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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기간 수개월→수일 내로 줄인 AI…실리콘밸리 진출 계획도”

조선비즈 이코노미조선=이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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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기간 수개월→수일 내로 줄인 AI…실리콘밸리 진출 계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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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만석 펍스테이션 대표 - 서일대 미디어출판학, 전 원앤원북스 마케팅 팀장, 전 청림출판 마케팅 팀장 / 이코노미조선

송만석 펍스테이션 대표 - 서일대 미디어출판학, 전 원앤원북스 마케팅 팀장, 전 청림출판 마케팅 팀장 / 이코노미조선



작가의 원고를 받은 후 책 한 권을 출판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제작 주기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일 내로 단축한 시스템을 만드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펍스테이션(PubStation)’은 출판사에서 16년간 근무했던 송만석 대표가 2023년 10월 만든 1인 창업 기업이다. 지금은 직원이 3명으로 늘었다. AI를 활용해 교정· 교열, 윤문, 번역, 디자인, 마케팅까지 작가의 집필을 제외한 출판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플랫폼을 만든다.

펍스테이션은 정부 연구개발(R&D) ‘디딤돌’ 사업,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 중소벤처기업부 지원 등으로 초기 자금을 확보했다. 2024년 매출 2억원, 2025년 상반기 매출 1억2900만원으로 규모는 작지만, 시선은 이미 글로벌에 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와 미팅에서 200만달러(약 28억원) 규모 텀싯(본격적인 투자 전, 합의한 주요 계약 조건을 요약한 문서) 계약을 하며 해외 진출의 발판도 마련했다.

창업진흥원이 차세대 유망 기업으로 추천한 펍스테이션의 송 대표는 “출판 생태계의 디지털 전환(DX)을 핵심 미션으로 삼겠다” 며 1인 창업을 꿈꾸는 후배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강조했다.

/자료=펍스테이션

/자료=펍스테이션



출판 시장에서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대학 출판학과에 진학했고, 이후 출판사에 취업했다. 대학 시절 코딩에도 흥미가 있어 공부했는데, 막상 현장에 가 보니 가장 첨단이라는 도구가 엑셀뿐이었다. 주문도 ERP(기업 전체의 자원과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가 아닌 수기 작성 후 팩스로 보내던 시절이었다. 답답함에 VBA(엑셀에서 사용하는 업무 자동화용 프로그래밍 언어)로 거래 원장을 자동화해 보았고, 출판 마케팅팀 팀장으로 일하면서는 인플루언서 섭외·결과 보고를 자동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용했다. 성과가 괜찮았고 주변에서 사용 요청도 이어지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펍스테이션 시스템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나.

“출판 현장은 최신 기술 도입이 더딘 편이다. 인건비·제작비 상승 속도가 매출 성장보다 빨라 영업이익이 줄고, 고강도 노동이 구조화되어 있다. 펍스테이션의 ‘AI Publishing Agent’는 반복 업무를 AI에 맡겨 사람이 기획 등 생산적 업무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예컨대 책 한 권의 교정·교열을 한 시간 이내로 끝내고, 전체 에이전트가 갖춰지면 한 사람이 24시간 내 인쇄소에 넘길 파일까지 완성하는 것을 지향한다.”

혼자 사업을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자동화를 추진하면서 모든 일을 혼자 해야하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 회사에 다닐 땐 개발·운영·검증 등 본업에 집중하면 됐지만, 창업 후에는 세무·경영 등 생소한 영역까지 챙겨야 했다. 출판사를 설득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이후 팀원을 영입하고 회사를 꾸려가는 과정은 어땠나.

“초기에는 개인 사업자라 고정비가 없어 부담은 크지 않았다. 이후 회사 홍보를 위해 지인 소개로 단기 인력을 채용했고, 매출이 늘면서 플랫폼 운영, 콘텐츠 제작 인력도 합류했다. 더 성장시키기 위해 영업 인력을 무리해서 확충하고 사무실을 확장하자 고정비가 급증했다.

