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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질’ ‘경질’ 어느샌가 잡음 많아진 ‘디펜딩챔피언’ 울산의 몰락

스포티비뉴스 박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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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질’ ‘경질’ 어느샌가 잡음 많아진 ‘디펜딩챔피언’ 울산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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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한 시즌에 두 명의 감독이 팀을 떠났다. K리그 역사상 이례적인 결정이다. 리그 3연패 이후 긴 왕조를 꿈꿨던 울산HD가 ‘사상누각’이 됐다.

어디서부터 삐끗했을까. 울산은 지난해 7월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팀에 부임하면서 시즌 도중 사령탑을 바꿔야 했다. 후임은 파울로 벤투 감독 선임에 ‘프로세스’를 적용했고 이후 말레이시아에서 꽤 돌풍을 일으켰던 김판곤 감독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3번째 시즌에 예년처럼 파괴력을 내지 못했다. 주민규 등 국가대표급 선수를 활용해 상대를 찍어 누르는 힘은 있었지만 전술적으로는 답답했다. 김판곤 감독에게 바통을 넘겼을 땐 4위에 머물렀던 상황. 김판곤 감독은 아슬아슬했지만 선두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고 최종전이 되기 전 우승을 확정에 울산에 리그 3연패를 안겼다.

홍명보의 갑작스런 국가대표 감독 부임으로 흔들렸던 울산이었지만, 달콤한 우승 속 빠르게 분위기를 재정비했다. 위기를 넘긴 울산은 김판곤 감독 아래 젊은피를 수혈해 3연패를 넘어 ‘절대 왕조’를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녹록지 않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EL)에서는 1승만 챙겼고, 리그에서는 쉬이 반등하지 못했다.

성적이 나쁘면 잡음은 빠르게 퍼진다. 선수단은 김판곤 감독을 신뢰한다고 했지만, 꽤 오랜 시간 ‘라커룸 장악력을 잃었다’는 뒷얘기가 파다했다. 팩트든 아니든 잡음이 흘러나오는 걸 막는 유일한 방법은 승리였는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을 넘어서까지 반등하지 못했고, 울산은 김판곤 감독과의 ‘사실상 경질’을 선택했다.



김판곤 감독이 떠난 뒤 다음 사령탑은 신태용 감독이었다. 김판곤 감독 체제에서 성적이 떨어지던 무렵부터 차기 감독으로 지목된 신 감독이었다.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떠나고 휴식을 하며 다음 스텝을 고민했지만, 울산과의 합의 끝에 시즌 도중 팀을 맡기로 결정했다.


한국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을 경험했고, 인도네시아에서 올림픽과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예선 돌풍을 이끌었기에 침체된 팀 분위기를 반전시킬 적임자로 평가됐다. 부임 후 첫 경기에서 제주SK를 1-0으로 꺾어 울산의 공식전 11경기 무승을 끊으며 반등의 신호탄을 쏘는 듯 했다.

“내 축구는 거의 포메이션이 없다시피 경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1골을 먹으면 2골을 넣을 수 있는 그런 축구를 하려고 한다. 재밌는 축구를 하려고 한다. 우승은 힘들지만 2~3위는 충분히 갈 수 있다. 목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

포메이션이 없는 공격축구, 반대발 윙백을 활용하는 파격적인 전술로 제주전 이후 연승을 준비했지만 반등은 없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승점을 잃었고 최하위 대구FC에 비겼다. 10월 A매치 휴식기 직전 김천상무 원정 완패로 10년 만에 파이널라운드B(하위스플릿)를 확정했다. 순위는 승강플레이오프까지 고려해야 하는 10위였다.


울산이 점점 승강플레이오프권으로 추락하던 무렵, 신태용 감독에게도 이런저런 ‘잡음’이 생겼다. 사실 코칭스태프 선임부터 말이 말았다. 김동기 코치의 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팀장 이력에 비판적인 외부 시선이 있었고, 분위기 반등이 필요한 시점에 ‘레전드’ 위주의 코칭 스태프 구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쪽이 있었다.



급기야 축구계에서는 “파이널라운드B로 떨어지면 신태용 감독이 조기계약 해지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다”는 말까지 퍼졌다. “선수단의 ‘큰 형’으로 가교 역할을 하는 이청용 등 베테랑 선수들을 외면해 팀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뒷말과 “박주영 코치가 임시감독으로 추천되고 있다”는 온갖 이야기가 울산을 휘감고 있었다.

끝내 상하이 선화와의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2차전에서 “올시즌이 끝나고 대폭적으로 선수단 물갈이를 하면”이라는 발언은 ‘잡음’ 섞인 신태용호에 불을 지피는 꼴이 됐다.


결국 울산은 신태용 감독을 선임한지 두 달 만에 결별을 결정했다. 공식적으로는 계약 해지였지만 사실상 경질이다. 구단은 10월 A매치 기간이 끝나는 33라운드부터 노상래 유소년 디렉터에게 지휘봉을 넘기기로 했다.

추락하는 팀에는 온갖 설이 난무한다. 최고점을 찍은 팀이 몰락하는 데는 구단 내부와 현장에서 불협화음이 가장 큰 이유다. 잘 나가던 대부분의 팀이 그렇게 추락했고 암흑기에 빠졌다. 초유의 한 시즌 두 명의 감독 교체. 어쩌면 ‘왕조’를 꿈꿨던 울산에게도 그 도화선의 불이 붙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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