다"며 "앞으로 여러 차례의 거품과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역시 "실질적 수익 기반이 없는 AI 관련 아이디어에 많은 자본이 몰리고 있으며 이는 1999년 닷컴버블과 유사한 낙관론이 확산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러한 거품론의 핵심은 '수익성 불투명성'입니다. 빅테크들이 AI 주도권 경쟁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막대한 자본 지출 대비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는 목소리죠.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은 미국 5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의 AI 자본지출이 오는 2027년까지 1조2000억달러(약 1697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며 '막대한 자본 파괴'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AI 동맹에 나선 빅테크들의 대규모 투자 발표는 이른바 '순환 거래(circular nature)'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최근 엔비디아와 오픈AI·xAI 간의 거래가 대표적입니다. 엔비디아가 오픈AI나 일론 머스크의 xAI에 거액을 투자하면 이 기업들은 그 자금을 이용해 엔비디아의 칩(GPU)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수요와 매출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죠.

엔비디아 경쟁사인 AMD와 오픈AI 역시 AMD가 GPU를 공급하고 오픈AI가 AMD 보통주 매입 권리를 갖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요.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거래 구조가 시장에 실제 창출할 수 있는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AI 성장은 닷컴버블과 전혀 달라"


반면 AI 기술이 가져올 구조적 변화의 규모를 고려하면 지금의 랠리가 과도한 비관에 빠질 단계는 아니라는 낙관론도 거세게 맞서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CEO인 젠슨 황은 AI 낙관론의 핵심 인물입니다. 그는 "최근 6개월 동안 컴퓨팅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AI 산업은 여전히 성장할 가능성이 크고 AI 거품론에 대한 불안은 과도하다"고 강조했죠. 황 CEO는 엔비디아가 실제 수요를 확인하고 있다는 점이 AI 산업의 실체를 보여준다고 주장합니다.

AI 열풍이 닷컴버블 시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의견도 제기되죠. 황 CEO는 "당시 인터넷 기업들을 다 합쳐봐야 시가총액이 300억∼400억 달러 정도에 불과했고, 현재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IT 인프라 기업)들은 이미 2조5000억 달러 규모의 실질적 비즈니스를 운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AI 투자가 과도한 부채금융 대신 빅테크의 자체 자금력으로 이뤄지고 있어 구조적 건전성이 높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합니다.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 역시 "과거 닷컴버블처럼 붕괴할 가능성은 작다"며 "AI는 단순한 거품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산업 구조"라고 했습니다.

IT 거물들의 시각을 종합하면 AI가 결국 모든 산업을 변화시킬 장기적 혁신 기술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베이조스의 말처럼 "AI 산업의 거품을 인정하더라도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허상이란 뜻은 아니다"라는 뜻이죠.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막대한 자본 지출 대비 수익성 불확실성, 자금 조달 위험, 그리고 순환 거래 논란이 시장의 투기적 과열을 부추기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AI의 장기적 가치와는 별개로 시장 조정 국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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