그때쯤 챗GPT 등장을 계기로 거대 언어모델(LLM)의 가능성을 보고 ‘AI Editor’ 서비스를 기획했다. 초반엔 외주에 의존하다가 AI 이해가 부족한 업체와 협업으로 비용만 쓰고 결과물은 활용하지 못하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후 내부 스터디로 AI 튜닝을 진행했고, 외주를 병행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작년엔 정부 디딤돌 R&D에 선정되어 기본 엔진 개발을 마쳤고, 올해는 정부 지원 사업으로 사업화를 추진 중이며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 1인·소규모 창업자가 겪는 가장 큰 환경적 제약이 있다면.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 조달’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인지도가 쌓여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부분의 일을 대표가 혼자 처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만드는 능력’뿐 아니라 ‘매출로 연결하는 디테일’이 관건인데, 이 부분이 특히 어렵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창업진흥원의 창업 초기 기업 지원 프로그램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장점은 자금 조달이 가능해 기술 개발과 인력 채용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단점은 자금 집행을 위한 서류 작성 등 행정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 자금은 어떻게 활용했나.

“중기부 청년 자금 대출로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후 AI 발전에 맞춰 첫 제품인 AI Editor 개발을 추진했으며, 필요 특허는 기보의 소개로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운영 자금 융자도 받아 개발에 보탬이 됐다. 디딤돌을 통해 핵심 백엔드 기본 개발과 검증 기관 시험 성적서 확보, 저작권 등록까지 마무리했고, 올해는 AX(AI Trans-formation·AI 전환) 지원 사업으로 사업화를 진행 중이다.”

국내 대신 해외 투자처를 찾은 이유가 있다면.

“국내에서 네트워킹을 많이 했지만, 다수의 투자자가 출판 산업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 ‘왜 출판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해외는 시장 규모가 크고 관심도 많았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을 만나 보니, 분야를 막론하고 경청·이해하려는 태도가 기본이었다. 온라인 미팅을 거쳐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만난 투자자는 아마존 자비 출판의 규모를 언급하며 출판사와 저자를 함께 품는 서비스로 확장을 제안했고, 이는 ‘AI Publishing Agent’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었다.”


AI가 향후 출판 산업을 어떻게 바꿀까.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글로벌 출판 시장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AI 스타트업 출판사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수천 종 출간을 예고하는 등 주요 출판사가 빠르게 AI를 도입하고 있다. 몇 가지 제약만 해소되면, 한국 출판사가 전세계 언어로 번역된 도서를 해외에 직접 판매하고, 그 반대도 가능한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본다.”

1인(소규모) 창업의 장점과 한계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즉시 적용·테스트해 볼 수 있었던 점이 큰 장점이었다. 책임은 무겁지만 하고 싶은 실험을 과감히 실행했고, 그 과정에서 기회를 발견했다. 반면 리스크 흡수 능력과 리소스(자원)가 제한적이라는 한계는 분명하다.”

1인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에게 하고 싶은 말은.

“두려워하거나 과도하게 고민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문제와 어려움은 반드시 생기지만, 극복하며 나아가다 보면 머릿속 목표에 한 걸음씩 가까워진다. 움직여야, 이뤄낼 수 있다.”

Plus Point창업 초기 기업 돕는 중기부 디딤돌 사업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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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는 R&D를 처음 수행하는 기업에 기회를 주기 위해 ‘디딤돌’ 사업을 하고 있다. 기술 기반 창업 기업의 혁신 성장을 촉진하는 정부의 대표 지원 프로그램이다.

대상은 창업 7년 이하(AI·빅데이터 등 신산업 분야 창업의 경우 10년 이하), 최근 연도 매출 2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한 기업당 최대 1년 6개월간 최대 2억원 규모로 지원한다.

정부는 연구개발비의 최대 75% 이내까지 지원한다. 기업은 최소 25%를 자체 부담해야 한다. 선정된 기업은 엔진 등 핵심 기술 개발을 끝낸 뒤 추가 지원 및 사업화 연계 절차로 이어갈 수 있다.



이코노미조선=이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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