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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 시신 발견된 15세 소녀…母의 충격 인터뷰 [그해 오늘]

이데일리 권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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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 시신 발견된 15세 소녀…母의 충격 인터뷰 [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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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한 천옌린
실종 후 시신으로 발견…타살 의혹 제기
천옌린 모친 “내 딸, 스스로 목숨 끊어”
시신 화장, 경찰은 ‘자살’로 사건 종결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6년 전인 2019년 10월 11일. 홍콩의 반(反)정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15세 소녀가 실종된 지 3일 만에 바닷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건은 그로부터 약 20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9월 22일 한 어민은 홍콩 야우퉁 인근 바다에서 여성의 주검을 발견했다. 이 여성은 나체 상태였는데, 조사 결과 3일 전 실종된 15세 소녀 천옌린(陳彦霖)의 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2019년 9월 홍콩의 한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이 인간띠를 이뤄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AP 뉴시스)

2019년 9월 홍콩의 한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이 인간띠를 이뤄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AP 뉴시스)


해당 사건은 홍콩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천옌린은 생전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천옌린이 살해당했을 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콩에서는 2019년 6월부터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을 둘러싼 시민들의 시위가 지속되고 있었다. 실제 6월 9일에는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 100만명 이상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홍콩 송환법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중국 정부가 이를 악용해 홍콩 내 반체제 인사나 시위자를 본토로 강제 송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 모두 시민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채 경찰 탄압의 강도를 높였다.

천옌린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보도한 홍콩 빈과일보는 천옌린의 시위 참여 사실을 함께 알리며 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천옌린은 생전 수영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수영을 잘했다는 점에서 익사 확률이 낮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천옌린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뒤 바닷가에 버려졌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홍콩 빈과일보

사진=홍콩 빈과일보


다른 홍콩 매체도 중국과의 접경 지역에 있는 산링욱 구치소에서 경찰이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이들을 구타하고 가혹 행위를 한다는 이야기를 다뤘다. 심지어 경찰이 이들을 성폭행하거나 살해한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나서서 진상 조사를 약속하기도 했다.

또 천옌린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홍콩 중문대 캠퍼스에서 열린 대학 당국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을 소니아 응이라고 소개한 한 여학생은 “경찰에 체포된 후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9년 8월 31일 프린스에드워드역 시위 진압 과정에서 체포됐으며, 이후 산욱링 구치소에 수감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천옌린의 친모는 직접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친모는 “나는 딸이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친모는 “딸이 최근 존재하지 않는 낯선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하는 등 정신질환 증세를 보였다”며 천옌린이 잠을 쉽게 자지 못하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천옌린이 재학 중이던 홍콩디자인학원이 엘레베이터 폐쇄회로(CC)TV로 공개한 천옌린의 마지막 모습.(사진=뉴시스)

천옌린이 재학 중이던 홍콩디자인학원이 엘레베이터 폐쇄회로(CC)TV로 공개한 천옌린의 마지막 모습.(사진=뉴시스)


시위 중 천옌린이 실종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딸이 송환법 반대 시위 초기인 6월에는 전단을 돌리는 등 시위에 참여한 것은 맞지만 7월부터는 시위의 성격이 변했다면서 시위대와 거리를 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딸을 평온하게 쉬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경찰은 천옌린 사건을 두고 “경찰은 폐쇄회로(CC)TV 판독 결과 천옌린이 사망 당일 소지품을 모두 학교 안에 두고 맨발로 해변 쪽을 향해 걸어갔다”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천옌린의 시신에서 타박상이나 성폭행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타살 의혹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시위대는 거듭 천옌린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공개된 CCTV 또한 조작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천옌린의 시신은 화장돼 끝내 사인을 규명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