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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차장보고서] D램 재고 붕괴·美 규제 강화…반도체 공급망 '기회와 압박' 공존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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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차장보고서] D램 재고 붕괴·美 규제 강화…반도체 공급망 '기회와 압박'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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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반차장] 3.3주 재고 저점 속 공급자 우위 재편…미국발 규제 강화로 지정학 리스크 확대
디지털데일리 소부장반차장 독자 여러분, 이번 주도 반차장이 반도체 업계의 중요한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반차장보고서>에서는 이번 주에 놓쳐서는 안 되는 주요 뉴스들을 간결하게 풀어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주 핵심 이슈 세 가지, 함께 살펴보시죠.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반도체 시장이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공급 측에서는 D램 재고가 급격히 줄며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고, 대외 환경에서는 미국의 관세·수출 규제 강화가 연이어 발표되며 한국 기업들의 고민을 키우고 있습니다.

먼저, 메모리 시장에서는 역대급 재고 저점이 확인됐습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말 글로벌 D램 공급자 평균 재고는 3.3주 수준으로, 통상 '건전' 범주인 6~8주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각각 2주 수준, 삼성전자는 6주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높은 재고는 엔비디아향 HBM 인증 지연 탓이 컸습니다. 전방 수요가 살아나고 있음에도 일부 제품은 출하가 늦어지며 왜곡이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구매자 재고는 10주 수준으로 비교적 높지만 구조적으로 공급자 재고가 턱없이 부족해지면 결국 구매자가 원하는 시점에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자연스레 협상력은 공급자 쪽으로 기울고 시장 가격도 오름세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적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마이크론은 6~8월 영업이익이 126.6% 급증했고 클라우드향 매출은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서버 교체 주기와 DDR5 전환이 동시에 맞물리며 실적을 끌어올린 것입니다. DDR4와 DDR5 가격이 역전되자 고객사들이 DDR5 도입을 서두르고 있고 여기에 엔비디아의 차세대 서버 플랫폼 '루빈(Rubin)'에 SOCAMM2가 채택될 예정입니다.

SOCAMM은 DDR5 기반 차세대 모듈로, 기존보다 대역폭을 늘리고 지연시간을 줄일 수 있어 AI·HPC에 최적화된 사양입니다. 동시에 그래픽 시장에서는 GDDR7 도입이 본격화되며 고성능 GPU 수요까지 자극할 전망입니다. 결과적으로 서버·모바일·그래픽 등 전방 수요가 동시에 불붙는 국면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한국 반도체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던지고 있습니다. 관세 부과 방안이 대표적입니다. 미국 상무부는 해외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내 생산과 해외 수입을 1대1로 맞추라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를 지키지 못하면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나아가 완제품에 탑재된 칩 개수에 따라 관세를 매기는 초유의 방식도 언급됐습니다. 전동 칫솔, 면도기 같은 소형 소비재부터 노트북, 자율주행차까지 모두 대상이 될 수 있어 파급력이 막대한 안입니다.


업계는 이를 단순한 관세 정책이 아니라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한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 테일러에 370억달러 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에 38억7000만달러 규모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지만 메모리 생산라인 자체는 미국 내에 없습니다. 결국 현지 생산 확대 없이는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규제가 겹쳤습니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50% 룰'입니다. 엔티티 리스트 기업이 지분 과반을 보유한 자회사를 자동으로 제재 대상으로 묶는 조치입니다. 지금까지는 본사만 제재하면 해외 자회사를 세워 우회할 수 있었지만, 이번 규정으로 화웨이, DJI, 하이크비전 등 중국 ICT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일제히 차단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직접 타깃은 아니지만 중국 파트너사와의 거래 제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간접 충격이 불가피합니다.

결국 이번 주 흐름은 두 갈래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D램 재고 붕괴와 수요 폭발로 인한 공급자 우위 사이클, 다른 하나는 미국발 무역 규제 강화로 인한 공급망 압박입니다. 업황은 반등하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동시에 커지고 있는 셈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이클은 단기 반짝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이라며 "서버 교체, DDR5, 신규 메모리 수요가 겹쳐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의 규제는 단기적 관세가 아니라 장기적 투자 강요에 가깝다”며 “한국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여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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