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이 2인 1조로 말에 탄 채 훈련 중이다. /텔레그램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서 기마 부대를 투입하기 위해 훈련을 시작한 정황이 포착됐다.
5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주요 전선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제51군 제9차량화소총(기계화보병) 여단 ‘스톰 부대’ 지휘관은 최근 기마 돌격팀을 훈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드론·지뢰·포격 능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기술 방식을 활용 중인 것이다.
친러시아 군사 블로거 세묜 페고프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 ‘워 곤조’(War Gonzo)에는 러시아 군인들이 말을 타고 들판을 질주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영상을 자세히 보면, 말 한 마리에 2인 1조로 함께 올라타 한 명은 말을 몰고 다른 한 명은 공격을 준비한다. 그 위로는 원격 조종 드론이 함께 이동한다. 공격 지점에 도달하면 두 병사는 모두 말에서 내려 진격한다.
페고프는 이번 훈련에 대해 병사와 말 모두를 단련하려는 취지로, 말이 전장에서 총성과 폭발음에 놀라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말은 야간 시력이 좋고 마지막 돌격 시 도로가 필요하지 않으며 본능적으로 지뢰를 피할 수 있다고 한다”며 “곧 러시아 기마 부대의 역사적인 귀환을 목격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군인들이 말을 타고 들판을 질주하고 있다. /텔레그램 |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도 말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기마 부대의 장단점에 대해선 “말은 차가 지나기 어려운 험난한 지형을 통과할 수 있고, 금속 말굽이 아니라면 자성 지뢰 폭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명백한 장점이 있다”면서도 “말이 자성 지뢰를 제외한 다양한 대인 지뢰를 밟을 위험이 있고, 먹이와 물, 치료 등을 제공해야 하며 차량보다 운송 능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기수와 말 훈련 난이도가 높은 데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도 단점으로 꼽혔다.
이에 코메르산트는 “기마 부대가 전장에 대거 투입될 가능성은 작지만, 첨단 감시·정찰·교전 장비로 가득 찬 전장에서 현대 기술의 한계를 보여주는 상징성을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텔레그레프는 기마 부대가 실제 전투에서 큰 활약은 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매체는 “러시아군은 이전에도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습을 피하기 위해 오토바이 부대를 편성했지만, 작년 도입 이후 대부분의 라이더가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런 비정규 전술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진격의 둔화에서도 드러난다”고 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난 9월 20일부터 30일까지 새로 확보한 지역은 30㎢에 그쳤다. 또 지난달 기준 러시아의 신규 점령 영토는 전월에 비해 44% 줄었으며, 5월 이후 최소를 기록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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