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장중 9만원을 돌파하며 ‘9만전자’에 약 4년9개월 만에 복귀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인공지능(AI) 수요 확대, 증권가의 잇따른 실적 상향 전망이 맞물리면서 주가가 심리적 저항선을 뚫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안팎을 기록하며 반등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83조 8252억원, 영업이익 9조8997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KB증권은 영업이익 10조2000억원, 키움증권은 10조7000억원을 제시하며 ‘10조 클럽’ 복귀 가능성을 점쳤다.
삼성전자가 10조원대 영업이익을 다시 달성한다면 2024년 2분기(10조4,400억원) 이후 약 1년여 만이다. 직전 분기 영업이익이 4조6761억원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3분기는 뚜렷한 반등세가 확인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실적의 배경으로는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바탕으로 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량 증가, 범용 메모리 평균판매가격(ASP) 상승, 파운드리 적자 축소가 꼽힌다. 특히 HBM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미들급 제품 판매 비중이 확대되며 D램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범용 메모리 가격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와 DDR5 현물 가격은 연초 대비 각각 3배, 47.9% 상승했다.파운드리 부문도 가동률 회복으로 적자 폭이 1조4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폴더블 신작 판매 호조가 MX사업부 실적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일 장중 9만200원을 찍으며 약 5년 만에 최고가 구간에 진입했다. 2021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 달간 삼성전자 주식 약 4조9000억원을 순매수한 것도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증권가도 목표주가를 줄줄이 올리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11만5000원을 제시했고, KB증권과 키움증권 역시 각각 11만원, 10만5000원으로 전망치를 높였다.
삼성전자는 AI 시대의 핵심 파트너로서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만나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픈AI의 대규모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에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할 예정이다.
AI 확산으로 HBM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글로벌 AI 리더와의 직접적 협업은 삼성전자의 위상과 주가 기대감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다만 주가 랠리가 이어지기 위해선 불확실성 해소가 필요하다.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 금리 정책, 원·달러 환율 변동은 단기 변수다. HBM4·1나노급 D램 등 차세대 제품의 수율 안정화도 중요한 과제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HBM 출하 급증과 파운드리 적자 축소가 동시에 반영되며,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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