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베’ 극우 성향 다카이치, 자민당 새 총재…일본 첫 여성 총리 나오나

결선서 185표…고이즈미에 29표차 압승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 오를 듯
야스쿠니 참배 여부·한일 관계 향방 주목

강경 보수이자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집권 자민당의 첫 여성 총재로 선출됐다. 그는 약 열흘 뒤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일본 최초 여성 총리로 취임할 전망이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4일(현지시간)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치러진 제29대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185표를 얻어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156표)을 29표 차로 압도, 정치권 예상을 뒤엎고 당선됐다. 1차 투표에서도 183표로 1위를 기록하며 파죽지세의 기세를 이어간 그는, 결선에서 당내 보수파와 아소파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당권을 차지했다.

앞서 일본 언론은 대체로 이번 선거 판세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선두를 달리고 다카이치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에게 추격당하는 것으로 분석했으나, 실제 결과는 다카이치 총재 가뿐한 승리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지난 10월 4일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EPA=연합뉴스)

야스쿠니 참배 질문에 “적시 적절히 판단…외교 문제 삼을 일 아냐”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 당선자는 오는 15일 국회 총리 지명선거를 통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후임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 국회는 ‘여소야대’ 구도지만, 야권이 분열돼 있어 자민당이 제1당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큰 이변이 없는 한 다카이치 당선자가 총리 지명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큰 셈이다.

다카이치 당선자는 ‘여자 아베’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을 적극 계승하겠다고 밝혀온 인물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일부 중도층을 의식한 듯 강경 이미지를 다소 희석하려는 시도를 보이긴 했지만, 향후 자신을 지지해 준 보수층을 고려해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해 온 것을 비롯해,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대만과의 ‘준안보동맹’ 구상도 제시하는 등 대표적인 극우 노선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한일 관계· 동아시아 외교에 거센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다카이치 당선자는 4일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관한 질문에 “적시에 적절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는 전몰자 위령의 중심 시설로 평화의 사당”이라며 “어떻게 위령할 것인지, 평화를 기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적시에 적절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절대 외교 문제로 삼을 일이 아니며,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국제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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