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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노설’ 존재 확인, 직권남용 구도는 맞췄다…윤석열 곧 소환 [특검 완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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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노설’ 존재 확인, 직권남용 구도는 맞췄다…윤석열 곧 소환 [특검 완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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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종반전에 접어들고 있다. 특검법 개정으로 특검팀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간은 오는 11월28일까지로 늘었다. 지난 7월2일 출범 이후 3개월가량 수사를 진행한 특검팀은 앞으로 2개월 안에 모든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



특검팀에 주어진 목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해병대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다. 문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범죄라는 데에 있다.



형법 123조에 규정된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했을 때” 적용된다. 다만 법원은 직권남용죄의 적용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법원은 △권한이 있는지 △권한을 남용했는지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했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했는지 등이 모두 충족해야 직권남용죄를 인정한다. 실제 재판 개입 등 ‘사법농단’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역시 대법원장에게는 하급심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권한을 남용할 수도 없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해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혐의 다지기’에 주력했다. 가장 큰 성과는 이른바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을 확인한 것이다. ‘브이아이피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31일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에게 채 상병 순직사건의 책임을 물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겠다는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듣고 격노해 사건 이첩을 중단시켰다는 의혹이다.



특검팀은 수사 개시 9일 만인 7월11일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조사하면서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이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당시 회의 참석자 7명 중 5명이 특검에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단순한 설이 아님을 인정했다. 나머지 2명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자체는 범죄가 아니다. 하지만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해병대수사단의 초동 수사결과가 부정되고 경찰로 넘어간 수사기록이 회수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윤 전 대통령의 격노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권한 남용’을 따져볼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사실관계다. 특검팀은 격노설을 확인한 뒤 △채 상병 순직사건 기록 회수 △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 항명 수사 및 체포영장 청구 등 사건의 중요 국면마다 윤 전 대통령이 관여한 정황도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전체 구도를 확인한 특검팀은 이후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등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임 전 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한 로비의 결과라면 사건 이첩 보류 지시 등이 부적절한 권한 남용이라는 점을 더 또렷하게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애초 제기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김건희 여사를 통한 구명 로비 의혹뿐 아니라 기독교계를 통한 구명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확대했다. 임 전 사단장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교계에 발이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채 상병 사건 수사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검사 직무대행을 맡았던 송창진 전 수사2부장의 위증 혐의 수사도 진행 중이다. 송 전 부장검사는 변호사 시절 이종호 전 대표의 변호를 맡았던 전력이 있다. 그러나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청원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이 사건에 연루됐는지 언제 알았냐”라고 묻자 “(이 전 대표 구명 로비 의혹) 공익신고자가 (공수처에서) 조사를 받은 것을 안 (지난해) 7월10일 전까지 이 전 대표가 이 사건에 연루된 것을 몰랐다”라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송 전 부장검사의 이런 증언이 위증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과 근무 연이 있는 송 전 부장검사 등 공수처 내부 몇몇 검사가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한 정황은 없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조만간 이번 사건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김수연 기자 link@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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