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조사받은 경기 양평군 공무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준태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 박경호 변호사, 장동혁 대표. 연합뉴스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은 경기 양평군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특검의 강압 수사 때문에 힘들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고인의 메모 등을 공개하며 “(특검의 칼날이) 무고한 국민까지 겨누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자 한 명이, 평범한 국민 한 명이 특검의 무도한 수사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특검의 칼날은 국민의힘 심장을 지나 사법부의 심장을 겨눌 것이라고 경고해왔다”며 “(특검의 칼날은) 사법부의 심장은 이미 통과했고 국민의힘의 심장은 수차례 통과했고 이제 마지막 무고한 국민까지 겨누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경기 양평군청 50대 면장 ㄱ씨가 양평읍 자신의 집에 숨져 있는 것을 동료들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ㄱ씨는 김건희 여사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검의 조사를 받았다.
장 대표는 이날 ㄱ씨의 진술서를 공개했다. 진술서를 보면 고인은 지난 2일 오전 10시부터 다음날인 3일 새벽 1시15분까지 특검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ㄱ씨의 진술서는 조사가 끝난 3일 새벽 3시20분께 작성됐다.
진술서에서 ㄱ씨는 “처음 조사받는 날 너무 힘들고 지치다. 이 세상을 등지고 싶다. 모른다고, 기억 안 난다고 사실대로 말을 해도 계속 다그친다. 사실을 말해도 거짓이라고 한다”며 “수사관의 무시 말투와 강압에 전혀 기억도 없는 진술을 했다. 바보인가 보다”고 썼다. ㄱ씨는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계속 수사를 하면서 집에 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진술서 내용도 임의로 작성해서 답을 강요했다. 수사관들이 정해서 요구하며 빨리 도장을 찍으라고 계속 강요한다. 집에 와서 보니 참 한심스럽다”며 “이렇게 치욕을 당하고 직장생활도, 삶도 귀찮다. 정말 힘들다. 나름대로 주민을 위해서 공무원 생활 열심히 했는데 다 귀찮고 자괴감이 든다. 세상이 싫다. 사람도 싫다. 수모와 멸시, 진짜 싫다”고 밝혔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에서 김건희 여사 가족회사가 벌인 경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특혜와 관련해 조사받은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양평군 간부공무원이 작성한 진술서.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
전날 ㄱ씨와 만나 상담했다는 박경호 변호사는 “장동혁 대표가 읽은 (고인의) 자필 메모는 제가 어제(9일) 고인과 상담하면서 직접 확인한 내용들”이라며 “민중기 특검의 강요, 회유, 압박, 유도 심문, 반복 심문, 심야 조사 등은 불법수사”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고인 유족들과 협의해서 이런 불법수사로 선량한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특별검사와 담당 수사관들 향해서 직권남용, 가혹 행위, 허위 공문서 작성으로 고소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국민의힘 대전 대덕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법치주의 국가도 아니다. 국민의 국가도 아니다”며 “조폭 같은 특검이 미쳐 날뛰어도 모두가 침묵하는 그런 나라가 됐다. 억울하게 죽어가도 그저 침묵하는 나라가 됐다”며 “국민께 다시 한 번 호소드린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국가다. 국민께서 지켜주셔야 한다”고 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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