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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응과 거부…형사사법 무시하는 윤석열 ‘오만의 기록’ [특검 완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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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응과 거부…형사사법 무시하는 윤석열 ‘오만의 기록’ [특검 완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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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0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7월10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7월10일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사건 재판과 특검 소환에 연이어 불응하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이자 전직 대통령이 모든 형사사법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형사사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그의 오만한 불응은 비상계엄 실패 직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2월15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청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가 윤 전 대통령에게 3번이나 소환을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모두 거부했다.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의 불응 의사를 확인하고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올해 1월3일 집행에 나섰지만 윤 전 대통령은 수하의 경호처 인력을 앞세워 이를 저지했다. 공수처와 경찰은 2차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1월15일에야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할 수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 당일 공수처 청사에서 처음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뒤 서울구치소에 칩거하며 공수처의 추가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지귀연 재판장의 구속 취소와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의 석방 결정으로 ‘자유의 몸’이 된 윤 전 대통령은 체포 저지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 특별수사단의 3차례 소환 요청은 철저히 무시했다.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출범한 뒤인 6월28일에야 특검에 처음으로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제발로 걸어서 들어온 날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과 신경전 끝에 7월5일 2번째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특검팀은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7월10일 재구속된 뒤 ‘소환 불응’은 다시 시작됐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소환을 거부하면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 있으므로 출석을 거부할 순 없었지만 이제 구속된 상황에서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막가파식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기소 전 20일 구속기간에 그는 특검에 나가지 않았고 특검팀은 강제인치 지휘까지 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1.8평 구치소 독방에서 ‘옥쇄투쟁’을 벌였다. 조은석 특검팀은 결국 그를 조사하지 못하고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야 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체포영장까지 발부받고 2차례 집행을 시도했지만 이것도 실패했다. 윤 전 대통령은 수의도 입지 않고 바닥에 눕는 추태를 보이며 체포를 거부했다. 2차 집행 때는 교도관들이 그가 앉은 의자를 들어올리는 방식으로 체포하려 했지만 부상 우려 때문에 물러서야 했다.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도 사건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을 조사해야 하지만 피의자 윤석열은 구치소 독거실 바닥에 붙어 이에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공개된 법정에서 진행되는 형사재판은 피고인의 잘잘못을 따지는 과정이지만 피고인 윤석열에게는 그저 귀찮고 거추장스러운 절차일 뿐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10일 재구속 이후 내란 사건 재판에 단 한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과 특검은 인치 시도와 출석 조사, 구인영장 청구 등 여러 강제 조처를 논의했지만 구치소 쪽에서 “강제 인치가 불가하다”는 보고를 했고 결국 ‘윤석열 없는 윤석열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그는 85일 만에 법정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재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심리가 처음 시작되는 날이어서 피고인의 출석이 필수적이었다. 이날은 본인이 청구한 보석 심문도 진행됐는데 윤 전 대통령은 “당장 앉아있으면 숨을 못 쉴 정도의 위급한 상태는 아니지만 (중략) 구속이 되고 1.8평짜리 방 안에서 서바이브(생존)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며 불구속 재판을 호소했다. 하지만 보석 심문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 백대현 재판장은 “보석 청구가 인용돼서 석방되면 재판에 성실하게 출석하고, 아니면 출정을 거부하겠다는 거냐”고 물었다. 구속 상태에서도 재판에 불출석하고 특검 조사에 불응하고 있는데 불구속 상태에서 성실한 재판·수사 참여가 가능하겠냐는 지적으로 ‘윤석열 피고인’의 모순적 행태를 제대로 짚은 것이었다.



서상범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형사사법 절차를 무시하고 있는 윤 전 대통령의 태도를 “공수처 수사부터 특검 수사, 법원의 재판까지 재판과 기소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사법질서를 부정하는 태도는 법원 권위와 헌정 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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