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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염산 쏟아지고 화학물질 흘러 내리고…위험물 운송차 사고 ‘위태위태’

매일경제 박자경 기자(park.jakyu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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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염산 쏟아지고 화학물질 흘러 내리고…위험물 운송차 사고 ‘위태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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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물 적재차 사고 5년간 353건
이 중 60개 사고선 위험물질 유출


2022년 12월 LPG 탱크로리가 경기도 여주시 중부내륙고속도로서 눈길에 미끄러져 전복돼있는 모습이다. 이 사고로 운전자 1명이 부상을 입었고, LPG 일부가 공기 중으로 유출됐다. [사진 = 연합뉴스]

2022년 12월 LPG 탱크로리가 경기도 여주시 중부내륙고속도로서 눈길에 미끄러져 전복돼있는 모습이다. 이 사고로 운전자 1명이 부상을 입었고, LPG 일부가 공기 중으로 유출됐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5월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서 커브 길을 돌던 염산 운반 탱크로리 한 대가 미끄러지며 전복됐다. 탱크로리에서 새어 나온 염산 4000ℓ가 도로 위로 쏟아졌고, 인근 주민 수십 명이 긴급 대피했다. 도로 일부가 부식돼 복구에 시간이 걸렸고, 전문 방제 인력들이 보호복을 입은 채 종일 중화 작업을 벌였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점식 의원(국민의힘)이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제출받은 ‘위험물 적재 차량 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처럼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물 적재 차량 사고는 최근 5년간 353건 발생했다.

사고 유형은 추돌 177건, 충돌 56건, 전복 39건, 접촉 34건, 차량 결함 등 기타 45건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사망자 22명, 부상자 248명 등 총 270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 중 60건(17%)의 사고에서는 실제 위험물질이 유출됐다. 지난해 11월 전북 진안에서 25t 트레일러가 눈길에 전복돼 계면활성제 제조용 화학물질인 아미노 에틸 에탄올아민 1600ℓ가 도로로 흘러내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국토교통부와의 합동 점검, 교통안전 캠페인, 차량 위치 모니터링 등 대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사고 한 건 한 건이 심각한 인명·재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안전 수칙 준수와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물류정책기본법에 따르면 위험물 적재 차량은 실시간 위치, 운행 정보, 적재 위험물질 내역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단말 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그러나 단말기 장착 및 정상 작동 여부 점검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발생한 탱크로리 염산 유출 사고. [사진 = 연합뉴스]

지난 5월 발생한 탱크로리 염산 유출 사고. [사진 = 연합뉴스]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한 ‘법규위반 적발 건수’ 자료를 보면 위험물 적재 차량 법규 위반 적발 건수는 2021년 156건, 2022년 109건, 2023년 129건, 2024년 28건이다. 지난해 감소세를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연평균 100건이 넘는다.

정 의원은 “안전성이 갖춰지지 않은 위험물 적재 차량은 도로 위 시한폭탄과도 같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재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 의원은 “위험물 적재 차량 사고가 매년 반복되고 있는 만큼 위험 물질 유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내실 있는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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