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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프라 이어 AI 패권까지…디지털실크로드 영토 확장 '속도'

연합뉴스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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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프라 이어 AI 패권까지…디지털실크로드 영토 확장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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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첫 제시 이후 10년…시진핑 "AI는 '전 인류 혜택' 글로벌 공공재"
美첨단기술 장벽 우회 전략…화웨이 등 빅테크 전면 나서며 시장 개척
동남아·아프리카·유럽과 맞손…美싱크탱크 "中, 글로벌정보질서 재편 모색"
중국 디지털 실크로드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디지털 실크로드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 중국이 최근 '디지털 실크로드(Digital Silk Road·DSR)' 전략에 속도를 내며 전통 인프라 분야에 이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수출, 데이터 싹쓸이 수집 등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 패권마저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15년 처음 개념을 제시한 지 10년 만에 미국의 첨단 기술 개발 장벽을 우회하는 전략적 통로를 개척, 관련 거점을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중동·아프리카와 유럽까지 폭넓게 확장했다는 평가다.

◇ AI·5G·클라우드 기술 대거 수출

중국 신화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은 최근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과 중동·아프리카, 동유럽 등에 AI·5세대 이동통신(5G)·클라우드 기술을 대거 수출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달 중국에서 개최된 '중국-파키스탄 기업간(B2B) 콘퍼런스'에서 파키스탄 정보기술통신부와 디지털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화웨이는 앞선 8월에는 파키스탄 기업인 인더스 클라우드, 지난해 10월에는 파키스탄 국립은행과 데이터 센터 개발 협력을 위한 논의에 각각 착수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 통신사인 U모바일은 지난 4월 화웨이, ZTE와 손잡고 5G 네트워크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화웨이와 ZTE는 각각 말레이시아의 서부와 동부 지역을 담당하는데, 이번 계약으로 현지 5G 네트워크 절반 이상이 중국 장비를 통해 운영된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에 대해 "안보 문제 측면에서 서방과 동방 기술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기업들은 아프리카에서도 데이터 주권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케냐의 도시 교통 관리에는 화웨이의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이 쓰이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화웨이가 금융기술 부문 클라우드 컴퓨팅·AI 서비스를 지원한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중국 AI 기업 디스판스(第四范式·4Paradigm)가 현지 수력 발전 운영·유지보수 생산 효율성 향상 시스템을 개발해 제공했다.

작년 말에는 화웨이가 헝가리에 유럽 최대 규모의 5G 장비 제조기지를 설립해 눈길을 끌었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외곽에도 화웨이가 데이터센터를 열며 서방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치고 있는 이들 국가가 유럽 내 새로운 디지털 실크로드의 거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2025 세계 AI 컨퍼런스'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2025 세계 AI 컨퍼런스'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기술 수출 넘어 글로벌 메타데이터도 '싹쓸이 흡수'

전문가들은 단순한 기술 수출을 넘어 글로벌 데이터의 흐름과 메타데이터까지 자국 네트워크 안으로 무차별적으로 끌어들이는 구조적 확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메타데이터는 데이터의 작성자, 생성일, 파일 크기 등 데이터를 설명하는 정보를 의미한다.

2015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외교부, 상무부가 공동으로 발표해 처음 등장한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은 201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제1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 축으로 지목됐다.

이 사업은 광케이블·해저케이블 등 인프라와 AI, 클라우드, 5G, 데이터센터 등 첨단기술 산업을 통해 전 세계 디지털 경제를 중국 중심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아시아, 중동·아프리카, 유럽 등에 통신·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시에, 자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인 화웨이·알리바바·텐센트를 중심으로 데이터 표준과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충칭에서 개최된 '2025 세계스마트산업 박람회'에 보낸 축사를 통해 "AI는 전 인류가 혜택을 누리는 글로벌 공공재여야한다"고 강조하며 디지털 실크로드 사업의 명분을 재차 천명하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카네기 재단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는 물리적 인프라를 넘어 데이터 표준과 메타데이터 처리 체계를 수출함으로써 글로벌 정보 질서를 재편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중국 사업자가 특정 트래픽이 중국을 경유하도록 설계해 메타데이터와 콘텐츠를 대거 수집하고 있다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3월 화웨이, ZTE, 차이나 텔레콤 등 8개 중국 통신장비 업체에 대한 대규모 조사에 착수한 것도 이 배경에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디지털 실크로드, 성공하려면 현지화 필수"

일각에서는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술 현지화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루빙화 하이궈투즈(海國圖智)연구소 연구원은 국제정치 전문매체 더디플로마에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에서) 기술 현지화는 단순한 물리적 존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구조적 통합을 요구한다"면서 "여기에는 현지 소버린(sovereign·주권) 클라우드 및 통신 네트워크 구축, 현지 직원 교육과 고용, 해당 국가의 규범 준수 프로세스 구축 등이 포함된다"고 조언했다.

루 연구원은 "투자국 정부는 현대화를 강력히 희망하면서도,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업체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한다"면서 "중국 기업은 현지 데이터 보호법을 준수하고 독립 검증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도 최근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에 보다 주목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AI와 같은 신기술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디지털 실크로드는 미국 주도의 디지털 질서에 도전하고 궁극적으로 대체하려는 중국의 광범위한 전략에서 점점 더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중국은 막대한 안보, 경제, 그리고 정보 분야의 이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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