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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로 세계 흔드는 중국”… 美中 정상회담 앞 치킨게임

파이낸셜뉴스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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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로 세계 흔드는 중국”… 美中 정상회담 앞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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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전면 통제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 패권 경쟁으로 급격히 확전되고 있다. 경주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사실상 '희토류 담판'으로 변질될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은 중국의 희토류 통제가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희토류 광물과 정제물의 수출을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중국산 희토류가 제품 가치의 0.1% 이상 포함될 경우 해외로 수출하려면 베이징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모든 첨단 산업 제품이 통제 대상에 포함된다. 세계 희토류의 90%를 생산하는 중국의 조치는 스마트폰과 전기차, 반도체 장비, 태양광 패널 등 핵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워싱턴은 즉각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료회의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에게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 그는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양을 수입하고 있으며, 어쩌면 그걸 멈춰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에 사전 통보 없이 규제를 발표했으며 이는 글로벌 기술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보복을 넘어선 '정치적 무기화'라고 분석한다. 드미트리 알페로비치 실버라도 폴리시 액셀러레이터 공동창립자는 "이번 결정은 경제적 핵전쟁과 같다"며 "미국의 AI 산업을 파괴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딘 볼 전 백악관 AI정책 고문 역시 "희토류 정제 능력은 현대 문명의 토대"라며 "이 조치가 본격 시행되면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이를 '정밀 계산된 역공'으로 활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는 모든 대중(對中) 관세와 기술 수출 통제의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이번 조치는 그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압박 카드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 내부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타결에 적극적인 점을 활용해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정점으로 치닫는 가운데 오는 30일 한국 경주에서 예정된 트럼프-시진핑 회담이 핵심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와 국내 희토류 산업 육성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전직 미 행정부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강하게 맞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중국의 조치가 '협상용 위협'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한다. 알페로비치는 "이번 희토류 통제는 완전 시행보다는 협상력 확보를 위한 블러핑(bluffing)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대응 수위를 높일 경우, 미·중 간 무역·기술 갈등은 AI와 반도체 분야를 넘어 군사기술 경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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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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