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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인사이드] “밀입국 中선박 잡아라”… 군경, 새벽 서해서 2시간 추격전

조선일보 태안=우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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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인사이드] “밀입국 中선박 잡아라”… 군경, 새벽 서해서 2시간 추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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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8명 소형 모터보트 타고
350㎞ 건너왔다가 체포돼 구속
추석인 지난 6일 새벽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소형 모터보트를 타고 밀입국하려다 체포된 중국인 8명이 8일 구속됐다. 이들은 해안 200m 지점까지 접근했으나 육군 해안감시대 레이더에 적발됐다. 군경은 2시간가량 추격전을 벌인 끝에 6일 오전 1시 43분쯤 이들을 붙잡았다. 태안 일대엔 ‘경계 태세 2급’이 발령됐다.

지난 6일 새벽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해경이 붙잡은 모터보트. 밀입국하려던 중국인 8명이 탔다. 군경의 추격을 피해 도주하고 있다./태안해양경찰서

지난 6일 새벽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해경이 붙잡은 모터보트. 밀입국하려던 중국인 8명이 탔다. 군경의 추격을 피해 도주하고 있다./태안해양경찰서


태안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A(62)씨 등 중국인 8명은 지난 5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출항했다. 태안과 약 350㎞ 거리다. 이들이 탄 보트는 길이 7m, 폭 3m로, 꼬리 부분에 115마력짜리 일본제 엔진을 달았다. 주로 근해에서 낚시할 때 쓰는 배다. 배에서는 30L짜리 연료통 6개와 생수 등이 발견됐다. 이들은 낚시객으로 위장하려고 낚싯대도 4개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해경에 “한국에서 취업하기 위해 밀입국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A씨 등 3명이 먼저 보트를 구입해 밀입국하기로 공모한 뒤 나머지 5명을 끌어들였다고 한다.

A씨 등 7명은 과거 한국에서 불법 체류자로 적발돼 강제 출국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면 재입국이 불가능하다.

해경은 “최근 5년간 중국인들의 해상 밀입국 수법이 ‘간접 상륙’ 방식에서 ‘직접 상륙’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밀입국 조직을 통해 공해(公海)상에서 한국 화물선 등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직접 모터보트나 수상 오토바이 등을 몰고 서해를 건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해경 관계자는 “휴대용 위성 항법 장치(GPS)가 보편화되고 모터 성능이 좋아진 영향”이라며 “밀입국 비용도 덜 든다”고 했다. 바다가 잔잔한 날 중국을 출발해 시속 20㎞ 정도로 항해하면 약 20시간 뒤 서해안에 도착한다.

그러나 방향을 잘못 잡을 수도 있고 탈진할 위험도 크다. 해경 관계자는 “사실상 죽을 위험을 감수하고 시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해경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렇게 밀입국을 시도하다 붙잡힌 사람만 54명이다. 이 중 52명이 중국인이다.


해경 관계자는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개별적으로 밀입국할 사람을 모집한다”며 “1인당 500만~600만원을 내면 모터보트를 탈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8일 제주시 한경면 해안으로 밀입국한 중국인 6명은 90마력짜리 엔진이 장착된 모터보트를 이용했다. 중국 상하이 근처 난퉁에서 출항해 440㎞를 항해했다. 보트에선 GPS 장치가 발견됐다. 이들은 중국인 브로커에게 수백만 원씩 건네고 보트를 탔다고 한다.

앞서 지난 3월 인천에선 30마력짜리 소형 모터보트를 타고 밀입국을 시도한 중국인 남녀 2명이 붙잡혔다. 이들은 산둥성 룽청시를 출발해 234㎞를 20시간 항해한 끝에 인천 옹진군 앞바다에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태안=우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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